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영원 / 랭보
그것을 되찾았도다!
무엇을? - 영원을.
그것은 태양과 섞인 바다.
파수병의 영혼
그토록 무가치한 밤과
불같은 낮의
기원을 드리기로 하자.
인간다운 기도와
평범한 충동으로
거기서 그대는 벗어나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Satin의 불잉걸이여
그대의 유일한 열정으로부터
"마침내"라고 말하지도 않고
의무는 다 타 버리는 구나.
거기엔 희망도,
영광도 없는데
과학과 인내심,
그러나 형벌은 틀림없다.
그것을 되찾았도다.
무엇을 말인가? 영원이라는 것
그것은 태양과 함께가는 바다.
42 기도 / 타고르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마시고
위험에 처해도 겁내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고통을 멈추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마시고
고통을 이겨낼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인생의 싸움터에서 동조자를 보내달라고 기도하는 대신
스스로의 힘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두려움 속에서 구원을 갈망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유를 찾을 인내심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기쁘게 성공할 때만 하나님이 도와주신다 생각하게 마시고
슬프고, 괴롭고, 남이 나를 핍박하고, 배고플때
신이 내 손목을 꼭 붙잡고 계신다는 것을 믿게 하소서
43. 가을노래 / 베를렌느
가을날
바이올린의
긴 흐느낌이
쓸쓸하고
우울한 내 가슴에 스며드네
종소리 울리면
숨이 막혀
창백해지고
지난 날의 추억을 회상하며
눈물짓네
하여 나는 가리라
거센 바람이
나를 몰아치는 대로
이 곳 저 곳
정처없이 뒹구는
낙엽처럼.....
♣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 베를레에느 시
거리에 소리 없이
비가 내린다.
아르튀르 랭보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가슴속에 스며드는
이 설레임은 무엇일까?
대지에도 지붕에도 내리는
빗소리의 부드러움이여!
답답한 마음에
아, 비 내리는 노랫소리여!
울적한 이 마음에 까닭도 없이
눈물 내린다.
웬일인가! 원한도 없는데 ?
이유 없는 이 크나큰 슬픔은
무엇인가.
이건 진정 까닭 모르는
가장 괴로운 고통
사랑도 없고 증오도 없는데
내 마음 한 없이 괴로워라!
44. 귀 / 콕토
나의 귀는 소라껍질,
바다의 소리를 그리워 한다
1. 내 귀는 소라 껍질, 바다의 소리를 듣는다
2. 내 귀는 소라 껍질, 바다 소리 그리워라
3. 내 귀는 하나의 소라껍질, 바다의 소리를 그리워 한다
4. 내 귀는 소라 껍질, 바닷물 소리를 그리워한다
5. 내 귀는 하나의 소라 껍데기, 그리운 바다의 물결 소리여
너의 웃음은...... 장 콕토
장미꽃 잎의 가장자리처럼 위로 잦혀진 네 미소는
너의 변신에 원망스럽던 내 심사를 달래준다.
너는 잠이 깨어 이제는 꿈은 잊어버렸다.
나는 또다시 너의 나무에 매어진 몸이 된다.
너는 네 작은 힘을 다하여 내 몸을 얼싸안는다.
우리는 어째서 나무가 되지 않는가, 한 껍질
한 체온, 한 빛깔의 나무가,
그리고 우리들의 입맞춤이 그 나무의 유일의 꽃이 되지 않는다.
45. 나그네의 밤 노래 | 괴테69
모든 산봉우리위에
안식이 있고
나뭇가지에도 바람소리 하나 없으니
새들도 숲속에 잠잔다.
잠시만 기다려라
그대 또한 쉬리니.
46. 스무편의 사랑시와 한 편의 절망노래 / 네루다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고 당신도 터널처럼 외로웠다.
외롭던 내가 외롭던 당신을 만났을 때,
우리는 조금도 덜 외로워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나는 홀로 기차를 타고
외로운 당신이 외로운 나의 손을 잡아주었을 때,
외로운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아주 잠깐 외롭지 않았던 그때의 꿈을 꾸었다.
기차는 나를 외로움의 심연으로 데려다주었고,
당신도 한때 그곳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외로움은 조금도 변질되지 않은 채,
영원히 끝나지 않는 터널처럼 그곳에 갇혀 있었다.
