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주택 사서 근사하게 고친 사람들
전원생활을 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도시와 멀지 않은 근교에 땅콩집을 지어 출퇴근하거나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반농 생활을 하는 하프 도시민이 느는 추세. 직업을 바꿔 전원에 뿌리는 내리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 '농가 주택 리모델링'이 주목받게 된 건 이런 흐름 때문이다. 남보다 앞서 전원에 정착한 이들의 농가 주택을 찾았다.
서른 살 동갑내기 부부가 농가 주택을 구입하고 신혼 살림을 차린 이곳은 서귀포 대평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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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게스트하우스로 대여하고 있는 이 부부의 신혼집 기린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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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인테리어와 가구와 소품 구입은 모두 아내 조은지씨의 몫. 벽과 마루부터 장식 소품까지 직접 고르고 꾸미며 완성했다.
CASE 1 제주에서, 서른 살 부부의 게스트하우스
쾌적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죽어라 열심히 일하는데, 동시에 그렇게 일하느라 쾌적한 생활을 포기해야 한다. 쳇바퀴 생활을 벗어나 전원 속의 내 집 짓기를 소원하는 도시인들이 많다.
벌고 쓰고를 반복해야 하는 소비 도시에 살며 느끼는 피로감, 자연과 가까이 지내고 싶은 소망은 귀농이란 형태로 나타났다. 하지만 농사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며, 땅을 싸게 살 수 있는 지역에는 일자리가 적다. 전원에서 살아보기로 맘먹었다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서른 살 동갑내기 부부 지석원, 조은지씨는 제주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했다. 이들은 '그저 제주가 좋아서' 살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신혼집 프로젝트는 만만치 않았다.
"대학 졸업하고 남편은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로, 전 신문사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제주 여행길에 처음 만났어요. 신문사 마감이 끝나면 제주로 여행을 왔었어요.
올 때마다 외국인들이 묵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는데, 그때 경험했던 제주의 바람과 하늘이 절 사로잡았죠." 부부는 모두 안정된 직장인이었지만, 남과 경쟁하면서 '조용한 자포자기로 이끄는' 결혼 생활이 진정 안정된 삶인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고 했다.
"양가 부모님은 걱정이 많으셨어요. 결혼식은 작게 하되, 저희가 살고 싶은 곳에서 행복한 일을 하며 살겠다고 약속하고 남편이 먼저 제주도에 내려왔어요."
이 부부는 으리으리한 결혼식과 도시의 전셋집을 포기하는 대신, 5만5000원에 빌릴 수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셀프로 결혼식을 진행하고 반딧불이 노니는 제주의 농가 주택을 신혼집으로 선택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신혼집 답사를 겸한 제주 여행을 했지요. 부동산 매물로는 맘에 드는 집을 고를 수가 없었어요. 직거래 사이트, 제주도 생활정보지 오일장 신문을 이 잡듯 뒤졌죠.
제주도 이주는 이민에 가까워요. 외지인에 대한 텃세도 심하고, 저희 같은 입도민끼리 커뮤니티가 발달하기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기린 N'은 이런 부부의 참신한 생각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게스트하우스다. 처음엔 신혼집으로 꾸몄다. 농가 주택을 구입해 직접 디자인하고 시공만 제주시 내 업체에 맡겼다.
내부 인테리어는 조은지씨가 외국 사이트에서 직접 구입한 가구와 패브릭으로 정성 들여 꾸몄다. 결혼 전 공백기가 있어서 '집을 빌려드립니다'라는 광고를 내고 시험 삼아 독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해보았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신혼집에 제대로 입주도 못했어요. 6개월치 예약이 꽉 차버렸거든요. 그래서 올해 말까지만 운영할까 해요. 보신탕집을 개조한 남편 레스토랑도 꽤 잘돼요.
제주도 이주 열풍이 불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철저히 계획해야 해요. 이곳은 육지와는 다른 섬이니까요." 전통적인 관광지 이미지에 올레길, 오름의 인기가 더해져 지금 제주도는 힐링의 성지처럼 떠올랐다.
이효리 같은 유명 연예인들이 제주도에 세컨드 하우스를 지었고, 올레길 주변엔 게스트하우스가 줄지어 들어섰다. 외지인들의 수요가 늘자 땅값이 올랐다.
