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과 21세기 경영 : 정보가 경쟁력이다
정보는 생존을 위한 보도(寶刀)다. 손자병법에서는 비록 인적 정보만을 이야기 했지만 현대 사회에는 TV, 인터넷, 신문, 잡지, 서적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간첩이 있다. 정보를 선별하고 판단하고 결합해 정보에 대한 주도권을 가진다는 것은 현명한 조직과 개인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다. 정보를 다룰 줄 아는 자 이길 것이오, 정보에 무지한 자 패할 것이다. 조조의 83만 대군이 군사적으로 열세였던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에게 대패한 적벽대전은 엄격하게 말하면 정보 전쟁이었다.
양자강 무한 지방으로 남하한 조조의 군대는 군사적으로 월등하게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연합군의 반간계(反間計)에 걸려서 참패를 당했다. 조조의 군대는 주로 북방지역 출신이라 기마전에는 강했지만 수전(水戰)에는 약했다. 그러나 마침 수전에 능통한 채모(蔡瑁)와 장윤(張允)이란 투항한 장군이 있어서 조조의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전쟁의 승리는 조조의 군대에게로 기울어있었다. 연합군 총사령관 주유(周瑜)는 내심 걱정이 됐다.
삼국지 적벽대전은 정보전쟁이었다
그때 조조의 모사(謀士)이자 주유의 동창생인 장간(蔣干)이 연합군의 정보를 수집하고 항복을 권유하기 위해서 강을 건너왔다. 주유는 간첩을 역이용하는 반간계를 떠올렸다. 같이 술을 먹고 취해 자는 척하면서 탁자위에 채모와 장윤이 보낸 것처럼 꾸민 가짜 밀서를 올려놓았다. 자다 일어난 장간은 그 밀서 속에 두 장군이 주유와 연합해 조조의 군대를 치자는 내용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한 밤중에 주유가 일어나서 자신이 잠들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어느 장수와 나누는 밀담에서 채모와 장윤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엿들었다. 그리고 한 밤중에 연합군의 진영을 빠져나와 조조의 진영으로 돌아가 조조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 모두 주유가 장간이란 간첩을 역 이용한 반간계였던 것이다. 이 사실도 모르고 조조는 채모 장윤 두 장군의 목을 베었다. 반간계가 보기 좋게 먹혀들어간 것이었다. 두 장군이 참수 당하자 수전에 약한 조조의 군사들은 우왕좌왕 했고 끝내는 전력이 절대적으로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에게 대패 당하는 불운의 적벽대전 주인공이 됐다. 삼국지에서 주유가 사용한 반간계는 36가지 전술을 모아 놓은 36계(計) 중에 33번째 전술인 33계다. 적의 스파이(間)을 반대로(反) 이용하는 전술이다. 스파이는 가장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인적정보(Human Intelligence)다. 손자가 추구하는 지피지기(知彼知己)를 위한 방법 중에 스파이를 이용한 인적정보야 말로 가장 완벽한 지피(知彼)의 방법이다.
정보는 과학이다
손자는 정보가 미신이 아님을 강조한다. '상대방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 귀신에게 물어봐서도 안 될 것이다(不可取於鬼神).’ 손자가 살던 춘추말기 대부분의 장군들이 귀신에게 물어 군대의 향방을 결정하던 분위기였음을 고려하면 손자의 이 생각은 과학적 사유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손자는 또한 정보가 주관적 판단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정보를 경험에 의한 추측에 의거해서는 안 된다.(不可象於事).’ 감이나 추측은 상대방의 정보를 얻기 위한 방법일 수 있지만 모두는 아니다.
어떤 일(事)을 자신의 경험이나 주관적 감만으로 짐작(象)해 조직을 이끈다면 조직을 망칠 수 있다. 주관에 의한 판단은 반드시 성공만 있는 것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자는 인적 정보를 가장 정확한 정보획득의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실정을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을 통해야 할 것이니(必取於人), 이렇게 해야 상대방의 정확한 실정을 알 수 있을 것이다(知敵之情者也).’ 정보를 귀신에게 묻지도 말고, 경험과 감에 기대지 마라. 오직 사람을 통해 수집 분석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정보의 획득 방법이다. 이런 손자의 외침 속에는 내가 이끌고 있는 조직을 위기에 빠뜨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와 병사들의 생존을 걱정하는 리더로서의 비장함이 베어있다.
