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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열등감이란 이름의 에너지

대한유성 2009. 5. 27. 15:47

열등감이란 이름의 에너지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이들을 묶어 ‘사군자(四君子)라고 부르니 기풍까지 넘친다. 이건 어떤가. 들꽃과 메꽃이라는 순우리말 이름들. 이미지도 좋고 신선한 멋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바뀌면 어찌될까. 매화반 난초반 들꽃반 메꽃반. 그리고 매화반과 난초반은 ‘우반’이요, 들꽃반과 메꽃반은 ‘열반’이라는 걸 근처 다른 학교 학생들도 모두 아는 사실이라면.

실제로 오래전 어느 여자고등학교에 있었다는 우열반 명칭이란다. 제대로 된 꽃이름을 못갖고 들판에 혹은 산에 버려진 ‘아무 꽃’ 신세가 됐던 학생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그 학교는 2개반의 우수한 학생들을 대접하는 사이, 8개반 학생들을 평생 잡초 신세로, 열등감에 시달리게 하는 우를 범했다.

우반과 열반의 경계선상에 있었던 학생들을 생각해보면 안타까움은 더 커진다. 한 사람은 전교 1백20등이어서 간신히 꼴등으로 난초반에 턱걸이를 했고, 또 다른 학생은 전교 1백21등으로 들꽃반에 편성됐다고 하자.비록 1등 차이지만 인생의 궤도는 완전히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난초반 학생에게 우반은 공부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겠지만 메꽃반 학생은 평생 따라다닐지도 모를 열반 콤플렉스에 힘겨운 사춘기를 보내야 했을 것이다.그 둘을 가른 게 바로 열등감이다.

일본의 명문 프로야구구단 요미우리 자이안츠는 고교나 대학선수들을 뽑을 때 후보선수라도 1등을 해본 학교출신을 선호했다고 한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2류급 학교에 속해있던 선수들은 1등을 못해본 열등감에 빠져있어 큰 승부에 약하기 때문이란 설명이었다.

들꽃반의 학생들, 2류 학교 출신의 야구 선수들. 실제 능력과 실력에 상관없이 남과의 비교에서 생겨난 열등감이란 콤플렉스가 일을 그르치고 인생을 힘들게 하는 증거들인 셈이다.

남과의 비교에서 생겨나는 열등감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적인 심리현상이다. 그리고 절대적인 가치가 아닌 만큼 생각만 바꾸면 쉽게 치유될 수 있다. 문제는 숨기려고 하고 부정하려고 하는데 있다. 그럴 수록 골은 깊어지고 치유책이 없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열등감은 찾아내 고치기만 하면 무한한 힘으로 바뀔 수 있는 잠재 에너지다. 평생을 열등감에 시달리며 사는 이와 이를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활용한 사람의 인생은 격이 다르다.

빌 게이츠는 열등감을 세상에 대한 전의로 불태운 사람이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갑부라는 선입견 탓에 그럴 듯해 보이는 그도 어릴 땐 두툼한 안경쟁이 ‘땅꼬마’였다. 유치원에선 큰 아이들에게 조롱을 당하기 일쑤였고 초등학교 시절엔 약하다고 여자아이들도 축구에 끼워주지 않았다. 하버드에 진학했지만 그 간판도 소용없었다.무도회 파트너를 구하기 어려웠을 정도였다. 그가 크고 강하고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세계 최고를 지향한 것은 실력과 전략 이전에 그를 열등감의 심연으로 몰아넣었던 이들에 대한 ‘복수심’이 아니었을까. 주변머리 없는 샌님이 될 가능성이 높았던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승부욕으로 승화된 열등감이었다.

열등감은 자신이 먼저 드러내놓고 인정해 버리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묘한 현상이다.부시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이 된 콜린 파월은 흑인이라는 자신의 열등감(태생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의미에서)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흑인들에게 연설할 때도 “나는 그냥 흑인이고 그게 자랑스럽다”며 흑인 특유의 액센트를 흉네내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백인사회를 동경하고 흑인으로서의 한계만을 생각했다면 그에게 흑인 최초의 합참의장, 국무장관이란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메꽃반 학생이 “그래, 나 공부는 못한다. 그래도 나만큼 유머감각이 있고 활동적인 사람은 없다.그래서 학생회장이 돼서 다니기 좋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으면 열반학생들은 몰표를 줬을 지도 모른다. 현실은 학생회장은 당연히 우반 학생 몫이라며 꿈도 꾸지 않은 불쌍한 메꽃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소위‘또순이’로 성공한 아주머니들은 이 열등감을 자신의 길을 일찌감치 결정하는 기회로 생각했던 인물들이다.

말이 쉽지만 열등감은 스스로 남과 비교해 자기가 못난 것을 인정하는데서 생기기 때문에 혼자서는 치유하기가 참 어렵다. 그걸 떠올리는 것자체가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열등감을 의식하지 않으려 하다가는 전혀 엉뚱한 행동들이 나타난다. 그래서 필요한게 나의 결정적인 약점을 들춰내고 까발리며 깨부셔주는 ‘코치’다.

소크라테스가 위대한 철학자가 된데는 아테네 젊은이들의 스승인 그를 ‘무능한’ ‘현실감각 없는’ 인간으로 몰아세우며 열등감을 까발린 악처 아내의 공이 큰 것은 아닐까. 밖에서는 선생님 소리만 듣다가, 집에서는 “당신 주제에” “그 잘난 꼴에”라는 인간적 모욕감을 자극하는 소리를 듣는 소크라테스를 상상해보라. 그는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도 열등감에서 해탈하는 기회를 악처 아내 덕분에 가진 것은 아닐까.

이런 코치로서의 악처가 정말 필요한 건 직장이다. 주위에 당신의 열등감을 내놓고 씹고 “똑바로 하라”고 충고해줄 ‘건방진’ 선후배나 동료들이 딱 한 사람쯤은 있어야 한다. 없으면 후보를 찾아라. 그들만이 당신을 발전시킬 보배다.

개인 차원의 이노베이션(혁신: Innovation)은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우리를 괴롭히는 열등감을 새로운 에너지로 바꾸는데서 출발한다. 그래서 제안하노니 자기가 못난 것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자신의 약점으로 인정하자. 스스로 열등감 덩어리라고 여길 정도로 다 털어내 보자. 쓰레기도 더미로 쌓여야 연료용 가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열등감이 크면 클수록 잠재자원이 그만큼 많은 셈이다.얼마나 캐느냐는 당신에게 달렸다.


(출처) 한경닷컴 /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 소장

출처 : 디카Free5와 함께하는 디지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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