"제주도 정착 전에 반드시 예행 연습을 하셔야 해요. 2~3개월 정도 빈집을 빌려 생활하거나 자주 여행을 와서 게스트하우스를 임대해보세요. 제주는 지역마다 생활 방식이나 환경 차이가 커요. 지역 습성을 잘 파악해야 내 취향에 맞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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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N'은 키가 큰 부부를 닮은 기린과 농가 주택이란 의미를 담은 머리글자 N을 따서 지은 이름. 부엌 공간엔 이 부부를 닮은 대형 기린 인형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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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가 농가 주택을 살 당시엔 본래 아궁이가 있던 곳이 미니 부엌으로 개조되어 있었다. 부엌의 크기가 작아, 집 옆에 부엌 건물을 다시 올리고 본래 부엌이 있던 자리는 화장대와 수납공간을 넣은 파우더 룸으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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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사이딩 건물. 키친과 다이닝 룸으로 사용한다. 디자인은 아내가 직접 했고 3개월가량 공사를 했다. 총소요 비용은 6500만원 정도.
입도 후 1년, 호젓한 집에서 제주의 사계를 즐겨
거창하게 귀농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남들과 비슷비슷하게 살 수도 있지만 좀 재밌게 살아보고 싶었다는 부부. 하지만 제주도는 도시와 시골 생활을 적절하게 섞어 생활할 수 있는 지역이다.
제주시는 도시고, 서귀포시는 전원에 가깝다. 입도민이 늘고 있는 시점이고 젊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이 되었지만 제주에 이주했던 사람들 가운데 다시 육지로 유턴하는 이들도 있다.
꼼꼼히 준비하고, 제주에서 무얼 할 지 충분히 생각하고 입도를 결정해야 한다. 지석원, 조은지씨 부부에게 1년간의 제주 생활은 장점이 더 많았다.
몇 달은 맑은 하늘과 자연, 저녁에 보이는 반딧불이 신기했다. 10분만 나가면 올레길이 인접해 있고 인근의 강정 바다에서 바다낚시를 즐겼다. 모슬포 오일장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해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6개월쯤 제주 생활이 익숙해지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니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기린으로 만든 캐릭터 기프트 숍, 지역 신문을 겸한 재미난 잡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이웃에 사는 토박이 어르신들도 젊은 부부를 챙겨주었다. 도시의 개인주의에 익숙한 부부에게 자신들의 앞마당으로 기척 없이 막걸리 사발을 들고 찾아오는 동네 어른들이 좀 당황스러웠다.
도시 사람들에겐 잔디밭에 대한 일종의 로망이 있는데, 동네 어르신들은 '여름에 모기가 극성이라 시멘트 마당이 조금 있어야 나을 것'이라고 충고해주셨다.
시골 정서가 따스하게 다가왔다. 제주 사람으로 적응해가면서 전통 풍습을 접하는 재미도 상당했다. 부부는 '신구간(新舊間)'이란 이사 풍습이 신기했다고 한다.
신구간은 제주도의 전통 풍습 중 하나로, 절기 중 하나인 대한 후 5일째부터 입춘 3일 전까지 7~8일 동안 이어지는 이사 풍습. 이 시기에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 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간다는 속설이 전해져 예부터 제주에서는 이 기간에 집을 고치거나 이사하는 풍습이다.
제주도민 중 약 15%인 1만 명 가량이 이 때 이사한단다. 제주 생활의 단점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는 것. 병원이라도 갈라치면 꼭 자동차가 있어야 한다.
제주엔 삐까뻔쩍한 전원주택이 많지 않다. 뜨거운 물 펑펑 나오는 아파트 난방 시스템을 바랄 순 없다. 도시가스 대신 LPG, 기름 보일러를 돌려야 한다는 점은 불편하지만, 제주가 주는 자유로움 덕에 다들 감수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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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디자이너였던 아내는 물건 고르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부엌살림 대부분은 발품을 팔아 마련하고, 집 안 분위기에 맞도록 통일감있게 준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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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공간을 디자인한 뒤 전기 배선 작업과 바닥?타일?문과 섀시 교체 등의 실질적인 공사만 시공사에 의뢰했다. 공사를 맡았던 시공사는 딥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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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곳곳의 가구와 소품은 서울에서 모두 준비했다. 제주는 물류비가 상당히 비싸다. 택배비도 6500원이나 한다. 모든 짐과 가전제품은 임대 창고에 모아두었다가 1톤 트럭 규모가 됐을 때 한꺼번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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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30년쯤 된 것 같다는 농가 주택은 집주인이 바뀔 때마다 리모델링 형태로 개조됐다. 그 흔적을 보여주는 집의 뒷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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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집으로 들어가는 곳은 제주에서도 아름다운 지역으로 이름난 안덕 계곡으로 접어드는 길목이다. 이 마을엔 명소가 된 장선우 감독의 물고기 카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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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를 꼭 닮은 기린 모형. 문패 대신 달아두었다.
구입한 농가 주택, 리모델링해보니
본래 이 집은 30년쯤 된 오래된 농가 주택이다. 오래된 마을이라 이사 가는 집이 별로 없다. 2년 전, 이 부부는 대평리 마을 끄트머리에 있는 이 집을 운 좋게 인터넷 직거래로 구입했다.
