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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혼자 굴러가지 않는다. 노사가 아닌 가족이 되어라!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세 장수를 들라면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일본통일의 주역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리더십은 전혀 달랐다. 넘치는 추진력으로 난세를 평정한 장수가 오다 노부나가라면, 남이 닦아놓은 길을 꾀를 내서 먼저 걸어가는 문둥이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눈과 비가 내려 물길이 생기면 가뭄이 들 때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인내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그들의 리더십을 쉽게 알 수 있는 좋은 예로 ‘울지 않는 두견새의 처리 방법’을 들고 있다.
울지 않는 두견새는 목을 쳐라. -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게끔 만들어라. -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 때까지 기다려라. -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이렇듯 서로 다른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일본의 통일을 이룩해서 백성들을 혼란으로부터 구해냈다는 점이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장수들로 남아 있다.
이러한 예는 ‘일본경영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세 명의 기업가를 꼽으라면 마쓰시타 그룹의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와 혼다 그룹의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교세라 그룹 명예회장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를 든다. 이들 역시 자신의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으켜 존경을 받고 있지만, 그들의 경영철학은 서로 다르다. 마쓰시타 회장이 유교적 성격을 띤 인仁의 경영을 펼쳤다면, 혼다 회장은 후지사와 다케오藤澤武夫를 평생 파트너로 두고 엔지니어로서 창조 경영을 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자신이 쓴 책 이름처럼 ‘카르마 경영’ 즉, “사념(思念; 생각한 것)이 업(業; 일)을 만든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이들이 ‘일본 3대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대단한 매출액을 이룩한 대기업의 창업주이기 때문이 아니다. ‘경영자가 가야할 길’을 제대로 알고 그 길을 향해 평생을 걸어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영자가 가야 할 길’이란 무엇일까?
출처 : 동아닷컴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705160038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혼다 소이치로는 미쓰비씨전자(나쇼날)과 혼다 오토바이라는 소매제품을 파는 회사의 경영자인 때문에 수많은 책과 일화로 잘 알려져 있다. 반면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아는 사람만 안다. 그의 회사인 ‘교세라’는 전자부품회인 때문일 것이다. 그는 회사보다는 오히려 ‘아메바 경영’, ‘카르마 경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늘 그의 책 <경영의 원점, 이익이 없으면 회사가 아니다>를 읽었다. 원제목은 <實學·經營問答>高收益企業のつくり方 ; <실학경영문답>고수익기업을 만드는 법 이다.
이 책은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경영자를 위한 책이다. 더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다른 젊은 경영자들이 ‘어떻게 해야 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을지’의 고민에 대해 답을 해 준 책이다. 이나모리 회장은 젊은 경영자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 ‘세이와주쿠’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일본에만 50개가 넘고 미국℃· 브라질· 중국에까지 있다니 엄청난 규모다. 모든 결정에 대해 결국은 홀로 내려야 하는 ‘고독하고 책임이 무거운 사장’이라는 자리에 있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老회장이 모임을 만들었다는 ‘세이와주쿠’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자신이 경영을 하면서 가진 평생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자세, 딱히 부족할 것 없는 자리의 사장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남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멘토링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나모리 회장은 경제 불황으로 위기에 봉착한 경영자들에게 ‘원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원점이란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말한다. 그는 원점을 되찾는다면 반드시 돌파구를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책의 시작과 함께 ‘회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하는 큰 화두를 던졌다. 책 제목으로 짐작하건데 ‘이익’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유였다. 이나모리 회장은 궁극적으로 회사는 ‘전 직원의 행복을 추구하며, 인류와 사회의 진보 및 발전에 공헌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것은 교세라의 경영이념이다. 그 역시 처음 회사를 차렸을 때 목적을 ‘내 기술을 세상에 알리는 무대’로 삼았다. 하지만 직원들이 바란 것은 ‘그들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이었다. 그는 곧 회사는 기술자인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사는 전 직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합니다. 따라서 모두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는 ‘이익’을 남겨야 한다. 그리고 되도록 많이 남길수록 좋아진다. 이나모리 회장은 이 같은 경영이념으로 사원들을 독려하고 함께 해 창업한 지 20년 후에는 매출액이 3조엔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렇습니다. 회사를 경영하려면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난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경영자는 회사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즉 회사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나아갈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그 해답을 구한 뒤에야 비로소 회사를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경영자가 분명한 목표를 갖고 그 것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회사의 성패가 달라집니다.”
