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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민주주의 수준은 시스템의 수준

대한유성 2006. 4. 23. 08:08

 

민주주의 수준은 시스템의 수준




                           민주주의의 질은 시스템의 산물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모든 종류의 시스템이란 목수의 연장과 같이 사회를 경영하는 경영 의 도구인 것이다. 훌륭한 목수는 훌륭한 연장을 만들고 그 연장에 스스로를 숙달시킨다. 아무리 훌륭한 연장을 수입해 와도 그 연장은 목수의 능력만큼만 훌륭해 질 수 있다.

은행 객장을 생각해 보자. 1990년 이전의 과거, 은행 객장에는 질서가 없었다. 1990년 이후 국민은행을 시초로 은행 객장에서는 순번대기번호표 시스템이 수입됐다. 고객, 대기번호표 발매기, 번호 표시기, 은행직원 상호간에 유기적인 연관관계에 의해 누가 간섭하지 않아도 객장의 질서가 매우 훌륭하게 유지됐다. 먼저 온 사람이 먼저 서비스를 받게 하는 질서, 이런 질서는 원한다고 해서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순번대기번호표 시스템의 가동에 의해 비로소 유지됐다.

시스템이 없었을 때에는 급행료가 작용했고, 안면이 작용했고, 목소리 큰 사람의 새치기가 작용했다. 그러나 순번대기번호표 시스템이 설치되자 객장에서의 평등할 권리가 거의 100% 완벽하게 보장됐다. 따라서 평등할 권리는 의지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다. 이 순번대기번호표 시스템이 곧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인 것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market economy)는 동전의 앞뒤를 구성한다. 인간의 품위는 최소한의 경제적 요건을 필요로 하며, 은행 객장에 시스템이 필요했듯이 경제생활에 역시 자유와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했다. 은행 객장에 순번대기번호표 시스템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필요했듯이 경제활동에 역시 보이지 않는 손이 필요했다. 아담 스미스의 가격결정 이론이 즉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의 가격결정 이론은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으로 이루어진다.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이 싸지면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적당한 선 즉 가격곡선과 수용곡선이 만나는 점(equilibrium point)에서 가격이 형성된다는 이론이다. 누가 간섭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가격결정 이론은 저절로 실현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시스템에 대한 상식이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상식도 매우 짧다. 상식과 시스템이 척박한 황무지에 아담 스미스의 시장경제를 심으려 했지만 이는 바위에 나무를 심으려는 것과도 같은 무모한 시도였다. 한국경제 사회에는 은행 객장에서 보는 바와 같은 종류의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이제까지  경제질서가 확립돼 있지 못한 것이다. “시장에 맡겨라”. 그래서 정부의 간섭을 줄였더니 자유방임 현상이 발생했다. 이를 시장실패(market failure)라 부르고 있다. "아니야, 정부가 개입해야만 해“ 그래서 정부가 개입했더니 조령모개 현상이 반복되고 경제활동이 위축됐다. 이를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라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역사는 시장실패와 정부실패 사이를 냉탕 온탕 식으로 오고간 역사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시장경제가 잘 되고 있는 데 우리나라는 왜 이리 안 되는 걸까? 아담 스미스의 가격결정이론 즉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려면 최소한의 시스템이 깔려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 최소한의 시스템이 깔려 있지 않은 것이다. 위정자와 경제 관료들은 아직까지도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매우 한심하고 놀라운 일이겠지만 이는 사실이다. 


                        시장경제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가격결정이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3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사고 파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정자(rational decisional maker)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비쌀수록 더 많이 산고, 상품 값이 내릴수록 더 많은 공급자가 나타난다면 아담 스미스의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은 거꾸로 그려져야 하며, 이렇게 되면 가격결정이론이 성립할 수 없다.  

둘째, 모든 공급자, 모든 수요자 사이에는 공정한 경쟁(fair competition)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의 공급곡선(supply curve)를 생각해 보자. 같은 상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하나 밖에 없으면 독점이 되고, 독점이 되면 아담 스미스의 공급곡선이 그려지지 않는다. 수많은 업체가 경쟁적으로 생산에 참여해야 공급곡선이 그려진다. 특정 제품을 필요로 하는 구매자가 하나 밖에 없어도 아담 스미스의 수요곡선이 그려지지 않는다. 다수의 구매자가 있어야 한다. 다수의 공급자와 다수의 구매자가 시장에 만나면 구매자는 상대적으로 싼 제품을 구매하려 하고, 그래서 공급자들 간에는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유경쟁(free competition)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만일 정부가 개입하여 특정업체에 공급의 우선권을 주고, 다른 업체들에게는 경쟁의 기회를 포기하도록 강제한다면 자유경쟁이 사라지게 되고 자유경쟁이 사라지면 아담 스미스의 가격결정 이론은 작용할 수 없게 된다.

셋째, 정보가 투명하게 흘러야 한다(transparency of information flow). 강북에서 5천원에 팔리는 제품이 강남에서 5만원에 팔려도 이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아담 스미스의 가격결정 이론이 성립할 수 없다. 정부는 어느 사회에서나 가장 큰 구매자다. 가장 큰 경제주체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한국에서처럼 정경유착을 하여 정보를 특정 업체에만 알려주면 수요곡선이 파괴된다. 또한 정부가 저 품질의 제품을 고가에 구매하는 식으로 정경유착을 한다면 정부나 유착업체나 다 같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시장 경제가 이론대로 현실화되려면 모든 경제주체 특히 가장 큰 경제주체인 정부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자유경쟁을 보장하고, 정보의 흐름을 투명하게 해야만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시스템을 설치해놓고, 이를 파괴하는 경제주체에 대하여는 형사범 이상으로 가혹하게 처벌한다. 경제 시스템의 파괴는 곧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파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정부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기업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수많은 수리공학 분석가들을 채용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가장 고가의 인력은 시스템 분석가들이다. 공인회계 업체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고 가장 높은 직위를 갖는 사람은 공인회계사 출신이 아니라 시스템분석가들이다.

누구나 수리공학을 할 수 있는 탤런트를 가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수리공학자들이 귀한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처럼 대우받는 분석가들이 한국에서는 취직할 곳이 없다. 한국기업, 한국정부가 아직도 과학적인 의사결정, 즉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 팔고 밭을 팔아 키운 대한민국 두뇌들이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선진국을 위해 일하고 있다.  

누구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질은 그 나라 국민 수준, 지도자의 수준만큼만 발전하는 것이다. 시스템을 만드는 일, 모든 경제주체로 하여금 과학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사회분위기(문화)를 바꾸는 일, 이 모두가 지도자의 몫이다. 이런 지도자가 하루라도 빨리 나와 시스템과 문화를 가꾼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수직 상승하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출처 :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글쓴이 : 상실시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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