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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팔상도

대한유성 2018. 12. 12. 11:27

팔상도

 

부처님탄생부터 열반까지’ 8가지 장면

극적인 생애 묘사숭앙심 고취



조선전기 도상 화풍 잇는 용문사 팔상도

국내 最古로 문화재적 가치 예술미 갖춰

여유로운 정물배치 사실적 표현 특징

송광사.쌍계사 영산전 팔상도눈길


 

 

<예천 용문사 팔상도>

 

팔상도는 부처님 생애 가운데 극적인 사건 여덟 가지를 골라 그린 불화로 영산전이나 팔상전에 봉안된다. 부처님 생애는 크게 전생기(前生期), 금생기(今生期), 전도기(傳道期)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팔상도는 부처님이 세상에 태어난 때부터 열반할 때까지의 금생기 모습을 중심으로 그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팔상도는 경변상(經變相)이나 전생을 그린 본생담도와 달리 기록화적 성격이 짙은 불화라 할 수 있다.

부처님 생애에 관한 기록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이다. 전체 60품으로 구성된 이 경의 내용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째 부분에서는 석존이 전생에 깨달음을 구해 도솔천에 태어났다 다시 마야부인 몸에 입태(入胎)되기까지 내용을 다루고 있다. 둘째 부분에서는 석존이 태어나 결혼해 아들을 낳고 출가해 깨달음에 이르러 처음으로 가르침을 펴는 장면까지 다루고 있다. 셋째 부분에서는 제자들을 가르치는 석존을 묘사하면서 제자들의 생애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하동 쌍계사 팔상도>

 

〈불본행집경〉 내용 중에 팔상도와 관련된 것은 상탁도솔품(上托兜率品).부강왕궁품(俯降王宮品).수하탄생품(樹下誕生品).이모양육품(姨母養育品).습학기예품(習學技藝品).출봉노인품(出逢老人品).정반왕몽품(淨飯王夢品).노봉사시품(路逢死屍品).사궁출가품(捨宮出家品).체발염의품(剃髮染衣品).차익등환품(車匿等還品).왕사왕환품(王使往還品).정진고행품(精進苦行品).향보리수품(向菩提樹品) 등이 있다. 우리나라 팔상도는 〈불본행집경〉을 기본으로 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각 사찰에 남아 있는 오래된 팔상도는 대개 조선시대 제작됐다. 그 내용은 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 등이다.

그런데 화폭의 세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시간적으로 선후 차이가 있고 무대가 서로 다른 에피소드가 한 화면에 공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솔래의상에서, 부처님이 전생의 소구담(小瞿曇) 시절에 도둑으로 몰려 말뚝에 묶인 채 활을 맞는 모습, 흰 코끼리를 탄 호명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와 마야부인 뱃속으로 들어가는 모습, 부처님이 마야부인 겨드랑이에서 태어나는 모습,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치는 장면, 아홉 마리 용이 물을 뿜어 태자를 씻는 모습 등 에피소드들이 동시 진행형으로 한 화면에 등장한다. 소구담 시절에 화살 맞는 사건과 마야부인 잉태는 실로 억겁의 시간 차이가 있으며, 왕궁에서의 잉태와 무우수 아래에서의 출산은 그 무대가 엄연히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한 화면 속에 충전되어 있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시공(時空)이 원융한 우주적 드라마로 승화시킨 결과로 생각된다.

팔상도 제작 의도가 부처님의 극적인 생애를 묘사해 부처님에 대한 숭앙심을 고취시키는 데 있는 만큼 장르별 주제와 에피소드들이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용문사 팔상도 설산수도상>

 

