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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조직화를 통한 기후 해방구, 기후체제 전환의 시작과 끝

대한유성 2022. 7. 28. 06:26

주민 조직화를 통한 기후 해방구, 기후체제 전환의 시작과 끝

[3등이 이긴다. 한국정치 3분지계] ③

박승옥 60+기후행동 공동운영위원장  |  기사입력 2022.07.28. 02:31:22
 

 

 
대의정의 정당은 선거정당이다. 당원들이 지역에서 벌이는 일상의 민주주의 정치활동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 오직 선거 때 후보를 정하고 투표를 할 때에만 당원들에게 '참여'를 독려한다. 현실 정치란 선거에서 당선된 엘리트들만의 전유물이다. 대의정은 철저히 엘리트 금수저 계급의 이익을 위한 그들만의 정치다.

한국의 230여 개 시군구 지역, 특히 읍면동에는 거의 모두 지역 주민들의 현안, 이른바 민원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시군구의원이나 시장-군수-구청장, 국회의원들은 이런 민원을 해결해주는 해결사 노릇을 한다. 한국의 정치인이란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들 민원을 해결해주는 행정 대리인들이다.

그런데 이런 민원의 상당수는 사실 조금만 법과 제도, 민원 해결 절차를 알면 주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진보정당이나 녹색당이 풀뿌리 민주주의 정당이라면 정당 활동가는 이런 주민들의 민원을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게끔 촉진하는 직접 민주주의 촉진자, 조직가여야 하지 않을까. 시민사회단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진보정당과 녹색당, 시민사회단체 등에는 이런 주민정치 조직가, 촉진자 양성과 교육 전략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 자치단체장 수는 약 4300여 명에 이른다. 여기에 국회의원 보좌관, 자치단체장이 임명할 수 있는 정무직 공무원과 산하기관장, 국고 지원을 받는 정당 실무자들까지 합하면 정당정치 활동가 숫자는 1만여 명을 훌쩍 넘어선다. 

시군구 지역에서 한 사람의 정당정치 활동가가 1백명 이상의 주민을 조직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의기 투합한 10여 명의 초동 주체들이 개인 인맥을 총동원하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농민단체 등과의 연대연합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면 적어도 150명 이상의 조직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150명 이상의 주민이 내는 1만 원 이상의 후원회비와 당비를 근거로 매일 읍면동 지역을 돌면서 4년 동안 민주정치 촉진자로서 정치 활동을 했는데도 시군구 의원이나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당선이 안된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4년 활동해서 안되면 8년을 하면 아마도 대부분 모두 당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미 기존 정치인들의 유사한 사례를 통해 충분히 입증된 방식이다. 

주권자인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은 힘이 없고 무력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서슴없이 엘리트 정치인들은 주권자 인민을 '개돼지'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민이 두세 사람 이상 모여 개인 문제가 아닌 지역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 그 두세 사람은 곧바로 대한민국의 주인인 주권자로서 정치의 영역으로 발을 내딛게 된다. 주민 100여 명이 사발통문에 서명을 하고 조용히 떼를 지어 일렬로 줄을 서서 집단으로 시청이나 군청으로 걸어들어가 똑같은 민원을 한 명씩 100번을 제기하면 그렇게 큰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어지간한 민원은 거의 즉시 해결될 수 있다. 

이것이 풀뿌리 직접 민주주의 정치의 시작이다. 이것이 주민조직화의 힘이다. 이것이 인민이 자신의 힘을 깨닫고 '개돼지'에서 자존감을 회복한 주권자로 거듭나는 가장 힘 있는 길이다. 

선거정치, 기후체제 전환의 트로이 목마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새로운 결집을 이루어낼 수 있다. 도원결의와 150여명의 마음을 합하면 지역에서부터 새로운 기후정치 혁명을 이루어낼 수 있다. 

유승찬의 천하 3분지계는 오늘의 한국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의 기후정치 세력화 전략일 수 있다. 2개의 거대 정당이 분열되어 다당제로 나아가는 것은 강고한 기득권 구조를 허무는 현상타파의 출발점일 수 있다.

여기에 그동안 따로국밥이었던 풀뿌리 주민운동의 상향식 조직화 전략과 진보정당, 녹색당, 시민사회단체 등의 하향식 조직화 전략이 하나로 결합되면 그야말로 괄목할만한 화살묶음의 연대연합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역과 마을공동체가 기후 피난처, 기후 해방구, 직접 민주주의의 근거지로서 거듭날 수 있다. 제7공화국 기후체제 전환의 출발점이 마련될 수 있다. 이것이 한국의 선거정치를 200퍼센트로 활용하는 시군구 생태전환도시 근거지 전략이다.