나는 아주 조금 당신 생각을 했고, 외로운 편지를 읽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서, 친구는 네루다를 읽고 있다.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
새들은 나한테서 날아갔고,
밤은 그 강력한 침입으로 나를 엄습했다.
살아남으려고 나는 너를 무기처럼 버리고..
내 화살의 활처럼, 내 투석기의 돌처럼 버렸다.
그러나 이제 복수의 시간이 왔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스무 편의 사랑시와 한 편의 절망노래(16) - 파블루 네루다
황혼녘 나의 하늘에서 너는 한 조각 구름 같고
너의 색깔과 모양새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같은 것들이다.
너는 나의 여자, 너는 나의 여자, 달디 단 입술의 여자,
그래서 나의 한없는 꿈들이 네 삶 속에 살고 있다.
내 영혼의 등불은 네 발을 붉게 물들이고,
시디신 내 포도주는 네 입술에서 더욱 달콤하기만 하다.
오, 해질녘의 내 노래를 거두어 들이는 여인이여,
어찌하여 내 외로운 꿈들은 네가 나의 여인이라 느끼는가!
너는 나의 여자, 너는 나의 여자, 하오의 산들바람 속에
내가 소리치며 지나노라면,
바람은 내 홀아비 같은 목소리를 끌고 사라져버린다.
내 눈 깊숙한 곳의 여자 사냥꾼아, 너는 나를 사로잡아
밤이면 활발한 너의 눈길은 마치 물처럼 고여들게 하는구나.
너는 내 음악의 그물에 잡힌 나의 포로, 나의 사랑아,
내 음악의 그물들은 하늘처럼 넓기만 하다.
나의 영혼은 상복(喪服) 같은 네 눈동자의 기슭에서 태어난다.
상복 같은 너의 눈동자 속에서 꿈의 나라가 시작된다.
47. 5월의 노래 / 괴테
오오 눈부시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
넘쳐 터지는 이 가슴의 기쁨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저 산과 산에 걸린
아침 구름과 같은 금빛 아름다움
그 크나큰 은혜는
신선한 들에 꽃 위에 그리고
한가로운 땅에 넘친다
소녀여 소녀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오오 반짝이는 네 눈동자
나는 너를 사랑한다.종달새가 노래와
산들바람을 사랑하고
아침에 핀 꽃이 향긋한 공기를 사랑하듯이
뜨거운 피 가슴치나니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는 내게 청춘과 기쁨과 용기를 부어라.
새로운 노래로 그리고 춤으로
나를 몰고 가나니 그대여 영원히 행복하여라.
나를 향한 사랑과 더불어.
48. 새빨간 장미 | 번즈75
오 나의 님은 유월에 새로이 피어
새빨간 장미
오 나의 님은 곡조 맞춰 감미롭게
연주된 멜로디.
이처럼 너는 예뻐, 사랑스런 소녀야,
이처럼 깊이 나는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나는 너를 사랑하리, 내 님이여,
온 바다가 말라버릴 때까지.
온 바다가 말라버릴 때까지, 내 님이여,
그리고 바위가 햇볕에 녹아 없어질 때까지
오 언제까지나 나는 너를 사랑하리,
인생의 모래알이 다 할 때까지.
그러니 잘 있어, 단 하나의 내 님이여,
잠시 동안 잘 있어!
그럼 나는 다시 돌아오리, 내 님이여,
만리 먼 곳이라 할지라도.
49.수선화 / 워즈워드
골짜기와 언덕 위를 하늘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가
문득 나는 보았네, 수없이 많은
황금빛 수선화가 무리지어
호숫가 나무 밑에서
미풍에 한들한들 춤추는 것을.
은하수를 타고 흐르는
반짝이는 별들처럼
수선화는 호수의 물섶에
끝없이 줄지어 줄지어 있었네.
나는 한눈에 보았네, 흥겨운 춤추며
고개를 살랑대는 무수한 수선화를.
호숫물이 꽃 주위에서 춤추었지만
반짝이는 물결보다 더욱 흥겹던 수선화
이토록 즐거운 벗과 어울릴 때
즐겁지 않을 시인이 있을건가,
나는 보고 또 보았다, 그러나 그 광경이
얼마나 값진 재물을 내게 주었는지 나는
미처 몰랐었다.
