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수배' 미얀마 배우의 외침 "두렵지만 나아갈 뿐"
[인터뷰-한국·미얀마어] 배우 먀 흐닌 이 륀(Mya Hnin Yee Lwin) "국민들 위해 내 힘을..."
21.04.27 17:06l최종 업데이트 21.04.27 17:47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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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유명 배우 먀 흐닌 이 륀(Mya Hnin Yee Lwin)이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의미의 사진을 찍어 지난 6일 SNS에 게시했다. | |
ⓒ 먀 흐닌 이 륀 제공 |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최대한 안전한 장소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녀는 현재 은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미얀마에 군부 쿠데타 이후 시위 현장에서 민주화를 열망하는 목소리를 내왔던 그녀는 현재 지명수배 명단에 올라 있다. 시위에 아웅산 수지 분장을 하고 나타나기도 했던 그녀에게 쿠데타 세력은 선동죄를 덧씌웠다.
미얀마 유명 배우 먀 흐닌 이 륀(Mya Hnin Yee Lwin)의 이야기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그녀와 접촉해 서면 질문지를 보냈고, 사흘 후인 24일 답변을 받았다. 도피 중인 처지와 자주 끊기는 현지 인터넷 여건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녀는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먀 흐닌 이 륀은 "그동안 어렵게 이뤄온 모든 것들이 (쿠데타 이후) 한순간에 다 부서지고 깨어진 느낌이 들었다.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내지 못했다"라며 2월 1일 쿠데타 이후의 생활을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제 안위를 염려하기보다 국민들을 위해 내 힘으로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들었다. 그 마음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아웅산 수지 여사가 '두려워도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용기'라고 말했다"며 "저 또한 두렵지만 두려워도 맞닥뜨리고 나아갈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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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먀 흐닌 이 륀(Mya Hnin Yee Lwin)이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에 참여해 메가폰을 쥔 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
ⓒ 먀 흐닌 이 륀 제공 |
쿠데타 세력은 먀 흐닌 이 륀을 비롯해 많은 미얀마 예술가들을 상대로 수배령을 내렸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체포되기도 했다. 먀 흐닌 이 륀은 "(체포된 문화예술인들이) 빨리 돌아오라고 기도하는 것 말곤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너무 고통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국제사회를 향해선 "비전문가인 저로선 말하기에 조심스럽지만 국제사회가 경제 제재나 성명 발표보다 좀 더 실효성 있는 행동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 드라마와 한식을 너무 좋아한다"며 "한국 국민들이 미얀마 국민들과 함께 해주신다는 사실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감사함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아래 먀 흐닌 이 륀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한국어 번역본과 함께 그녀가 보내온 미얀마어 답변도 그대로 전한다.
아웅산 수지 분장한 이유
-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연기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먀 흐닌 이 륀입니다."
- 2월 1일 쿠데타 당시 상황을 떠올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당시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2월 1일) 새벽 5시 무렵 쿠데타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습니다. 어안이 벙벙해 페이스북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믿을 수 없다'고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그러다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올렸던 게시물을 지웠는데 새벽 6시부터 갑자기 인터넷과 전화기가 모두 차단됐습니다. 정오부터 (인터넷과 전화기가) 복구됐는데 그때부터 쿠데타 관련 소식이 물밀 듯이 쏟아졌습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정말 일이 벌어지고 만 것입니다. 가장 먼저 우리의 어머니 아웅산 수지 여사의 안위가 걱정되었고 그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습니다."
- 쿠데타 이후 어떤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신지요?
"그동안 어렵게 이뤄온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다 부서지고 깨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 안위를 염려하기보다 국민들을 위해 내 힘으로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들었습니다. 그 마음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 당신은 지금 안전한 상황인가요?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최대한 안전한 장소에 머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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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먀 흐닌 이 륀(Mya Hnin Yee Lwin)이 아웅산 수지 분장을 하고 쿠데타 저항 시위에 참여한 모습이다. | |
ⓒ 먀 흐닌 이 륀 제공 |
-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석해 직접 마이크도 잡으셨습니다. 시민들을 향해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하셨나요?
"아웅산 수지 여사의 건강과 안전을 기원했고 군부독재 체제의 타도를 외치며 시민 불복종 운동을 포기하지 말자고 외쳤습니다."
-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분장을 하고 시위에 참석한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날 여성들 모두가 아웅산 수지 여사를 대신해 투쟁하자는 뜻으로 그녀처럼 옷을 차려입고 길에서 행진하자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최대한 비슷하게 준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과 제 스스로도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분장을 했던 것입니다."
- 쿠데타 세력이 당신을 상대로 수배령을 내렸습니다. 두려운 마음이 들진 않으십니까?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 다만 두려워도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용기입니다.' 저 또한 두렵습니다. 하지만 두려워도 맞닥뜨리고 나아갈 뿐입니다."
- 실제로 당신과 비슷한 일을 하는 미얀마의 많은 문화예술가들이 체포됐습니다. 그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체포된 문화예술가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무사히 빨리 돌아오라고 기도하는 것 말곤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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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의 인기 모델이자 배우 빠잉 다콘(Paing Takhon)은 집회에 참석하고 SNS에 반쿠데타 의사를 명확히 밝혀욌다는 이유로 지난 8일 체포되었다. | |
ⓒ Paing Takhon 페이스북 |
"버마족-소수민족 단결, 정말 의미 있는 일"
- 많은 미얀마인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체포됐으며 지금도 그 상황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UN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소극적입니다. 지금 미얀마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국제사회가 경제 제재나 성명 발표보다 좀 더 실효성 있는 행동을 해줬으면 좋겠지만, 비전문가인 저로선 이에 대해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민주화운동 세력이 만든) 연방의회대표회의(CRPH)가 국제사회의 실효성 있는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기에 이를 믿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 CRPH에 의해 민족통합정부(NUG)가 꾸려졌고 여러 소수민족도 결합했습니다. 앞으로 미얀마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NUG와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연대해 연방군을 창설하는 일은 정말 의미 있고 좋은 협력 관계라고 봅니다. 실제로 연방군 창설까지 진행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는 아웅산 장군의 염원이기도 합니다. 산 속의 소수민족과 평원의 버마족이 두루 단결하자고 맺은 판롱 협약(Panglong Agreement, 1947년 아웅산 장군을 중심으로 한 버마족과 소수민족이 만나 맺은 협약 - 기자 주)의 맹세에 따라 지금 연방군이 탄생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 한국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저 또한 한국 드라마와 한식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한국 국민들이 미얀마 국민들과 함께 해주신다는 사실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 고마움을 언제나 기억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이 항쟁이 끝날 때까지 (민주화를 열망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저의 싸움은 남을 해치고자 선을 넘는 것이 아닌 연민과 자애로 맞서는 투쟁이 될 것입니다. 민 꼬 나잉(Min Ko Naing,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이끈 인물로 2009년 광주인권상을 수상 - 기자 주) 선생의 말로 말을 맺고자 합니다. '조용히 정도를 따를 때 마음속 깃발은 말려들지 않고 힘차게 나부낄 것이다.' 우리의 혁명은 승리할 것입니다."
<미얀마어 (မြန်မာဘာ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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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먀 흐닌 이 륀(Mya Hnin Yee Lwin)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엔 "우린 민주주의가 필요하다(We need democracy)"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 |
ⓒ 먀 흐닌 이 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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