중앙과 풀뿌리가 따로 분립해 저마다 힘없이 각자도생 하는 현실을 타파하자는 얘기다. 상향식(buttom up)의 직접 민주주의 근거지를 기반으로 하향식(top down)의 집중과 효율이 동시에 결합해서 과감하게 새로운 기후정치 세력을 잉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새로운 세대의 페미니즘 운동과 동물권 운동, 채식운동, 기후청년운동 등 다채롭고도 활기찬 새로운 사회운동이 서로 손을 맞잡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보수진보의 적대적 공존을 깨부술 수 있는 힘은 오직 기후 주권자들의 이른바 '쪽수의 힘' 밖에 없다. 체제 전환의 힘은 이같은 기후정치 주권자들의 연대연합을 통한 기후정치의 조직화, 세력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새로운 힘은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구호의 호소력과 함께 실제 사람들이 모여 행동할 수 있는 결집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인민의 힘이 길러져야 좌우에서 상하의 대결로, 금수저와 흙수저의 대결로 정치투쟁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가능해진다. 

기후정치 전환운동은 단순히 지지하고 지원하는 사람들을 결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군구 자치단체에서부터 주민의 조직된 힘으로 자치단체장과 의회를 장악해야 비로소 풀뿌리 민주주의 정치가 활성화될 수 있다. 그러면 100% 에너지전환(RE100)을 포함한 도시 가로수 숲의 생태전환 자립자치 도시를 당장에 실현할 수 있다. 

일자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극단화된 불평등을 타파하는 지역순환의 사회적경제 도시를 만들 수 있다. 기후농업 도시, 경축순환의 가까운 먹거리 체제를 확립함으로써 마을공동체를 재생시킬 수 있다. 성장경제에서 공유경제로 지역경제를 바꿀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기본소득을 실행함으로써 지역에 청장년이 몰려오는 지방자치와 분권을 이루어낼 수 있다.

▲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6.1 지방선거에서 '기후대응 행동하는 기후후보 선출하자'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서구의 대의정도 바뀌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전세계 진보정당도 바뀌고 있다. 스페인의 포데모스는 집회와 시위만으로는 기득권의 엘리트 중앙정치가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각성한 지역주민 직접 행동의 결실이다. 2014년 지역정당의 연합체 성격으로 출범한 포데모스는 2016년 선거에서 제3당으로 급부상했다. 

포데모스의 간판 격인 바르셀로나 커먼즈는 다양한 정치 경향과 주민단체들의 연대연합 지역정당이다. 바르셀로나 커먼즈를 대표하는 아다 콜라우는 도시 내 실업 청년들과 빈곤층 등의 주거권 쟁취 활동을 하던 여성으로서 2015년 바로셀로나 시장선거에서 당선되었다. 

연임에 성공한 그는 2번째 선거에서는 무려 5,000개 이상의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모든 공약들은 바르셀로나 커먼즈 또는 포데모스 연합에 속한 활동가들과 분석가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기획한 것으로서 이를 다시 바르셀로나 시민들 그룹에 회부하여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다른 정당 후보자들의 공약과 같거나 비슷한 것은 1%도 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 지방선거에서 한국과 같은 무슨 '정권 심판'이니 '정권 힘 실어주기'니 '윤심'이나 '반(反) 이재명'이니 하는 것들은 의제로 떠로르지도 못한다.(관련 기사 : <프레시안> 4월 11일 자 '스페인 지역정당 '바르셀로나 커먼즈'가 던져주는 것들') 

그린뉴딜을 선도하는 미국의 샌더스와 오카시오 코르테즈라는 카리스마 정치인의 탄생에는 민주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수많은 청년들, 알린스키의 주민조직화 전략에 따라 지역에서 주민을 조직하는 주민운동, 풀뿌리 협동조합운동, 탈탄소 에너지전환 운동, 원주민 조직과 이주민 조직들, 소수자 조직들 등등 풀뿌리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수많은 주민들이 밑바탕에 포진하고 있다. 

이제 기후위기 의제는 대의정을 허무는 직접 민주주의 실천 의제와 불평등 타파 의제와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되어 있다. 그리고 이 점이 서구의 진보정당을 녹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주요 동인이기도 하다. 얼마 전 북해 유전 폐쇄를 공약으로 내건 노르웨이 노동당과 녹색당의 총선 승리는 그 한 예이다. 