이따금 하염없이, 혹은 수심에 잠겨
자리에 누워 있으면
수선화는 내 마음 속 눈 앞에서 반짝이는
고독의 축복,
내 가슴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춤을 춘다.
50. 무지개 / 워즈워드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은 뛰노라.
내 생명 시작될 때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매한가지,
장차 늙어서도 그럴 것이다.
아니라면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자연에 대한 경애로 이어지기를
51. 나의 사랑아 / 예이츠
내사랑, 나의 사랑아,
나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무엇이 그대의 가슴을 그토록 뛰게 하는지를,
그대의 어머니조차도
나만큼은 그걸 모르리
그 열렬한 생각이
ㅡ그걸 그녀는 부인하고 그리고 잊어버렸지만 ㅡ
그녀의 피를 온통 들뜨게 하고
그녀의 눈에서 반짝이게 할 때
그녀 때문에 내 마음 아프게 했던 게
누구인지
52. 당신의 맑은 두 눈을 / 하이네
당신의 맑은 두눈을 들여다 보면
내 모든 괴로움이 사라집니다.
당신의 고운 입술에 입을 맟추면
내 모든 정신이 되살아납니다.
포근한 당신의 가슴에 몸을 기대면
마치 천국에 온것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해요.당신이 속삭이면
한없는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53. 그대 눈 안에 / 다우텐다이
그대 눈 안에 나를 쉬게 해주십시오.
그대의 눈은 세상에서 가장 고요합니다.
그대의 검은 눈매 안에 살고 싶습니다.
그대의 눈매는 밤처럼 아늑합니다.
대지 위의 아득한 지평선을 떠나
단 한 걸음으로 하늘에 오릅니다.
그대의 눈 안에 내 인생은 끝납니다.
54. 나 일찍이 너를 사랑했었다 / 푸시킨
나 일찍이 너를 사랑했었네.
그 사랑 어쩌면 아직도 감추어진 불씨처럼
내 마음 속에 살아 있다네.
하지만 그것이 너를 낙심하게 하지 말기를,
차라리 잊어버리길.
나는 조그만 괴로움도 너에게 주고 싶지 않거니.
말없이 사랑했었네.
절망적으로 사랑했었네.
지금도 소심하게, 지금은 질투의 마음
나는 그렇게 깊이 사랑했었네.
그렇게 애절하게 사랑했었네.
55. 님은 얼음 / 스젠더
님이 얼음이면 나는 불
뜨거운 내 사랑에도 그대 얼음 녹지않네
어찌된 까닭일까
더워지는 내사랑에
그대 얼음 더 굳어짐은
끓는 듯 뜨거운 내 사랑이
심장마저 얼게 하는 그대 얼음에 식지 않고
더욱더 끓어 올라 불길 더욱 높아짐은
만물을 녹일 불이 얼음 더욱 얼게 하고
뼈까지 얼리는 아픔
타는 불의 기름되니
또다시 있으랴
이보다 이상한 일
사랑은 무슨 힘이기에 천성마저 바꾸는가.
56. 그리움 / 후호
만일 그대 곁에 있다면
어떤 고생도 무서움도 견디리다
친구도 집도 이 땅의 모든 호강도
만일 그대 곁에 있다면 버리리다
나는 그대를 그립니다
육지를 그리는 밀물처럼
남쪽 나라를 그리는 가을날 제비처럼
나는 그대를 그립니다
밤마다 외로이 달 아래 서서
눈 쌓인 그 산을 그리는
집 떠난 알프스 애들처럼
나는 그대를 그립니다
57. 피파의 노래 / 브라우닝
봄 날
이른 아침
일곱 시인데
이슬 젖은 언덕 기슭에서
종달새 노래하며 하늘로 날아
달팽이도 춤추는 가시나무 위
하늘 높은 그 곳에 그 분은 계시나니--
아 온 세상은 광명이어라!
58. 당신을 사랑하기에 / 헤세
당신을 사랑하기에 밤에 나는
그토록 설레며 당신께 가서 속삭였지요.
