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을의 동쪽과 서쪽에 신발가게가 하나씩 있었다. 하루에 평균 열 켤레씩 팔렸다. 분산돼 있던 신발가게를 한 곳에 모았더니 백 켤레씩 팔렸다. 흩어져 있던 것을 모았을 뿐인데 열 배의 효과가 난 것이다. 이 이해할 수 없는 힘을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라고 부른다. "시스템 에너지"의 준말이다. 두 개의 가게가 모여 "시장"이라는 시스템이 생겼고, 이 시장이 에너지를 창조해낸 것이다.
2. 시스템은 "두 개 이상의 객체가 연합하여 객체 상호간의 논리적 연관성을 가지고 특정 목적을 수행하는 유기체(entity)"로 정의된다. 인체도 시스템이다. 수많은 내장과 조직들로 구성돼있다.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이라는 논리적 연관성이 존재한다. 그 논리적 연관성에 의해 대뇌가 일일이 통제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건강을 유지시킨다.
3. 자동차 부품을 나열하면 에너지가 나오지 않는다. 논리적 연관성에 따라 배열해야 자동차라는 시스템이 나온다. 자동차라는 시스템이 내는 힘은 괴력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만든 사람들이 맨손으로 발휘하는 힘은 미미하다. 공자 말씀이나 엄명은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먼저 시스템을 만들고 시스템으로 하여금 괴력을 발휘케 해야 한다.
4. 시스템은 목수의 연장 같아서 사용자의 능력만큼만 유용하다. 능력이 우수한 목수도 연장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훌륭한 목수는 능력과 연장을 동시에 발전시킨다.
5. 과거 수 십 년간 은행객장에 질서가 없었다. 최근에 "순번대기번호표" 시스템이 등장했다. 질서가 선진국 수준으로 변했다. 그 간단한 시스템 하나면 될 일을 가지고 우리는 과거 수 십 년간 애꿎은 국민의식만 탓했다.
6. 어렸을 때 동네 침할머니는 배 아픈 아이에게 침을 놓았다. 아픈 곳은 배였지만 침은 손가락에 놓았다. 인체의 시스템을 이용한 것이다. 조직병리에 대한 치료도 이렇게 해야 한다.
7. 성인군자로만 구성된 사회는 없다. 의식개혁을 통해 선진국이 된 나라도 없다. 시스템을 훌륭하게 가꿨기 때문에 선진국이 된 것이다.
7. "그렇게 하라"고 말하는 건 시스템이 아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게 시스템이다.
8. 시스템은 성악설에 기초해서 설계하고, 리더십은 성선설을 기초로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반대로 가고 있다. 시스템은 성선설을 전제로 엉성하게 짜놓고, 리더십은 비인격적인 방법으로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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