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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story]노후 부동산 관리·처분, 신탁으로 끝낸다

대한유성 2021. 2. 27. 13:43

[big story]노후 부동산 관리·처분, 신탁으로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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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1.02.26 09:48 수정2021.02.26 10:06

 

[한경 머니 기고 = 원종훈 KB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장]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세금의 비율이 세 번째로 높다. 그만큼 부동산에 대한 국민적 열망도, 고민거리도 많은 나라다. 자산관리의 만능해결사 신탁에 부동산이 빠질 수 없는 이유다.

신탁업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진행자가 “신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뭐라고 표현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 주저없이 신탁은 “매직입니다”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신탁이라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면 주변에서 신탁이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금융상품에서 신탁을 많이 접한다.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접하는 펀드의 대부분은 신탁으로 만들어진다.
퇴직연금을 포함한 연금 상품도 신탁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신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상품을 만들어내는 도구(tool)로서 신탁을 바라본다면 지극히 작은 기능만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신탁은 자산관리의 도구로서의 기능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신탁은 ‘믿고(信) 맡긴다(託)’는 뜻을 담고 있다. 신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사실은 신탁에 대한 경험을 한번쯤 했을 것이다. 맞벌이 직장인 부부가 출근한 이후에 아이의 육아를 조부모에게 맡기는 것도 신탁이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중에는 해외로 출장을 떠날 때 애완동물을 친구나 가족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신탁의 한 종류이다. 투자에 대한 경험이 많은 친구에게 나를 대신해 투자를 부탁하는 것 또한 신탁이다.
그런데 이러한 유형의 신탁에는 두 가지 특징이 존재한다. 하나는 본인 스스로 할 수 없을 때 신탁을 활용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맡아주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형의 제도권 밖 신탁은 법률적으로 보호받기 힘들다. 신탁이 법률적으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계약으로 구성돼야 하는데, 신탁은 법률적으로 세 가지 유형의 지위가 만들어진다. 재산을 맡기는 △위탁자와 재산을 맡는 △수탁자, 그리고 맡긴 본래의 재산과 그 재산을 운용해 벌어들인 수익을 돌려받을 △수익자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신탁재산의 본래 소유자가 위탁자가 되는데, 신탁계약의 가장 핵심이 되는 사람이다. 그리고 신탁 회사가 수탁자가 된다. 신탁 회사는 신탁계약에 의해서 신탁재산을 관리, 보관, 운용, 증여와 상속 등을 집행해 수익권의 형태로 수익자에게 돌려주게 된다.
이때 수익권은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신탁 회사에 맡겼던 본래의 재산을 △원본의 수익권이라고 하고 해당 재산을 운용하면서 벌어들인 수익을 △운용의 수익권이라고 한다. 이러한 두 가지 유형의 수익권은 위탁자 본인을 수익자로 지정해 수령할 수도 있고, 제3자를 수익자로 지정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원본의 수익권은 위탁자 본인을 수익자로 지정하고, 운용의 수익권은 자녀나 배우자를 수익자로 지정할 수도 있다. 보통 수익자가 위탁자와 다른 경우, 타익신탁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경우 세법에서는 증여로 판단해 증여세를 부과한다.
신탁은 뭔가를 담는 그릇(vehicle)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신탁이라는 그릇에 어떤 종류의 재산이 담기는지 여부에 따라서 금전신탁이 될 수도 있고, 부동산신탁과 유가증권신탁이 될 수도 있다. 수탁자의 역할에 따라서도 다르게 불리기도 한다. 수탁자가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의 관리나 처분의 기능을 하는 경우 관리신탁 또는 처분신탁으로 불려지고, 대출을 위해서 수익권을 양도하는 형식으로 권리를 설정하면 담보신탁이라고 한다. 생전에는 자산관리의 기능으로, 사후에는 강력한 유언의 기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도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자필증서나 공증 등으로 만들어지는 유언장에 비해 유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상속 플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유언장은 보통 상속개시일 이후 상속인에게 집행하고 그 기능이 소멸되기 때문에 상속개시일 이후 상속인이 사망했을 경우에는 추가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 미성년 또는 장애가 있는 상속인의 경우 후견인의 개입이 우려될 수도 있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인 사망을 대비해 제2차 또는 제3차 상속인을 연속으로 설정할 수 있고, 미성년 상속인이 일정 연령에 도달하거나 결혼 등을 하는 경우에 상속을 받도록 조건을 설정할 수도 있다. 