당신이 나를 영원히 잊지 못하도록
당신의 마음을 따 왔었지요.
당신 마음은 나와 함께 있으니
좋든 싫든 오로지 내 것이랍니다.
설레며 불타오르는 내 사랑에서
어떤 천사라도 그대를 앗아가진 못해요.
59. 잊은 것은 아니지만 / 사포
높다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어
과일 따는 사람
잊고 간
잊은 것은 아니지만
따기 어려워 남겨 놓은
새빨간 능금처럼......
60. 슬프고 어려운 일을 만나거든 / 아우렐리우스
슬프고 어려운 일을 만나거든
이처럼 생각하라
‘지금 내가 당하고 있는 어려운 일은
앞으로도 있을 것이고
타인들도 당하는 일이다’라고
거기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라
‘이런 일은 처음 있는 괴로움이 아니고
과거에도 있었던 것인데
잊어버리게 되었을 뿐이다’라고
당신을 괴롭히고 어렵게 하는 일은
단지 하나의 시련일 뿐이라고 생각하라
뜨거운 불에 달구어야 쇠는 강해진다
지금 껶고 있는 시련을 통해서
당신은 더욱 굳센 마음을 지니게 될 것이다
61. 로렐라이 / 하이네
이토록 슬픈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난 모르오
옛부터 전해오는 이야기 하나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네
바람은 차고 날은 저물어
라인강은 고요히 흘러만 가네
저녁 햇살에 산마루는 빛나고
그 위에 놀라운 모습으로
아리따운 아가씨가 앉아있소
그녀의 금 장신구가 반짝이고
그녀는 금빛 머리칼을 빗질하오
황금 빗으로 빗질하며 노래를 부른다오
경이롭고 마력적인 멜로디가
거기 담겨져 있소
작은 배를 탄 뱃사공
노랫소리에 거친 비애에 빠지고
암초에는 눈을 두지않고 높은 산 위만 바라보네
드디어는 뱃사공과 배를
물결이 삼켜버릴것으로 나는 믿네
62. 가을날 /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살이 찌도록 마련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따뜻한 날을 베풀어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을 돋구어 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앞으로도 집을 짓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랫동안 외롭게 그러합니다.
잠이 깨어,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나뭇잎이 떨어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 사이를 이리 저리 헤맬 것입니다.
63. 낙엽 /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64. 바다의 미풍 / 스테판 말라르메
오 ! 육체의 덧없음에 슬퍼라
나는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었다.
떠나버리자, 저 멀리 떠나버리자.
새들은 낯선 거품과 하늘에 벌써 취하였다.
눈에 비치는 오랜 정원도 그 무엇도
바다에 잠긴 이 마음을 잡아두지 못하리.
오 ! 여인의 요염한 밤이라도 잡아두지 못하리,
흰빛이 지켜주는 여유로움,
그 위에 쏟아지는 나른한 빛도
아이 젖물리는 젊은 아내까지도..
나는 떠나리라! 돛대를 펼치는 커다란 배여
이국의 자연 속으로 배를 띄워라
잔혹한 희망에 시달린 어느 권태는
아직도 손수건의 그 거창한 작별을 믿고 있는지
그런데, 돛들이 이제 폭풍을 부르니
우리는 어쩌면 바람에 밀려 길을 잃고
돛도 없이 돛도 없이,
풍요로운 섬도 없이 난파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오 나의 마음이여,
이제 저 뱃사람들의 노래 소리를 들어라
65. 살아남은 자의 슬픔 / 베르톨트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67. 잊혀진 여자 / 마리 로랑생
권태로운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슬픈 여자
슬픈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불행한 여자
불행한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버려진 여자
버려진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떠도는 여자
떠도는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쫓겨난 여자
쫓겨난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죽은 여자
죽은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잊혀진 여자
잊혀진다는건 가장 슬픈일
68. 사랑 / 바울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약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끼버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리라
사랑은 언제까지든지 떨어지지 아니하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진대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니라
69. 애정의 숲 / 발레리
우린 순수를 생각했었다
나란히 길을 걸으며
우린 서로 손을 잡았다
말없이...이름 모를 꽃들 사이에서
우린 약혼자처럼 걸었다
둘이서, 목장의 푸른 밤 속을
그리고 나눠 먹었다 저 꿈나무 열매
취한 이들이 좋아하는 달을
그리고 우린 이끼 위에 쓰러졌다
둘이서 아주 머멀리, 소곤거리는 친밀한
저 숲의 부드러운 그늘 사이에서
그리고 저 하늘 높아, 무한한 빛 속에서
우린 울고 있었다
오 사랑스러운, 말없는 나의 반려여!
