짧은 침묵이 이어졌다...평소에는 덜렁대다가도 중요한 순간에는 신중한 후배다.. 드디어..!!
'제 생각에는 고수들의 견지에서 토지별도등기는 문제가 아니겠지만 이 건 전입자가 소유자와 부부임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을 듯 해요..현재 전입자는 왠만� 방문객들은 피할 것이기 때문에 만나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구여... 경비아저씨말대로라면 그집의 거주자는 나 사장이라는 사람이니 여기서도 한번 혼돈스러울 거예여.... 둘이 부부라는 추리도 상상력 풍부한 형이나 가능한거지 고수들중에도 그냥 흘리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만약 형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 부부라고 추측했다해도 아시다시피 호적열람해 보는 게 여간 쉽지가 않거든여.. 그렇다면 아무리 고수들이 경쟁자라해도 응찰?를 너무 높게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최소한 1억은 넘기되 2억이상 더 쓰실필요도 없을 듯해요..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최종 결정은 형이 하시구여..제가 괜히 응찰가까지 말했다가 나중에 잘못되면 그 원성을 어떻게 들어요? 그렇다...난 단지 후배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던 것이지 내 고민을 떠 넘기려 했던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최종결정은 내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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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다....구름한 점 없는 청명한 밤하늘 아득히 자그만한 별들이 가득하다...!! 금방이라도 쏟아질듯한 별들 속에서 별자리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울날 언제오려나... 상념속에서도 낮에 들었던 후배의 일갈이 머릿속을 맴돈다..
'고수들은 응찰가를 쓸때 목표수익만이 고려의 대상이지 2등과의 차이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물론 고수들도 사람이니 결과적으로 단독응찰이거나 2등과의 차이가 나면 속이 좀 쓰리겠지만 '엿사먹은 셈' 치고 미련을 버린다잖는가..!! 그러나 그러한 경지는 억지로 흉내낸다고 될 것이 아니었다...오랜 시간 좌절과 성공의 반복끝에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든 경륜과 연륜의 결과일 것이기에.. 막연하게 상상해본다.... 이번에 최저가보다 1억 5천만원이 높은 금액을 써서 낙찰은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단독응찰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호방하게 웃으며 날려버릴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나에게 1억 5천만원은 엿 값이 아니라 엿공장하나를 차릴만한 큰돈인 것이다..!!! 부인할 수 없는 하수인 나는 적어도 한달은 속앓이를 할 것같았다... 전전반측!! 잠자리에 누워도 이리 뒤척, 저리뒤척 일뿐 쉬 잠들지 못했다..
이렇게 마음을 못잡고 사흘이 흘러갔다..입찰일은 다음날인데 아직까지 최종 응찰가를 정하지 못했다.. 나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낙찰을 받아야 하는 것과 차순위와의 차이가 근소해야 하는 것!! 그러나 내 능력의 한계내에서는 양자는 결코 섞일 수 없는, 조율이 불가능한 물과 기름이었다.... 낙찰을 받으려면 수익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낙찰가를 올려 붙여야 맞을 것인데 자꾸 단독응찰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발목을 잡는다..
후배의 지적대로라면 난 지금 전형적인 하수들의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며칠전 후배의 말들을 빠짐없이 정리해 본다.. '예상 경쟁자는 3명정도에 한명은 8억 초반대를 쓸 실수요자! 나머지는 경매경력 풍부한 고수! 고수들도 1억이상은 쓰되 난이도가 있어 2억 이상 쓰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판단들!!' 후배의 분석과정이 설득력 있었던 만큼 신뢰가 가는 추리였다...
좋다..그렇다면 일단은 8억 5천만원은 넘겨보자...고민끝에 정해진 응찰가는 878,930,000원 이었다..! 응찰가를 정해놓고 잠자리에 들긴 했지만 평소처럼 쉽사리 잠이 오지는 않는다... 가만히 수익률을 따져본다..'낙찰가쟀 80%를 대출받으면 실제 필요한 돈은 세금포함해서 2억원 정도에 한달만에 14억원 정도에 급매로 팔면 그 차익이 5억원남짓! 세금 50%를 공제하고 나면...수익이 2억5천만원...!
허억!!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연수익률이 1000%를 넘어선다....!! 수익률 계산후 응찰가를 상향 조정했다....9억을 넘겨보기로 했다.. 끝자리는 평소 습관대로 8,40,000.000원를 붙이기로 했고 그래서 정해진 최종 응찰가는 908,40,000원 이었다..!!
상계동 물건 낙찰받을 당시와 응찰가의 구조가 비슷해 감이 좋았다...더이상 바꿀일이 없기를 바라며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딸깍(형광등 불끄는 소리..^^::)
(어둠....어둠,....) 잠깐 눈을 감았다...떳더니...아침이었다...창가로 밀려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다.. 본능적으로 시계를 본다...이런!! 절망적인 탄식이 새어나왔다...!!! 9시였다....! 밤늦도록 뒤척이다 겨우 잠들어 늦잠을 잔 것이다..!! 여기는 일산....! 법정은 서초동 중앙지법이었다....!! 당장 해야할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본다.. 은행에서 보증금을 수표 1장으로 끊고 곧바로 강변북로를 달려 중앙지법까지 최소 1시간 10분... 빠듯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부산부산...우왕좌왕...안절부절...!!