지금은 기후정치의 정책 대안이 없어서 집권을 못하는 시대가 아니다. 정책 대안은 이미 그린뉴딜을 포함해서 전환도시운동 등등 무수히 제시되어 있고 실제 전세계에 걸쳐 실행되고 있는 중이다. 

기후정치, 지금이 딱 좋은 때 

어떤 정치운동도 비옥한 토양 위에서 출발해야만 꽃을 피울 수 있다. 독일 녹색당은 독일의 68혁명과 신사회운동이라는 거름 위에서 창당되었다. 오늘날 독일 녹색당은 소수당의 연정 전략을 뛰어넘어 집권을 넘보는 제1당으로 도약하고 있다. 

한국의 기후정치 세력화는 무엇보다도 2016/2017 촛불항쟁이라는 기반 위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주권자 촛불혁명을 보수 기득권 정권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이 낡디낡은 진보 기득권 세력의 권력 잔치로 말아먹은 문재인정부의 실정이 오히려 기후정치 혁명의 출발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전세계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가장 높은 기후위기 '선진' 악당국가이자 극단의 불평등 사회인 한국의 참혹한 현실이야말로 관점을 달리 해서 보면 전환정치의 가장 비옥한 토양이 될 수 있다. 기후정치의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을 것이다. 약화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지금 여기 한국에는 여전히 활발하고 다채로운 사회운동과 정치운동 세력들이 중앙과 지방에서 꿈틀거리면서 도약과 비상을 꿈꾸고 있다. 

1992년 리우기후정상회의로부터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금수저 기득권 정치인들은 오직 '기후변화 중엉중얼중얼'만 끝도 없이 되풀이 해 왔다. 더 이상 이들 엘리트 정치인들에게 기후정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속을만큼 속아왔다. 세상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데, 이들 눈먼 자들에게 세상의 정치를 맡겨둘 수는 없다.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전세계 기후행동 세력이 2022년 영국 글래스고우의 COP26 대회에서 확인하고 결의한 핵심은 하나다. 이제 기후정치는 청년을 비롯한 주권자인 인민이 나서서 하겠다는 것이다. 

2022년 20대 대선과 지방선거는 이념과 정책도 사라지고 오직 네거티브 폭로전과 포퓰리즘만 난무한 선거였다. 극단의 불평등과 거대한 기후위기의 쓰나미를 눈 앞에 두고도 무늬만 보수-진보로 나뉘어 정권심판이니 아니니 이전투구의 싸움만 벌였던 선거였다.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건 반대했건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의 지금까지의 국정 운영은 실망을 넘어 분노의 수준까지 올라가고 있는 것만 같다.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고 반대가 2/3를 넘어서고 있다. '어대명'과 '반명'이란 프레임만 난무하는 야당도 실망을 안겨주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성장과 개발에 중독된 여의도 엘리트 금수저 계급들의 새까만 화석연료 정치와 경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여의도 정치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는 인민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이른바 뚜렷한 제3지대가 없는 정치 지형은 기후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 정치세력화 세력에게는 선물이다. 

우리는 과거의 실패에 대한 성찰과 반성에서부터 기후정치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전국민의 90%가 기후위기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있다. 3등 전략인 기후정치 연합 캠페인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드넓은 초록 공간이 마침내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우리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고 찾아내야 한다. 그동안 수도 없이 들었던 구호,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자"는 디지털미디어 시대 만고불변의 사회운동과 정치운동 지침이다. 우리는 미래세대를 위해, 아니 당장 나와 내 가정, 내 세대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죽을 힘을 다해 다시 뛰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후재난의 처참한 현장이 우리의 출발점이다. 한국의 녹색국가와 녹색사회를 향한 풀뿌리 직접 민주주의 정치는 기후 주권자들이 어깨동무하는 무지개연대의 출발역에서 다시 신발끈을 질끈 동여매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신발끈이 다름아닌 한국정치 3분지계의 3등 전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평범한 장삼이사 주권자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기후정치 세력화의 씨앗을 송화가루처럼 전국 방방골골의 지역에 퍼트릴 수 있다. 100여년 전 우리 선조들이 뿌려놓았던 집강소 민주주의의 실천이 우리에게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우리는 더많은 우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마침내 기후정치의 때가 왔다. 우리는 충분히 그리고 기꺼이 기후정치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 이 글은 웹진 <나비>의 '기후@나비'에 동시 게재됩니다.(☞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