팔상도의 첫 번째 장르인 도솔래의상은 흰 코끼리를 탄 호명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와 마야부인 뱃속으로 입태(入胎)하는 모습을 주제로 하고 있다. 두 번째 비람강생상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정반왕과 마야부인 아들로 세상에 태어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세 번째 사문유관상은 태자가 성 밖으로 나가 생로병사의 실상을 보고 출가를 결심하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네 번째 유성출가상은 생로병사의 고통으로 얽힌 삶에 대해 번민하던 태자가 마침내 궁궐을 떠나 출가하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다. 다섯 번째 설산수도상은 태자가 출가해 설산(雪山)으로 들어가 궁궐로 돌아오라는 청을 거절한 채 수행을 계속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여섯 번째 수하항마상은 보리수 아래 금강보좌 위에 결가부좌하고 선정(禪定)에 들자 부처님 성도(成道)에 위협을 느낀 마왕 파순이 여러 가지 비술로 방해하는 모습과 석가모니가 마군들을 항복시키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일곱 번째 녹원전법상은 부처님께서 정각(正覺)을 이룬 후 녹야원에서 처음으로 설법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여덟 번째 쌍림열반상은 쿠시나가라 이련선하(泥蓮禪河) 사라쌍수 아래서 80세의 생애를 마치고 열반에 든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팔상도의 한 장르마다 그림 속에 2개 내지 4개의 에피소드가 포함되어 있다. 팔상도 전체로 보면 16개 내지 32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되는 셈이다. 장르별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도솔래의상은 ①석가모니가 전생의 소구담 시절에 도둑으로 몰려 나무에 묶여 있는 장면 ② 마야부인이 꾼 태몽을 바라문이 해몽하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비람강생상에는 ①룸비니 동산에서 태자가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나는 모습 ②아홉 마리 용이 물을 뿜어 태자를 씻기는 장면 ③부처님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는 장면 ④태자 관상을 보는 아시타 선인 등이 구름이나 나무로 경계 지워진 공간에 묘사되어 있다. 사문유관상에는 ①동쪽문에서 노인을 보는 태자 ②남쪽문에서 병자를 보는 태자 ③서쪽문에서 상여를 보는 태자 ④북쪽문에서 수도자를 보고 출가를 결심하는 장면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유성출가상에는 ①술취한 부인과 시녀, 태자가 출가했음을 상징하는 빈 의자 ②태자가 출가하던 날 밤 궁궐의 모든 사람이 잠들어 있는 모습 ③성을 넘는 태자를 돕기 위해 사천왕이 태자가 탄 말의 네 발을 떠받고 있는 장면 ④석존을 따라나섰던 마부 차익이 태자 관복을 가지고 돌아와 왕에게 바치는 장면 등이 적당한 간격으로 그려져 있다. 설산수도상은 ①태자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자 제석천이 가사를 받치는 장면 ②태자가 수행하는 곳에 신하들이 찾아와 궁궐로 돌아 갈 것을 간청하는 장면 ③머리 위에 새가 둥지를 틀 정도로 움직이지 않고 열심히 수행하는 모습 ④강에 들어가 몸을 씻은 후 수자타가 바치는 우유죽을 받아먹는 장면을 담고 있다. 수하항마상은 ①금강보좌에 앉아 있는 석존을 마군이 방해하는 모습 ②병을 넘어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마군들 ③부처님 성도를 방해하는 열비(悅妃).희심(喜心).다미(多媚)의 세 미녀 ④1 8천의 마군을 이끌고 온 마왕이 부처님을 항복시키려는 장면 ⑤마군을 물리친 부처님이 지신(地神)에게 증명토록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의 수인을 나타낸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녹원전법상에는 ①교진여 등 다섯 비구에게 최초로 설법하는 장면 ②연화좌에 앉아 대중에게 설법하는 장면 ③수달다 장자가 기원정사 터를 사기위해 땅 위에 황금을 깔고 있는 모습 ④아이들이 흙을 쌀로 생각하여 공양하자 부처님께서 이를 탑으로 바꾸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쌍림열반상에는 ①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든 부처님 모습 ②가섭에게 관 속에서 두발을 내밀어 보이는 장면 ③화장 후 불사리(佛舍利)가 수없이 떨어져 이를 받아 모으는 장면 ④다비에 참석한 각국의 국왕들이 불사리를 8등분 하는 장면 등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용문사 팔상도 수하항마상>

 

팔상도 유물 중에서 문화재적 가치와 예술미를 갖춘 작품으로 용문사 팔상도(보물 제1330), 송광사 팔상도(보물 제1368), 통도사 팔상도(보물 제1041), 쌍계사 팔상도(보물1365), 법주사 팔상전 팔상도 등이 있다. 작품에 따라서는 특정 에피소드가 생략되거나 추가되는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고, 화폭 수에 있어서도 8, 4장 등으로 차이가 나기도 한다.

용문사 팔상도는 조선 숙종 때 제작된 것으로, 현존하는 우리나라 팔상도 중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조선 전기 도상과 화풍의 흐름을 잇고 있다. 화면 구성이 간결하면서 주제가 뚜렷한 것이 특징인데, ‘사대천왕헌의(四大天王獻衣)’, ‘구룡토수관목(九龍吐水灌沐)’, ‘수하탄생(樹下誕生)’, ‘지자연용출사지(地自然湧出四池)’ 등의 글이 이해를 돕고 있다. 송광사 팔상도는 여유로운 경물의 배치와 수목을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 통도사 영산전 팔상도는 빈 공간을 거의 남기지 않고 건물과 나무, 구름 등의 배경으로 적절하게 구도를 나누어 표현하고 있다. 쌍계사 영산전 팔상도는 송광사 팔상도와 유사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허 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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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 고뇌의 강을 건너
글쓴이 : 진흙속의연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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