정보를 얻는데 돈을 아끼지 말라
손자병법에서는 정보원의 활용에 대해서는 아예 한 편을 따로 분리해 설명하고 있다. 손자병법 13번째 마지막 편 제목이 용간(用間)편이다. 이 편에서는 정보원(間)의 할용(用)에 대하여 세부적으로 다룬다. 손자는 간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상대방의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한 간첩의 활용에 돈을 아끼지 말라고 한다. '전쟁이라는 것은 하루에도 천금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준비하는 일이다.
이렇게 막대한 재정을 투자해 몇 년 동안 대치했다가 단 하루만의 승부로 성패가 결정되는 것이 전쟁이다. 그런데도 정보원에게 줄 벼슬과 돈 백금이 아까워 적의 실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패배하게 된다면 지도자의 어리석음의 극치다.' 기업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는데 인색하다면 현명하지 못하다. 사실 투자 효율로 말하면 정보비에 투자해서 결과가 가장 효율이 높을 수 있다. 조직에 필요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해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에 대해 아끼지 말라는 것이 손자의 충고다.
인적 정보의 5가지 활용
손자는 인적 정보를 얻기 위한 정보원의 종류를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 향간(鄕間)이다.
이것은 상대방 지역의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다. 비록 고급정보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일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주로 동향, 동창, 동료, 친척 등을 이용하며 깊은 정보 보다는 적의 분위기를 파악할 때 사용한다.
둘째는 내간(內間)이다.
이것은 적의 내부 관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포섭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비교적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다. 손자병법 최고의 주석자 조조는 포섭하기 좋은 적의 관리를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재능 있는 실직자, 벌을 받은 사람, 총애를 받으며 재물에 욕심이 많은 사람, 굴욕을 참으며 낮은 자리에 있는 자, 능력에 맞는 자리를 못 얻은 자, 재기를 노리고 있는 자, 언제든지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이중인격자 등이다.
셋째는 반간(反間)이다.
적의 간첩을 반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중간첩이라고도 한다. 반간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적의 간첩을 회유해 이중간첩으로 만드는 방법과 모르는 척하며 거짓 정보를 적에게 흘리는 방법이 있다. 모두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해야 한다.
넷째는 사간(死間)이다.
사간은 죽을 각오를 하고 적에게 거짓정보를 전달하는 간첩이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돈 가지고 포섭할 수 없다. 상대방에게 원한이 있어 상대방이 망하기만을 바라는 사람이나 은혜를 입어 충성을 맹서한 의협심 강한 사람이 적당하다.
다섯째는 생간(生間)이다.
적진을 넘나들면 살아 돌아와 정의 실정을 보고하는 간첩이다. 속으로 영리하지만 겉으로는 멍청해 보이는 자, 날래고 용감한 자. 배고픔, 추위, 수치, 더러움을 견딜 수 있는 자 등이 생간으로 적당하다.
손자는 정보원 운용에 주의할 점을 몇 가지를 당부하고 있다.
첫째 리더가 간첩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上親於間). 돈으로 포섭한 자는 돈 때문에 마음을 바꿀 수 있다.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없다. 둘째 상을 후하게 내려라(賞厚於間). 정보를 획득하는데 돈을 아끼지 마라. 정보는 투자한 만큼 효과가 있다. 셋째 기밀유지가 생명이다(事密於間). 정보가 새나가면 사람의 목숨뿐만 아니라 조직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섣부른 간첩의 운영은 조직에 도리어 해를 줄 수 있다.
손자는 간첩논의를 마치면서 간첩을 운용할 수 있는 리더의 3가지 조건을 이렇게 말한다.
첫째 똑똑한 사람(聖智)만이 간첩을 운용할 수 있다. 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지도자가 정보를 정확히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사랑(仁)과 의리(義)가 있는 사람만이 간첩을 부릴 수 있다. 돈만 있다고 정보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생존을 위한 따뜻한 마음과 대의명분이 있을 때 정보는 획득된다. 셋째 세밀한 분석을 할 줄 아는 사람(微妙)만이 정보를 정확히 얻을 수 있다. 정보는 그 자체가 아무런 힘이 되지 않는다. 그 정보를 분석하여 판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보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출처 : 스카이 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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