- 이나모리 가즈오 (22-23 쪽)
젊은 경영자들의 고민중에는 적당한 수익이 있는 기업에 좀 더 투자를 해서 규모를 키우면 수익이 늘어나지 않을까 고민하고, 리스크는 줄이면서 수익을 높이는 방법을 구하는 경영자도 있었다. 회사를 인수하기에 앞서 인수회사 직원들과의 불협화음을 걱정하는가하면, 모두가 다 웃을 수 있는 급여체계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경영자라면 누구나 언젠가 겪게 되는 고민들이었고, 구체적이었다. 이나모리 회장의 대답 역시 명쾌하고 현실적이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질문은 OEM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경영자가 수익성은 있지만, 이젠 남의 일(OEM)보다 내 일(자사 브랜드)을 하고 싶은데, 자신의 생각이 과연 옳은가 하는 질문이었다. 이나모리 회장은 자사 브랜드 제품은 도급업체에게 악마의 유혹과 같다며 안이하게 뛰어들어서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도급업체라는 현실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문제에 정면으로 맞설 것을 권했다. 안으로는 수익성을 높이고 밖으로는 생산성을 높여 다른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가격으로 제품을 만든다면 OEM이면서도 자신의 브랜드를 갖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품질과 비용면에서 우수해짐다면 OEM 업체이기 때문에 선전·광고비가 전혀 들지 않아도 세계 업체들이 먼저 손을 내미는 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이 대목에서 나는 이나모리 회장의 조언을 설명해 줄 적당한 사례로 국내업체 백성학 대표의 ‘영안모자’가 떠올랐다. 전 세계 인구 중에서 열 명 중 네 명의 머리에 씌여 있는 모자는 국내기업 ‘영안모자’가 생산해 낸 제품이다. 지난 4월 29일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영안모자는 59년 모자 70개로 시작해 현재 전 세계 10개국 17개 법인망을 통해 현재 세계 시장의 35%를 장악하고 있다. 생산량은 연간 1억 개의 모자를 생산해 16억5000만 달러라는 매출을 올리는 모자왕국이 된 것이다. 그 뿐 아니라 그는 대우버스(2002년)를 인수해 전 세계에 7곳에서 공장을 돌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고 미국에 본사를 둔 클라크지게차(2003년)를 계열사로 편입시킨 바 있다. 백 대표가 OEM을 포기하고 자사의 모자 브랜드를 출시하고 그에 몰두했다면 이와 같은 결과는 얻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젊은 경영자들과 이나모리 회장간의 대화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갖게 되는 경영자의 딜레마에 대한 사례들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노회장의 대답은 명쾌하고 주장에 대한 근거는 탁월했다. 이나모리 회장을 통해 우리가 선배들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를 새삼 알 것 같고, ‘살아있는 백과사전’이라고 하는 노인을 공경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결론에 이르러 ‘회사를 고수익 체질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우선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회사를 고수익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간정하게 소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수익 기업으로 거듭나야 여유있는 경영 즉, ‘강에 댐을 세워 항상 물을 담아두듯이 여유를 갖고 경영할 수 있는 ’댐식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출은 최대한 늘리고, 비용은 최소한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도 ’고수익을 실현하는 기업‘의 존재이유는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을 지켜주기 위함‘에 있음에 있다.
이 책이 말하는 ‘경영의 원점‘이라는 의미 역시 ‘회사는 경영자인 나를 위해서 보다 직원들과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고 경영자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점을 경영자가 명확히 밝히고 지켜나간다면 직원들 역시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에 ‘고수익의 회사’를 이루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의 경제계에 ‘회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하는 화두는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경영자와 경영자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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