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오래 기억되는’ 게티즈버그 연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읽어보면 앞서 굿윈의 해석에 수긍이 된다. 누구나 한번쯤 그의 연설문의 일부분 또는 전문을 읽은 경험이 있겠지만, 새삼 나이가 든 후 다시 들여다보니 정말 완벽한 구조와 내용을 담는 명 연설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링컨이 살던 시대에서 100여년이 지난 다매체 다채널 시대, 그리고 소위 스피드의 시대를 살면서도 스피치 영역만큼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길게 집중 못하는 영상 시대를 배려해 짧고 명쾌한 연설,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유머와 재치가 풍부한 연설,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완벽한 연설을 만나기란 아직도 힘들기 때문이다. 소위 말을 잘 한다는 사람은 마이크를 잡으면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는 욕망을 제어하기 어렵고, 반대로 언변이 뛰어나지 못한 사람은 남이 써준 원고에서 잠시 벗어나 현장 분위기에 따라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이러한 현실이니 연설, 스피치라는 말을 떠올리기 만해도 청중들은 지루하고 답답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100여 년 전, 250여 개 단어로 구성된, 2분 내외의 군더더기 하나 없는 게티즈버그 연설. 이 연설은 제일 먼저 자신이 아무리 말을 잘 하더라도 청중을 고려해 스피치의 길이를 절제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허공에 떠있는 긴 말보다는 진실한 한마디가 우리에게 더 깊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 삶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라 리더의 스피치는 ‘긍정적 의미 부여의 힘’을 가져야 한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짧다는 미덕을 갖춤과 동시에 리더의 스피치가 여타의 스피치와 어떤 점이 달라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연설은 크게 3가지 내용을 담고 있는데, 첫 번째, ‘미국이라는 나라가 자유와 만인 평등이라는 명제 속에서 탄생됐다’는 국가의 정체성을 언급했고, 두 번째는 게티즈버그 전장에서 죽어간 전사자들의 죽음을 노예들의 자유와 만인 평등(미국의 건국 이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것으로 의미 부여했다.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우리들이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작은 이익에 매달려 남과 북으로 서로 대립해 국가를 위기로 내몰지 말고, 더 큰 가치인 미국을 위해 자신을 바치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 연설을 보고 있자니, 말이 가진 ‘의미 부여의 힘’이 느껴진다. 역사도 현재의 시점에서 그 당시 사건과 상황에 대한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이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행불행(幸不幸)이 좌우된다. 종교인들은 대체적으로 우리 삶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해준다. 예를 들어 시련은 우리를 더 큰 사람이 되도록 단련시키는 과정이라고 의미 부여를 해줄 때, 비로소 힘들기만 하고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던 시련이 다르게 보이고,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언어의 힘’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국가의 리더가 ‘긍정적 의미 부여’를 해준다면 ‘부정적 의미 부여’를 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리더의 ‘의미 부여’ 역할은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긍정적 언어를 사용하느냐, 부정적 언어를 사용하느냐와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 긍정적인 의미의 말들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부정적 의미의 말들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그 말들에 묶여 인생을 소모해버리기 십상이다. 리더의 ‘부정적 의미 부여’는 자칫 국가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될 수가 있다. 앞서 역사가 굿윈도 지적했듯이 링컨은 미국이 당시 겪는 어려움은 잘 극복될 것이라는 희망, 그것은 바로 상황에 대한 긍정적 의미 부여와 미국인들이 이를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 두 가지를 담아내려고 했다. 이처럼 그의 긍정적인 시각이 만든 긍정적인 말들은 그의 리더십의 토대가 됐다. 리더의 스피치는 ‘정체성의 문제’를 다룰 때 긴 생명력을 가진다 ‘링컨은 곧 미국이요, 미국은 곧 링컨’이라고 할 정도로 링컨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은 대단하다. 지폐에도, 차 이름에도, 길 이름, 건물 이름, 마을 이름, 도시 이름에도 링컨이 들어있다. 이처럼 리더가 그 사회와 동일시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진 않다. 그런데 링컨에겐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뭘까?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전쟁까지 치르며 어렵게 독립국가가 됐다. 그리고 ‘자유’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명제를 내세우며 미국을 탄생시켰다. 이렇게 힘들게 독립 국가를 이루었는데 남북전쟁으로 나라가 또다시 갈라지게 된 상황이 닥쳤다. 100년도 채 안 된 시점이었다. 국민들 마음에도 미국이 사라져선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고, 이 마음을 링컨이 모를 리 없었다. 연설을 통해 미국이 어떤 국가인지 그 정체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또 말했다. 그리고 링컨은 실제 정치를 통해서도 미국을 지키기 위해서 편을 가르지 않는 통합의 정치, 포용의 정치를 보여줬다. 그는 두 동강이 날 뻔한 미국을 지켜낸 대통령이었다. 미국의 정신,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지켜낸 리더였다. 그래서 링컨은 미국 그 자체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리더는 그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정체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을 그 어떤 것보다 가장 높은 가치로 두어야 한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짧았지만, 미국의 정체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념비적인 텍스트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게티즈버그 연설의 원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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