마당, 주차 공간을 포함한 429㎡ 대지에 56.1㎡ 농가 주택을 포함해 당시 가격이 2억이었다. 대평리는 제주 시골의 여유로움과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올레길 9번 코스의 시작점으로 최근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지역.
지금은 20~30% 가량 집값이 뛰었다. 제주도엔 향토 문화 계승 및 자연?자원 보호를 위해 관광단지, 공원, 유원지 주변 200m 이내 구역을 대상으로 하는 제주특별자치도 건축계획 심의기준이 있다.
이 법규 때문에 지붕은 경사 형태여야 하고 집의 높이는 최고점 기준 8m 이내, 지붕재는 신소재가 제한되어왔다. 이런 미관 심의 덕에 옛날 집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하고 싶은 건축을 맘껏 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이 농가 주택은 오랜 시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집주인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모습을 달리해 개조되었다. 조은지씨는 디자인을 직접 했기 때문에 시공사를 찾아 바닥, 벽지, 구획 변경 등의 리모델링 비용만 지불했다.
리모델링 비용은 4000만원 정도. 시공사는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던 지인에게 소개를 받았다. 부부가 집을 구입했을 땐 방 2개, 화장실 2개, 아궁이가 있던 곳은 미니 싱크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좀 더 큰 부엌과 가족 공간이 필요할 것 같아 고민하다가 디자이너의 기질을 발휘해 작은 부엌은 파우더 룸으로 바꾸고, 14.85㎡ 규모의 단독 건물을 올려 부엌을 겸한 다이닝 키친을 따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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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샌드위치 패널 사무실이었던 공간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노란색 페인트를 칠하고 목재를 리모델링 주재료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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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코티지 하우스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인 베이 윈도다. 만처럼 튀어 나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쇼룸을 방문하는 손님들마다 한 번씩 창문을 열어보며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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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 아래 벽면을 돌출시켜 벽난로 같은 효과를 줬다.
CASE 2 충북 괴산에 지은 싱글남의 빈티지 하우스
계곡 많기로 유명한 충북 괴산을 굽이굽이 들어가면 노란색 옷을 입고 손님 맞을 준비를 갓 마친 네모반듯한 집이 있다. 그리고 그곳엔 대기업 해외 마케팅 팀에서 근무하다 과감히 퇴사를 결심하고 이제 막 인생 제1막을 내딛은 30살의 청년 CEO 이상휘씨가 있다.
충북 괴산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영국식 코티지 하우스의 모습을 제법 갖춘 이곳에는 싱글남의 주거공간이자 빈티지 가구를 만날 수 있는 쇼룸 '빈티지 아울'이 위치하고 있다.
영국에서 우연히 듣게 된 가구 복원 단기 코스에 매료돼 빈티지 수집가가 된 이상휘씨는 본격적으로 쇼룸을 만들면서 서울이 아닌 충북 괴산에 터를 잡았다.
빈티지의 감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공간은 서울이 아닌 시골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상휘씨는 완벽한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욕심을 애초에 버렸다.
그에게 리모델링이란 개보수를 거듭해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게 리모델링의 재미죠. 처음부터 완벽하게 리모델링할 거라면 새집에 사는 게 나아요."
이상휘씨는 창피한 기색 하나 없이 이 집의 하자와 앞으로 보수할 것들을 나열했다. 인테리어 비용을 아끼려 샌드위치 패널을 그대로 살린 탓에 스티로폼에 석고까지 발라가며 정성스레 마감했음에도 단열이 완벽하지는 않다.
뜬금없이 허리춤에 붙은 스위치도 초보의 귀여운 실수다. 하지만 죽어가는 빈티지에 숨을 불어넣는 사람답게 이상휘씨는 언제 어디서든 즐겁게 빈티지 아울을 고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농가 주택을 리모델링하면서 정답보다는 자신의 입맛에 꼭 맞는 해답을 찾는 즐거움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빈티지 아울에서 이제 막 사계절을 보낸 이상휘씨는 이곳에서 지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습관처럼 살아온 라이프스타일을 꼭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았어요. 살다가 필요한 부분들을 때맞춰 보수하니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합리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이상휘씨는 며칠 후 바닥에 오일 스테인을 바를 예정이라 했다. 그제야 살펴보니 바닥 곳곳에 못질 자국이 상당하다. 이곳의 바닥재는 일반적인 바닥재가 아니라 리사이클링 고목재다.
마감이 덜한 탓에 간간이 가시가 있을 수 있어 슬리퍼를 신고 다니지만 새 목재가 보통 수분을 먹어 뒤틀리는 것에 반해 산전수전 다 겪은 오래된 나무라 그럴 염려가 없다.
흔적처럼 남은 못 자국도 빈티지 쇼룸인 이곳의 운치를 더한다. 리사이클링 고목재가 마냥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조건 새것보다 중고를 활용해보라는 조언을 더했다.
