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것·없는 것을 구분하라"
[머니위크]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의 은퇴 코칭
삼성생명이 8월 초 종합재무설계 컨설팅 서비스센터인 FP센터 산하에 은퇴설계를 특화한 '은퇴연구소'를 설립했다. 초대 은퇴연구소장을 맡은 우재룡 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펀드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를 설립하고, 적립식 펀드를 국내 최초로 소개했던 금융 전문가다. 또한 퇴직연금 도입과 행복한 은퇴설계, CFP 은퇴설계 교재 저술 등으로 은퇴에 있어서도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앞으로 '한국적 은퇴모델 수립'에 중점을 두고 은퇴연구소를 끌어갈 것이라는 우 소장에게 우리나라 은퇴준비의 현실 및 구체적인 설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Q. 베이비부머 1세대의 은퇴가 현실화되면서 은퇴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장년층의 은퇴 준비는 어떠하다고 생각하나? A.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은 712만명(전체 인구의 14.6%)이며, 이미 은퇴를 시작하고 있다. 잠재적인 은퇴계층인 40대와 50대는 모두 15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 장년층들은 은퇴준비가 매우 취약하다. 여러 가지 설문조사 결과를 모아보면 대략적으로 은퇴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30~40%에 불과하며, 더 심각한 문제는 주로 국민연금이나 예·적금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시대에 기금재정이 취약한 국민연금에 노후를 의존하거나 생활 물가상승률 수준과 비슷한 단기 금리형 상품으로 노후를 준비한다는 것은 우리의 취약한 준비상황을 잘 나타내준다. Q. 은퇴준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A.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자신이 은퇴 후 품위 있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가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경우 당장 준비를 하라고 하지만, 정확하게 은퇴생활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허술하게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를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정확하게 인식하고, 종합적인 계획을 부부가 같이 수립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지나치게 노후생활비 위주로 단편적인 설계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은퇴설계의 목표를 '행복한 은퇴생활'이라는 점에 두고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 현재 재무적인 관점에서는 연금보험을 통한 은퇴설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연금보험으로 풍족한 은퇴준비가 가능하다고 보나? 연금이외에 다른 금융상품이 필요하다면 어떤 것이 있나? A. 우리나라 증권사와 은행에서 판매한 펀드를 보면 한때 적립식 펀드투자의 계좌수가 1600만개까지 늘어났다가 지금은 펀드환매가 급증해 1000만개 수준으로 하락해 있다. 원래 외국에서는 펀드투자 자금의 과반수 이상이 수십년 투자하는 은퇴자금으로 연결돼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단기 투자수단으로 활용된 셈이다. 이에 반해 아직 질병이나 치매와 같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노후자금을 안정되게 지급하는 연금지급 기능을 확보하는 연금보험 상품은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연금만으로는 의료비, 간병비, 사망보장과 같은 준비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이나 실손보험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Q. 국내 금융사들의 은퇴설계는 대부분 부유층에 집중돼 있다. 일반 국민들의 경우 은퇴설계를 접하기 힘들 것이 현실인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있다면? A.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므로 7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향후 10년 내에 은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은 은퇴설계 서비스를 일반 창구에서 중산층들에게 저렴하고 친근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는 일반 국민들이 은퇴설계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책자나 잡지를 발간하고, 많은 교육세미나를 개최하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나 비영리단체(NGO, NPO)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민들이 은퇴생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도록 정보나 교육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해 줘야 한다. Q. '한국적 은퇴모델 수립'에 중점을 두고 연구소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면? A. 그동안 국내에는 우리 국민들의 개인적인 생활스타일, 재무상황, 삶의 목표 등을 잘 반영하는 은퇴설계보다는 노후자금 마련 위주의 설계가 보급되고 있다. 은퇴설계는 크게 노후자금, 간병, 사망보험과 같은 '재무적인 준비'와 은퇴 후 주거설계, 봉사와 근로활동, 취미생활, 건강과 같은 '비재무적인 준비'로 나누어진다. 은퇴연구소에서는 우리 국민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보편적인 은퇴설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투자, 보험, 세금, 부동산, 비재무적 준비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컨설팅 모형을 개발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우재룡 소장이 제안하는 연령대별 은퇴준비 핵심 우재룡 소장은 은퇴 준비를 노후라는 '산'에 오르는 것에 비유한다. 20~30대에 여유를 갖고 등산을 시작한다면 어렵지 않게 원하는 고지에 오를 수 있지만, 은퇴에 임박해 오를 때에는 암벽 등반을 방불케 하는 난관이 따른다. 따라서 은퇴 준비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는 점, 그리고 중단 없이 꾸준히 끝까지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① 20~30대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자녀 양육/ 학자금/ 주택자금/ 노후자금 등 재무 이벤트가 동시에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노후준비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금액으로 끝까지 갈 수 있는 투자수단을 선택하라.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개인연금과 회사에서 가입하는 퇴직연금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② 40~50대 "자녀·부부와 노후 계획" 중장년층이 노후준비를 하려면 20~30대에 시작한 경우보다 3배 이상의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또한 노후 대비를 위한 가족 간의 충분한 대화가 요구된다. 우선 자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라.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라. 부부간의 대화도 중요하다. 요즘 평균 수명이 높아져 은퇴 후 20~30년간 부부가 노후생활을 한 다음에, 부인 홀로 10년 이상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20~30년간의 부부 생활비를 비롯해 남편 사망 후 10여 년 간의 부인 생활비 및 생존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가령 남편 없이 아내 홀로 남았을 때 어디서 사망할 것인가? 치매 등으로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노후 간병 수단까지 연결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③ 60대 "자산 증식보다 보존, 비금전적인 행복 고려해야" 이 시기에 자금을 쌓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증식보다는 자금을 보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목돈을 가지고 있으면 자녀와 관계가 악화(유학·사업비 요구 등)되거나 주변의 유혹이 많다. 연금화해 누구도 손댈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 시기에는 물질이 있어도 가족관계, 사회관계가 위태로우면 행복하기 어렵다. 봉사와 교류 등 비금전적인 행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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