원본의 수익과 운용의 수익을 나누어 연속수익자를 지정해 후대에까지 상속 계획을 설계할 수 있다. 노후 부동산 관리, 신탁이 ‘열쇠’ 신탁은 자녀들의 효도를 담보할 수도 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 중에 부동산은 자녀에게 증여하고 싶지만, 여생의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 월세는 본인이 받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계획을 일반적인 증여를 통해서 진행하는 경우, 월세를 받는 부모에게 증여세가 나오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법률적으로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동산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갖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즉, 증여로 부동산을 자녀에게 주면 그냥 끝이라는 것이다. 자녀에게 증여한 부동산의 월세를 부모가 받을 경우, 부모는 자녀에게 현금(월세)을 증여받은 것으로 해석해 증여세가 추징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일반적인 증여를 선택하는 경우 세금 말고도 걱정스러운 것이 또 있다.
증여받은 후 자녀들이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부모에 대한 봉양과 효도에 대한 윤리적 의무를 소홀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부동산을 자녀들에게 증여할 때 효도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효도계약서는 증여계약을 할 때 효도의무를 특약으로 명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증여 후 월 얼마씩 용돈을 주는 것으로 특약을 넣기도 하고, 월 몇 회 이상 손자들과 함께 부모의 집으로 방문해야 한다는 조건을 넣을 수도 있다.
효의 내용을 계약서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 한편으로 우습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가족의 상황에 따라서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효도계약은 부담부증여의 한 형태인데, 자녀들에게는 상당한 심리적인 압박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효도계약에도 한계는 있다. 자녀가 특약에 명시된 효도 의무를 위반했더라도 소유권을 원상 회복시키는 절차가 다소 어렵다. 자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효도계약은 자녀들에게 불효를 예방하는 심리적 압박 수단이 될 수는 있겠지만 확실하게 효도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반면 신탁을 활용하는 경우, 증여나 상속의 본인 목적을 달성하면서 노후 대비와 효도까지 담보할 수도 있다. 부동산의 원본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임대수익은 본인이 수령하는 것으로 설계도 가능하다. 유언대용신탁을 통한 유류분 방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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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은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증여 또는 유증 받지 못한 상속인들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확보해주기 위한 제도다. 자필유언이나 유언공증 등이 법적 요건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수혜를 받지 못한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의 최소한을 받을 권리(유류분)를 인정하고, 그 금액에 미달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유류분은 상속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좋은 취지로 만든 제도이지만 위헌소송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피상속인의 재산 분할과 관련한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유류분 산정에 먼저 기초가 되는 재산은 ‘상속 개시 당시의 재산’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포함한다.
이 중 증여재산의 가액은 공동상속인이 증여를 받은 경우에는 시기 제한 없이 모두 가산된다. 아무리 오래전에 증여한 것이라 하더라도 상속인에게 증여한 대상 재산은 유류분 금액을 산정할 때 포함된다. 공동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한 경우에는 상속 개시 전 1년 이내에 증여한 것만 가산된다. 그래서 손자나 사위, 며느리에게 1년 전에 증여한 재산은 유류분 청구에서 제외된다. 다만 당시 증여자와 수증자 쌍방이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 권리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있다면 1년 전에 증여한 것도 유류분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유류분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속재산이 있을까. 민법에서는 상속재산의 범위를 재산종류별로 상세하게 나열하고 있지 않지만, 세법에서 상속세 계산을 목적으로 상속재산의 범위를 확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보통 민법에서의 상속재산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의 본래 상속재산과 그 범위가 일치한다고 본다. 