서울 중앙지법앞에 도착하여 무사히 차량을 주차한 뒤 시계를 보았다...10시 30분! 중앙지법은 입찰마감시간이 11시 20분까지니 시간은 충분했다... 예전보다는 다소 한산해진 법정분위기...경매붐도 한때일런가...! 입찰표를 받아들고 심호흡을 한번 했다..
어제 정해놓은 응찰가가 908,400,000원! 조금 더 올려 볼까 ...잠깐 유혹이 있었지만 평소 원칙대로 하기로 했다.. 경매장 분위기에 휩쓸려 응찰가를 조정하지 않는다..!! 금과옥조처럼 지켜져야할 경매의 기본인 것이다.. 입찰표를 작성하는데 괜스리 천원단위 끝자리가 신경이 쓰였다... 혹시 몰라 천원단위 기재란에 살며시 1자를 그었다.. 천원단위까지 신경써보긴 처음이었다...좋은 물건이라는 욕심에 신중한다고 써넣은 것이었지만 나중에 얼굴 붉어지는 경험의 발단이 될줄이야...!
입찰표를 넣고 기다린다...당일은 두개의 경매계 사건이 병합되어 진행되었다...내 건은 사건번호는 빨랐지만 앞선 경매계 사건이 모두 끝난 후 진행된다고 하니 1시간 이상은 여유시간이 있었다.. 밖에서 커피한잔을 뽑아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가 가볍게 어깨에 손을 짚는다.. 돌아보니 후배변호사였다...경매법정 바로 옆건물인 행정법원에 사건이 있었는데 궁금해서 들렸단다... '형! 응찰가 얼마 썼어요?' 진짜 궁금한지 눈이 반짝인다...하긴 궁금할만도 할것이다...많은 고민을 함께 나눈 물건이니..
' 908,400.000원!!!' 끝자리에 1천원을 더 써 넣은 것은 말하지 않았다...^^:: '와~ 잘 쓰셨네요..저도 그쯤 쓰면 될 듯했는데....감 좋은데요...!!' 후배의 칭찬에 벌써부터 뭔가 된듯한 느낌이 들어 가슴이 벅차올랐다... 경매법정 밖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주변사람들에 둘려 싸인채 상기된 얼굴로 나오는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의 주인공인 낙찰자들이다!! 주변사람들은 대출알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고...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팬들이 인기스타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풍경과 흡사하다.. 오늘만이라도 낙찰의 기쁨을 맘껏 누리시기를...!! 조용한 미소로 축복을 빌어 주었다... 그만 들어가 보자는 후배의 말에 상념을 접고 법정안으로 들어갔다...
사건번호를 보니 앞으로 3건 진행후에 우리건이다... 슬슬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하고 숨소리가 불규칙해진다.. 개찰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내몸속 기관들의 신호다... 앞선 사건들의 응찰자가 많지 않아 금방 우리차례가 되었다...집행관 앞에 놓인 서류 봉투는 3장!! 오호! 후배변호사랑 눈이 마�쳤다...말이 없어도 내가 무슨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 것이다..
'너 변호사 때려치고 박수무당 개업해라...!!' 후배가 씨익 웃는다..알아 들었다는 듯.. 일단 후배의 추리 첫머리가 맞았으니 나머지도 맞아주길.... 속으로 기도를 하는데 조용하고 침착한 집행관의 음성이 마이클 통해 흘러 나왔다.. '사건번호 0000번호에 응찰하신 분 호명하겠습니다...누구,누구,누구씨 앞으로 나오세요..'
사뭇 어깨가 떨리고 발걸음이 흔들린다..... 아.. ! 나는 언제쯤 이런 상황에서도 초연할 수 있는 고수가 되려는가!' 입찰표를 유심히 보고 있는 집행관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혹시 입찰표 작성할 때 실수라도 했나? 예전에 상가물건을 입찰했다가 서너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낙찰은 받았는데 보증금액과 응찰금액을 바꿔써서 무효처리됐었던 기억이 악몽처럼 떠오른다....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각자의 응찰가가 불려진다... '000씨, 810,000,000원! .....일단 한명은 제꼈다..!! 000씨, 9억 8백.........! 목소리가 작아 이름을 못들었다..!! 여기까지 말하고는 조금 뜸을 들인다...손바닥이 축축해진다...
어떤 고수가 백만원단위까지 나랑 같게 쓴 것이다.. 이런!! 내 끝자리는401,000원인데... 10000원단위까지 신경쓰지 않은 경솔함이 뼈에 사무치게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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