70. 생일 / 로제티
내 마음은 샘물가에서
물 오른 가지에 앉아 노래하는 새
내 마음은 주렁주렁 맺힌 열매로
휘늘어진 사과나무
내 마음은 바다 속에서
헤엄치며 노니는 무지개빛 조가비
내 마음은 이 모든 것보다 더 기뻐요
내 사랑 나를 찾아왔으니까요
비단과 솜털로 단을 세우고
가죽과 자줏빛 물감으로 치장해 주세요
비둘기와 석류를 예쁘게 수놓고
눈 많은 공작도 아로새기고
금빛 은빛 포도송이와
나뭇잎과 붓끝으로 수놓아주세요
내 새애의 생일이 왔으니까요
내 사랑 나를 찾아왔으니까요
71. 이별 / 포르
그러면 마지막 이별의 키스
바닷가에 나아가 보내 드리오리다.
아니 아니 바닷바람 거센 바람
키스쯤은 멀리 날려 버려요
그러면 이별의 정표로써
이 손수건 흔들어 보내 드리오리다
아니 아니 바닷바람 거센 바람 눈물쯤은
이내 말라 버릴 것이오
정말로 그렇다면 언제나 언제나
잊지않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아 그러길레 너는 내사랑
그러므로 해서 너는 내 사랑일세.
72. 고엽 / 프레베르
기억하라 함께 지낸 행복스런 나날을!
그때 태양은 훨씬 더 뜨거웠고
인생은 훨씬 더 아름답기 그지없었지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모으고 있다
모든 추억도 또 모든 뉘우침도 함께
북풍은 그 모든 것을 싣고 가느니
망각의 춥고 추운 밤 저편으로
나는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없었지
네가 불러 준 그 노랫소리
그건 우리 마음 그대로의 노래였고
너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너를 사랑했고
우리 둘은 언제나 함께 살았었다
하지만 인생은 남 몰래 소리 없이
사랑하는 이들을 갈라놓는다
그리고 헤어지는 연인들이 모래에 남긴
발자취를 물결이 지운다
73. 평화의 기도 / 성프란시스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하나 됨을
잘못이 있는 곳에 진리를
의심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며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림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합니다.
74. 모든 것은 지나간다 / 알렉산더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출의 장엄함이 아침 내내 계속되진 않으며
비가 영원히 내리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몰의 아름다움이 한밤중까지 이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땅과 하늘과 천둥,
바람과 불,
호수와 산과 물,
이런 것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만일 그것들마저 사라진다면
인간의 꿈이 계속 될 수 있을까.
인간의 환상이.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라.
모든 것은 지나가 버린다.
75. 이 깊은 상처를 / 하이네
내 마음의 깊은 상처를
고운 꽃이 알기만 한다면
내 아픔을 달래기 위해
나와 함께 눈물을 흘려 주련만.
내 간절한 슬픔을
꾀꼬리가 안다면
즐겁게 지저귀어 내 외로움을
어쩌면 풀어 줄 수도 있으련만.
나의 이 탄식을 저 별이
황금빛 별이 알기만 한다면
그 높은 곳에서 내려와
틀림없이 위로해 주겠건만.
그렇지만 이내 슬픔 아는 이 없네.
알아 줄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내 가슴을 손톱으로
갈갈이 찢어 놓은 오직 한 사람.
