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스킬/기타 낙서장

[스크랩] 이인로 선생의 山居

대한유성 2010. 6. 15. 06:45

앞서 올린 송시열선생의 금강산과 함께 게재하려다 너무 길게 늘어져 보시는 분들께 미안한 생각이 들고 하여 따로 페이지를 달리

게재하게 되었다. 이 글도 앞서 말한대로 봄이 오는 듯 가버리고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이라 깊은 산속에서 사는 그의 시가

운치에 맞을 듯하여 선했다.

                                            

山 居 ( 산 거 )

 

春去花猶在 (춘거화유재)

天晴谷自陰 (천청곡자음)

杜鵑啼白晝 (두견제백주)

始覺卜居深 (시각복거심)

 

봄이 가고야 꽃은 제철인양

갠 날에도 어둑한 골짜기

두견새 한낮에 우니

진정 알괘라 내 사는 곳 깊은 줄을...

作者

 

李仁老(이인로) 1152~1220 (의종6-고종7)

문인, 학자. 자 眉叟, 호 雙明齋(쌍명재)

고아가 되어 중 도일에게서 성장하였다. 정중부의 난에 중이 되었다 가 환속하여 문과에 급제하여

秘書監, 右諫議大夫등을 역임하였다.

글씨에 능했고 銀臺集, 雙明齋集 등이 있었으나 현전하는 것은 破閑 集 뿐이다.

 

 

花猶在: 꽃이 오히려 있음

天晴: 하늘이 갬, 구름 없이 맑은 날

谷自陰: 골짜기는 절로 그늘 짐, 둘러싼 산의 높음과 숲의 짙음을 간접적으 로 형용한 것

杜鵑: 두견새, 子規

白晝: 한낮, 대낮

始覺: 비로소 깨달다(깨달음)

卜居: 가려서 정한 주거지

 

 

감상을 위한 말

 

   봄도 지각하는 후미진 곳, 산 높고 숲 짙어 갠 날에도 그늘지는 어둑한 골짜기, 대낮에 울어쌓는

두견새 소리를 들어면서 비로소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무던히도 깊은 두메산골임을 사무치게 느끼고

있는 작자...

마치 내가(夢齋,본인)사는 서울 끄트머리 이곳에서 아침, 햇살이 비칠 때, 해가 중천에 있는데도 뻐꾸기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니, 6월, 지금의 내 마음 같기도 하다.

   이 글의 표면상의 표정은 일체의 감정이 배제되어있어 그저 대범스럽고 덤덤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深의 여운에는 골의 깊이만큼 이나 무슨 사연, 곡절,, 무슨 한 같은 것이 함께 있음직 한데...

그것은 작자의 가슴속에 항시 그늘져 있는 우수를 잠들지 못하게 일깨우고 있는, 저 밤을 이어 우는

한 낮의 두견새 소리 때문인지 모른다.

   촉나라를 못 돌아감이 한이 되어 歸蜀道를 되뇌인다는 새, 두견이의 슬픈 전설이랴... 청승맞은 가락

때문이랴...

   조실부모하여 중에게서 길러졌다는 이 혈혈한 그의 삶이 어찌하여 불제자로 영영 산사에 남지 못하고

출세간의 속세에 정을 붙였다가 정란에 쫓기어 다시 入山爲僧, 그리고 또 환속하는 기구한 역정을 겪은

작자이니 그 깊은 속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비록 철이 늦었어도 꽃은 어둠속의 등불인양 밝고, 두견의 소리가 지겹기도 하지만, 울다 그치면 다시

울기를 기다려지고 위안이기도한 가운데 속세의 한 가닥 그리움을 못잊는 그 역설적인 감정을 深자 속에 보살로 묻었지만 끝내 감추지 못한 몇 가락이 내밀한 속마음을 은근히 비춰내고 있다. 멀리 세상을 등지고 살며 철늦은 꽃, 슬픈 새소리를 더불어 산정에서 산정으로 건너는 하루의 해를 보내며 살고 있는 이 深의 음감 속에 번민의 삶, 한숨이 서려있음을 훔쳐본다. 자족인 듯, 자탄인 듯한 한이 深의 묘한 감정, 이 시의 주제라 할 수 있으리라.(2010, 6. 11)

 

 

 

출처 : 로설헌주인의 흔적들
글쓴이 : 夢齋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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