"요즘은 자재값이 워낙 투명해서 웬만하면 단가를 낮추기 힘들어요. 집 자체가 중고인데 새것을 고집할 필요 있나요." 리모델링을 한다고 기껏 저렴하게 집을 구해놓고 리모델링 업체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개보수에 집착하는 사례를 보면 매번 안타까웠다는 그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리모델링을 할 것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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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과 거실을 한 공간에 배치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쇼룸으로도 쓰는 공간인 만큼 요리할 수 있는 공간은 벽으로 분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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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직접 공수해 온 빈티지 제품들로 가득한 쇼룸. 노란색 벽면은 계절에 따라 새로 칠할 계획이다. 초벌 페인팅만 잘해놓으면 언제든 색을 바꿀 수 있는 것이 페인팅의 장점. 목창은 이상휘씨가 목공업자와 함께 직접 제작했다.
적막강산의 자유로움, 혼자 살아도 괜찮다면
야무진 마음으로 내려왔지만 저녁에 술잔 기울일 친구 하나 없는 싱글남의 농촌 생활은 사실 적막했다. 하지만 이내 시골 어르신들이 바쁜 이유를 알았다.
지금은 그도 여느 농촌 할머니, 할아버지와 다름없이 아침에 눈을 뜨면 뜰에 나가 풀을 뽑고 15년 된 보일러는 문제가 없는지 점검한다. 눈이 내린 지난 겨울엔 이상휘씨가 마을 대표로 제설 작업을 도맡았다.
사무실에 앉아 일하던 때는 몰랐던 사계절을 마주할 수 있어 힘든 줄 몰랐다. 서울 토박이 친구들은 그에게 어떻게 시골에 사냐고 묻지만 사실 큰 어려움은 못 느끼는 이상휘씨다.
텃밭 하나쯤 안 가꾸는 어르신들이 없다 보니 싱싱한 채소와 과일이 넘쳐난다. 특히 쇼룸 앞에 살고 계시는 노부부는 농촌 생활이 어색했던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오고가는 정이 있어 이상휘씨가 심심할까 신경이 쓰이시는지 밭일 나갔다 돌아오시는 길에 한 번씩 매장을 들여다보고는 가신다. 문화생활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1시간 거리에 충주가 있어 최신 영화 정도는 볼 수 있다.
사실 물 좋기로 유명한 화양계곡이 가까워 아쉬울 게 없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가을에는 한적해 책 읽으러 나들이 가도 좋다. 괴산에 살면서 변화된 식습관은 탄산수를 마시는 것. 괴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초정 탄산수는 탄산이 심하지 않고 달큰해 매일 먹어도 부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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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아울 옆에 위치한 231㎡ 규모의 창고에는 상당한 수량의 빈티지 제품들이 보관되어 있다. 가구 복원 과정을 수료한 이상휘씨가 나사를 조이는 정도로 가구를 수리하면 쇼룸 곳곳에 배치되어 소비자와 만나게 된다.
구입한 농가 주택 리모델링해보니…
본래 이 집은 15년 전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사무실이었다. 괴산 근처로 가끔 오래된 경매 주택이 나오기도 했지만 간단한 개보수만 마쳐 임대 수입을 얻으려는 업자들로 경쟁이 치열했다.
그에 반해 99㎡ 사무실 공간에 넓이가 231㎡이나 되는 창고까지 총 330㎡나 되는 이곳은 특별한 용도가 아니고서야 찾는 사람이 드물어 1억원이라는 다소 저렴한 비용에 구입할 수 있었다.
초반에는 인테리어 업체 2~3곳에서 리모델링 견적을 산출했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뿐 아니라 빈티지 쇼룸에 어울릴 만한 공간을 얻기 힘들 것 같아 직접하기로 했다.
대신 구조는 건들지 않고 포인트만 살리기로. 전문 업체에 일임하지 않는 대신 그가 직접 공정별로 전문가를 섭외해 일대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조금 수고스러운 방법을 택했다.
일일이 목공업자들과 눈높이를 같이 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했고 목공일도 덩달아 배웠다. 그 결과 공사 기간은 한 달이 걸렸고 비용은 30~40% 줄어 총 3000만원이 들었다.
장마 전이었던 8월 초에 공사를 마무리 지은 것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큰 이유다. 인테리어는 사무실 공간 특유의 답답함을 지우고 쇼룸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장하는데 신경 썼다.
구조는 유지하되 방문을 모두 제거해 복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방마다 창을 크게 내 실내에서 외부 정원으로 시야가 이어지게 했다. 내부 단열과 보온에도 신경 썼다. 온돌 바닥 위에 합판과 데크를 깔았고 샌드위치 패널 벽면에는 스티로폼과 석고를 직접 발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