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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시 찾은 옛 수덕여관

대한유성 2010. 10. 22. 22:26

수덕사를 향하는 길목의 옛 수덕여관을 다시 찾게 됨은 정확히 2년 하고도 한 달여 만인데 

지금은 격자로 짜놓은 수덕여관의 정문이지만 그옛날 수덕교 돌다리를 건너오면

사립문이 이방인을 맞이했을거란 생각에 닿게 되니 흘러간 시간속에 잃어버린 운치이자

옛 수덕여관이 이루어놓은 명성과 함께 숨겨놓은 향수의 목마름이 어찌아니 일어날까요?

 

 

수덕여관, 고암 이응로 화백의 부인이 운영하던 수덕여관은 일제 강점기에

신세계의 개화를 꿈꾸던 여류화가이자 신여성운동가였던  정월(晶月) 나혜석이 묶었고

일엽스님이 속세의 아들과의 재회가 이루어진 곳으로도 유명한 일화가 있는 곳,

 

 

두어 해 전에 방문했을 때는 하얀 적삼을 입은 아낙네가 호미로 풀을 매는

한가로운 모습이 기억으로 떠오르는 수덕여관 뜨락에는 방문객의 발자국 소리만

사각거리며 사방으로 튀어나갈 뿐 한가롭기 그지없어 보입니다.

 

 

옛 수덕여관은 앞뜰이든 뒤뜰이든 간에 정갈하게 쓸어진 채

허튼 나무잎 한 점 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으니 어찌보면 삭막하다는 느낌을 강요받게 됩니다. 

 

 

 

 

  

지금은 수덕여관의 옛 모습을 복원시킨 뒤 수덕사 선미술관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마을을 담지 못하면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으니 문제입니다.

 

 

그림자 진 마당 한켠에 놓아둔 수구에서 피어난 몇 송이 수련의 청아한 자태를 보게 되니

그나마 잃어버린 향수를 아쉬워하는 빈 마음을 달랠수가 있어 다행입니다.

 

 

 

늦둥이로 피어난 수련의 자태도 고우려니와 꽃색 역시 곱고 곱습니다.

 

 

 

붉은 배롱나무 백일홍이 이제서야 낙화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하니

이곳 덕숭산의 가을이 소리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눈으로 보게 되는 광경입니다.

 

 

이응로 화백의 암각화 옆으로 짙은 음영이 내려앉은 그 사이에 작은 동자승이 섰는

석정(石井) 위로 동전 몇 닢이 얇은 사바인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수덕여관 키 낮은 격자 목문 앞 도랑위에 놓인 돌다리 아래로 덕숭산 기슭을 타고 내려오는

맑은 물소리는 변함없이 졸졸거리고 있는 가운데 옛 여주인은 간데없고 다만

이방인의 발걸음만 바쁘게 와닿으니 수덕여관의 이름은 까마득한 옛추억이 되어버립니다. 

 

 

 

출처 : 가을남자의 평상심(平常心)
글쓴이 : 가을男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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