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폐업조차 못하나..권리금의 '덫'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김현정 입력 2021. 01. 12. 10:30 수정 2021. 01. 12. 14:57 댓글 115개
수억원 바닥 권리금이 순식간에 '無권리'로 시장에
권리금 회수 못하면 빚더미
"쓰던 집기 인수만이라도" 눈물
2020년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집기 인수 조건으로 바닥 권리금 8000만원짜리 상가를 무권리로 넘깁니다."
대구 동성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오모씨는 수개월째 임대료도 내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자, 최근 폐점을 결심하고 가게를 내놨다. 8000만원이던 권리금을 5000만원, 3000만원까지 낮춰봤지만 인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철거비용이라도 아끼려 집기 인수만 조건으로 내걸었다. 오씨는 "더 좋은 상권은 권리금만 수억 원인데, 그대로 나가면 다 빚이 되는 셈"이라며 "깔고 앉은 권리금 때문에 이도저도 택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피눈물만 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1년째 이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쉽사리 폐업을 결정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초기비용으로 쏟은 권리금이 꼽힌다. 권리금은 쉽게 말해 ‘자릿세’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임대차 계약과는 별개로 해당 영업용 건물과 관련한 ‘재산적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상 여기에는 영업시설, 비품 등 유형물뿐 아니라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그리고 결정적으로 ‘점포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것이 포함된다.
문제는 법(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3)에서는 그 성격만 명시할 뿐 보호하지는 않는 투자비용이라는 점이다. 명동, 종로, 이태원, 홍대입구 등 서울 내에서도 금싸라기로 꼽히는 관광지 및 유명 상권에서마저 코로나19 사태 이후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하모씨는 "가게를 열 때 권리금만 1억300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0원이라고 봐야 한다"며 "지금은 무권리에도 공실이 넘쳐난다"고 토로했다. 마포구 서교동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한모씨도 "한창 영업이 잘될 때는 상가 거래 브로커의 영업 전화도 많이 받았다"며 "이제 권리금 회수는커녕 인수자 찾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와 공급을 기준으로 봐도 공급 과잉에 따른 권리금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KB부동산 보고서(상업용)’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상가 건축허가 면적은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19.2%, 착공 면적은 1.3% 증가했다. 보고서는 "자영업 경기 침체 등으로 임대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까지 늘어 공실 증가와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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