정녕 그대들은 아는가 / 하이네
쓸쓸함에
고독감에
오늘도 기다림되어
하염없이 님 기다리고 서 있는
갈대의 흐느낌을 들어 보았는가
애닯다
서럽다
몸부림치는
갈대의 외침을 들어보았는가
그저
불어오는 갈바람으로
흔들리는 갈대의
흔들림으로만 스쳐 지나갈 뿐
지나치는 이
어느 누구도
갈대의 아픔을 알려고도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음을 아는가
정녕 그대들은 아는가
말하지 못하고
내어 놓지 못하고
그저 고개 숙여
삭이고 삭이며 몸으로 우는
고독한
갈대의 아픔을
고독한
갈대의 깊은 고뇌를
또한
붉은 석양 뒤로
눈물 흘리며 돌아서는
갈대의 서글픔까지도
정녕... 그대들은 아는가.
76. 사랑의 노래 / 릴케
나의 마음이 당신의 마음에 닿지 않으려면
내 마음을 어떻게 지녀야 되겠습니까. 당신으로
어떻게 내 마음을 다른 사물들에 미치게 해야 하겠습니까.
아, 나는 내 마음을 어둠 속의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 옆에 간수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깊숙한 곳이 흔들려도
덩달아서 흥들리지 않는 어딘가 낯설고 으슥한 곳에.
그렇지만 우리에게 닿는 모든 것이
우리를, 당신과 나를 하나로 묶어버립니다.
두 현에서 하나의 소리를 끌어내는 바이올린 활같이.
우리는 어떤 악기에 매여 있는 현입니까.
어떤 연주자가 우리를 켜고 있습니까.
아, 감미로운 노래
사랑의 노래/릴케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오직 그대를 사랑하는 내 마음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 한 줄기 빛도 비치지 않는
어두운 암흑 속에서도
나는 그대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내 영혼의 눈길로
그대와 나는 바이올린의 현처럼
서로 공명하면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음악가가 우리를 연주하고 있는 것일까요
오, 달콤한 노래여
그대를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77. 눈 내리는 밤 숲가에 서서 / 프로스트
이 숲의 주인을 난 알 것 같다
하기야 그는 마을에 살고 있으니
자기 숲에 눈 쌓이는 모습을
내 지켜보고 있음을 알리 없지만
한 해 중에도 가장 어두운날 밤 중
가까이 인가 없는 숲과 호수 사이에
내가 이렇게 서 있음을
나의 말馬 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듯
목에 달린 방울을 짤랑 대는게
왜 그러느냐고 묻는 것 같다
그 밖에 들리는 것이라곤
눈송이 날리는 바람소리 뿐
이 숲은 정녕 아름답구나! 어둡고 검은 숲!
그러나 나에겐 약속이 있어!
자리에 들기전에 가야 할 길이 십여리나 되오
자리에 들기전에 가야 할 길이 십여리..
78. 그런 길은 없다 / 베드로시안
아무리 어둔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79. 알바트로스 / 보들레르
자주 뱃사람들은 장난삼아
거대한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
바다 위를 지치는 배를 시름없는
항해의 동행자인 양 뒤쫓는 해조를.
바닥 위에 내려놓자, 이 창공의 왕자들
어색하고 창피스런 몸짓으로
커다란 흰 날개를 놋대처럼
가소 가련하게도 질질 끄는구나.
이 날개 달린 항해자가 그 어색하고 나약함이여!
한때 그토록 멋지던 그가 얼마나 가소롭고 추악한가!
어떤 이는 담빗대로 부리를 들볶고,
어떤 이는 절뚝절뚝, 날던 불구자 흉내낸다!
시인도 푹풍 속을 드나들고 사수를 비웃는
이 구름 위의 왕자 같아라.
야유의 소용돌이 속에 지상에 유배되니
그 거인의 날개가 걷기조차 방해하네.
80. 투명한 사랑 / 바바하리다스
당신의 가슴을 활짝 열고
가슴에 사랑의 꽃을 피우려면
그대 자신을 받아들이고
타인을 받아들이고
세상의 모든 것을 받아 들여라
그러면 그대는 모든 것들이
사랑으로 충만해 있음을 발견할 것이며
사랑이 곧 자신임을 깨닫게 되리라
그대가 자신을 스스로 깨우칠 때
사랑은 그대의 가슴속에서 자라나고
마음은 더욱 순수해질 것이며
더 많은 사랑이 샘물처럼
맑게 솟아날 터이고
그러면 어느날 그대는
사랑과 하나가 되리라
그럴 때 그대는 언제 어디서나
순수하고 투명한 사랑을
스스로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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