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자장면 종로의 한 중국집은 맛이 없으면 돈을 안 받는다. 그 집에 어느 날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3학년쯤되어 보이는 아이가 왔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뒤라 식당에서는 청년 하나가 신문을 뒤적이며 볶음밥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자장면 두 그릇을 시켰다. 할아버지의 손은 험한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말 말 그대로 북두갈고리였다. 아이는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할아버지는 아이의 그릇에 자신의 몫을 덜어 옮겼다. 몇 젓가락 안 되는 자장면을 다 드신 할아버지는 입가에 자장을 묻혀가며 부지런히 먹는 손자를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이가 나누는 얘기가 들려왔다. 부모없이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모양이었다. 손자가 하도 자장면을 먹고 싶어 해 모처럼 데리고 나온 길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