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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석가탄신일 특집 시 모음> 법정 스님의 `여보게 부처를 찾는가?` 외

대한유성 2018. 5. 24. 06:58

<석가탄신일 특집 시 모음> 법정 스님의 '여보게 부처를 찾는가?' 외

+ 여보게 부처를 찾는가?            

여보게 친구
산에 오르면 절이 있고
절에 가면 부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절에 가면 인간이 만든 불상만
자네를 내려다보고 있지 않던가

부처는 절에 없다네
부처는 세상에 내려가야만 천지에 널려 있다네
내 주위 가난한 이웃이 부처고
병들어 누워 있는 자가 부처라네

그 많은 부처를 보지도 못하고
어찌 사람이 만든 불상에만
허리가 아프도록 절만 하는가

천당과 지옥은 죽어서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가
천당은 살아 있는 지금이
천당이고 지옥이라네
내 마음이 천당이고 지옥이라네
내가 살면서 즐겁고 행복하면
여기가 천당이고
살면서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하면
거기가 지옥이라네

자네 마음이 부처고
자네가 관세음보살이라네

여보시게 친구
죽어서 천당 가려 하지 말고
사는 동안 천당에서 같이 살지 않으려나

자네가 부처라는 걸 잊지 마시게
그리고 부처답게 살길 바라네
부처답게.....
(법정·스님, 1932-2010)


+ 마음속의 부처

눈으로 보는 바 없으니 분별이 없고
귀로 듣는 소리 없으니 시비가 끊겼네
분별과 시비 모두 아래 놓아버리니
다만 본성을 보고 스스로 귀의하네
(부설거사·신라 선덕여왕 때의 고승)


+ 부처님

기다리지 마
다음이란 없어
탁발 스님을 보았을 때 시주를 하고
걸인을 만났을 때 동전 하나라도 던져야 해
부처님은 다시는 오지 않아
오직 한 번
네 앞에 모습을 나타내신
그때를 놓치지 마
다음이란 없는 게야
다음이란
(유자효·시인, 1947-)


+ 부처

치자꽃 향기가 좋아
코를 댔더니
그 큰 꽃송이가 툭 떨어지다
귀한 꽃 다친 게 미안해서
손바닥 모아
꽃송일 감추었더니
합장 인산 줄 알았던가?
보는 이마다
합장한 채 고개를 숙이고 간다
어허, 여기선
치자꽃이 부처일세!
(김진경·시인, 1953-)


+ 갓바위 부처님

그까짓 이름이야
아무라면 어떠냐.

팔공산 관봉(冠峯) 정수리에
높이 홀로 앉아서도
눈시울 내리깔고는
아래로만 내려보는 부처님

구름처럼
벌떼처럼
하늘마당에 모인 사람들
촛불 연등 밝혀놓고
축원 염불 밤낮으로 시끄럽지만

모두를 굽어보며
모두를 헤아리며
광명(光明)으로 이끄시는 부처님

하늘보다
드높아만 보이시네.
(여한경·시인, 1933-)


+ 둥근 길

경주 남산 돌부처는 눈이 없다
귀도 코도 입도 없다

천년 바람에 껍데기 다 내주고
천년을 거슬러 되돌아가고 있다
안 보고 안 듣고 안 맡으려 하거나
더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천년의 알맹이 안으로 쟁여 가기 위해
다시 천년의 새 길을 보듬어 오기 위해
느릿느릿 돌로 되돌아가고 있다
돌 속의 둥근 길을 가고 있다

새 천 년을 새롭게 열기 위해
둥글게 돌 속의 길을 가고 있다
(이태수·시인, 1947-)


+ 산산조각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 갈 수 있지
(정호승·시인, 1950-)


+ 회향

부처가 위대한 건
버리고 떠났기 때문이 아니다
고행했기 때문이 아니다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다

부처가 부처인 것은
회향(廻向)했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을 크게 되돌려
세상을 바꿔냈기 때문이다

자기 시대 자기 나라
먹고 사는 민중의 생활 속으로
급변하는 인간의 마음속으로
거부할 수 없는 봄기운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욕망 뒤얽힌 이 시장 속에서
온몸으로 현실과 부딪치면서
관계마다 새롭게 피워내는
저 눈물나는 꽃들 꽃들 꽃들

그대
오늘은 오늘의 연꽃을 보여다오
(박노해·시인, 1958-)


+ 합장(合掌) - 부처님 오신 날 봉축시

순정한 이 마음
두 손으로 감싸 모웁니다

두 손 모아서
연꽃 한 송이 피웁니다

막 피어난 청신한 꽃
당신께 바칩니다

당신은 하늘 아래 땅 위에서
가장 소중한 분

무릎 꿇고 올리는 이 꽃
받아주소서

연꽃 같은 내 마음
받아주소서
(홍사성·시인, 1951-)



+ 예수와 부처

) --> 

예수와 부처가 만나

무척 반가워하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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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불교가

다정히 손잡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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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과 불교도가

뜨겁게 포옹하면 안 될까

) --> 

교회당과 법당이

나란히 서 있으면 안 될까

) --> 

하느님 나라와 극락정토가

함께 있으면 안 될까

) --> 

구원과 열반이

동시에 이루어지면 안 될까

) --> 

묵주와 목탁이

같이 놓여 있으면 안 될까

) --> 

십자가 둘레를 연꽃으로

수놓으면 안 될까

)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 정연복 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출처 : 화 목 한 사람들
글쓴이 : 정연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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