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은 속도로 英 제쳤다, 인구 대비 백신접종률 1위 어디?
[중앙일보] 입력 2020.12.31 05:00 수정 2020.12.3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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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0여 개국이 '코로나 백신 접종 레이스'에 돌입하면서 각국의 접종 속도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집단 면역 형성을 위해선 전체 인구의 약 60~70%가 백신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한 여성이 백신을 맞고 있다. 백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불식시키기 위해 접종소 벽면에 친근한 그림을 그려 놓은 게 눈에 띈다. [AFP=연합뉴스]
세계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한 나라는 영국(이달 8일)이고, 그 다음은 미국·캐나다(이달 14일)다. 하지만 세계 통계 사이트 'Our World in Data'의 집계에 따르면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 횟수 1위 국가는 이스라엘로 나타났다. 28일 기준으로 인구 100명당 5.68회분을 투약했다.
이스라엘 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 1위
9일 만에 50만명 접종, 목표 초과 눈앞
"접종도 군 동원 전쟁처럼 준비·진행"
충분한 백신·접종소·인력, 안전성 홍보
인구 약 860만명인 이스라엘은 지난 20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했는데, 9일 만에 약 50만명이 백신을 맞았다. 백신 접종을 영국보다 12일, 미국보다 6일 늦게 시작했지만 인구 대비 접종률은 더 높다.
인구 100명 당 코로나 백신 접종 횟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는 바레인 3.29회, 영국 1.18회, 미국 0.64회, 캐나다 0.16회, 덴마크 0.12회, 리투아니아 0.08회, 중국 0.07회, 포르투갈 0.07회, 칠레 0.05회, 독일 0.05회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은 0.06회였다. 다만, 국가 별로 접종 횟수를 집계한 시점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인구 약 3억3100만명인 미국에서 28일 기준 백신을 맞은 사람은 약 212만명(약 0.64%)이다. 백신 접종 속도가 배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연내 2000만명 접종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반면 이스라엘은 내년 1월 말까지 200만명 접종을 목표로 세웠는데, 이 속도라면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다. 인구 100명 당 백신 접종 횟수에서 영국(1.18회)의 5배 정도 앞선다.
28일 이스라엘에서 한 남성이 백신을 맞고 있다. [EPA=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의 백신 접종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며 그 이유를 보도했다. 텔레그래프가 꼽은 비결은 충분한 백신 물량 확보와 접종소 및 지원 인력 준비, 적극적인 안전성 홍보 등으로 요약된다.
이스라엘 하다사 메디컬 센터의 알론 모세스 교수는 "전쟁 경험이 있는 이스라엘에서 백신 접종은 '전쟁처럼'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군대에서 700명의 구급 대원을 모집했다. 적(코로나바이러스)이 있고, 적절한 탄약(백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백신)을 잘 전달한다"고 접종 상황을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화이자 백신 800만회 분을 포함해 총 1800만회 분의 백신을 구매했다. 2회 접종 기준으로 860만명 인구를 전부 커버하고도 남는다.
이스라엘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예루살렘 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에는 화이자 백신 320만회 분이 이미 도착했고, 이번 주에 60만회 분이 추가로 들어온다. 나머지 물량은 3월 말까지 들어올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에서 지난 21일부터 접종에 들어간 모더나 백신도 600만회 분 구매했다.
모세스 교수는 "최우선 접종자였던 의료진 대상 백신 접종은 약 이틀 만에 끝났고, 전국에 150개의 백신 접종소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주말까지 전역에 접종소 총 250곳을 마련할 예정이다. 누구나 접근이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스라엘에선 60대 이상 인구의 25%가 백신을 맞았다. 모세스 교수는 "중증 환자의 약 70%가 60세 이상이었는데, (이처럼 높은 접종률을 유지할 경우) 앞으로 2~3주 안에 중증 환자가 대폭 줄고, 증상이 경미해지는 식으로 감염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19일 백신을 맞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텔레그래프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백신을 공개 접종한 것도 국민의 접종을 장려하는 데 주효했다고 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민 대상 접종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 19일 이스라엘에서 최초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또 이스라엘은 디지털화된 의료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백신 접종 대상 그룹에게 문자와 음성 메시지로 접종 스케줄을 잡으라고 알려준다.
또 백신 2회 접종을 모두 마친 사람에게는 '녹색 여권(green passport)'을 발급한다. 체지 레비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은 채널12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번째 백신 접종 후 자동으로 이 여권을 발급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증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향후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PCR(유전자 증폭) 검사 없이 여행을 할 수 있고, 국가적인 봉쇄가 풀리면 문화 행사와 식당 출입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모세스 교수는 "이런 전략은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다"고 평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소셜미디어(SNS) 등에 퍼진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려고도 노력했다. TV 등 미디어에 의학 전문가들이 자주 출연해 백신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불식시켰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전쟁 같은 속도로 英 제쳤다, 인구 대비 백신접종률 1위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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