그런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본래의 상속재산 외에 추가적으로 간주상속재산도 상속재산에 포함시켜 상속세를 계산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간주상속재산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보험금 △피상속인의 퇴직금 △신탁재산이다. 논리적으로 판단한다면 본래의 상속재산이 아닌 세 가지 유형의 재산은 상속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상속 포기의 대상이 될 수도 없고, 유류분 청구의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유류분 청구 대상의 상속재산을 판단할 때 간주상속재산도 유류분 청구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유류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상속세의 부담도 커진다.
유류분 청구의 대상이 되는 민법에서의 증여와 상속세를 계산할 때 합산의 대상이 되는 증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 합산 대상이 되는 사전증여재산은 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해서 10년 이내에 증여한 것만 상속재산과 합산된다. 그렇기 때문에 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해서 10년 전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 계산 대상에서 완벽하게 제외된다. 그러나 10년 전에 증여한 재산이 유류분에 포함되면 상속재산에 포함돼 상속세가 다시 계산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미 10년이 경과돼 끝난 증여가 상속세 계산에 반영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20년 전에 증여세를 납부하고 종결된 대상이라도 유류분이 받아들여지는 경우 상속개시일로 다시 평가해서 상속세를 계산한다. 유류분 대상에 포함되면 과거에 당초 증여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유언대용신탁을 통해서 유류분을 방어할 수 있는 긍정적인 판례가 나왔다.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1년 전에 신탁 회사를 통해서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하는 경우, 신탁재산은 유류분 청구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탁계약으로 부동산을 금융기관인 신탁 회사로 명의를 옮기는 과정을 상속인 외의 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해석하고, 상속개시일 1년 전에 이뤄진 신탁(증여)이라면 유류분 대상으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신탁, 유류분 방어의 유일한 대안 또한 상속이 개시돼 수익권을 수익자에게 지급할 경우에도 유증이 아니라 계약에 의한 명의 변경으로 해석한 것이다. 물론 1년 이전에 신탁(증여)한 재산이라도 쌍방이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 침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여전히 유류분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탁재산이 유류분에서 완벽하게 제외되는 상속재산이라고 해석을 내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탁에 의한 명의 변경 자체를 증여로 해석한 것이고, 신탁 회사를 상속인 외의 자로 해석한 것뿐이다. 2심 판결에서도 유류분 청구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이때의 논리는 유류분 청구권자가 상속이 개시되기 전에 충분한 사전증여를 받았기 때문에 유류분을 청구할 수 없다는 논리가 더해져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유류분 청구권자가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대법원의 판례가 나오지 않은 부분도 아쉽다.
하지만 유언대용신탁이 제도권에 출시된 상품 중에서 유류분 방어의 가능성을 보여준 유일한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감을 갖게 한다. 신탁은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다. 생전에는 본인의 자산관리와 노후 준비를 할 수 있고, 사후에는 강력한 유언의 기능으로 상속을 집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너무나 많다. 유언공증이나 자필유언과 비교해서 유일하게 불리한 점을 하나 고르라면 유언 내용의 노출 가능성이다. 실제 유언대용신탁을 하는 경우 부동산 명의가 신탁 회사로 옮겨지게 되고, 원할 경우 신탁원부를 열람할 수도 있다.
설사 중요 내용의 노출을 가린다고 하더라도 유언대용신탁을 했다는 것 자체를 숨기기 어렵다. 또한 신탁을 활용할 때의 절세효과를 보기도 어렵다.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주택을 유언대용신탁 등으로 등기하는 경우 본인의 다른 주택과 합산하지 않고 종합부동산세를 계산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세법이 개정돼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부동산등기법’ 등을 개정하고, 신탁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이 같이 병행된다면 신탁은 분명 자산관리와 상속과 증여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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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신탁 #빅스토리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