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고객, 텃새고객,
학창시절 즐겨 부르던 '여수'의 노래말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기러기는 깊어가는 가을밤을 날아서 우리나라로 이동해 온다. 우리나라의 대표 철새인 기러기가 귀소본능 조차 망각한 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텃새가 되어 우리나라에 깃들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서 접한 적이 있다. 강원도 철원평야에서 겨울을 지낸 일부 기러기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떼지어 날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현지 주민들은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이북의 기름진 철원평야 일대에서 ‘텃새’처럼 자리를 잡은 기러기가 수백~1천여 마리 정도라고 전한다.
무엇이 철새의 귀소본능 조차 가로막고 기러기를 붙잡고 있는 것일까?
왜 기러기는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정착한 것일까?
이런 현상은 자연보호활동으로 철새먹이주기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진 몇
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철새도 환경이 좋은 곳이라면 그곳에 정착할 수 있단 사실이다.
창업에서도 객장영업을 기본으로하는 외식업이나 서비스업의 경우엔 개업초기 철새 고객수요가 절대적이다. 철새고객이란 표현 이전에 본래 고객은 더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 본능이다. 찜질방을 비롯한 노래방이나 피시방처럼 시설경쟁력을 우선시하는 아이템의 경우엔 이러한 현상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신장개업 초기엔 어느 곳이나 고객들로 북적거리만 시간의 흐름과 비례해서 즉 시설이 노후되는 시간과 비례해서 고객흡인력은 감소한다. 이점을 가장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은 상권내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찜질방이나 노래방,피시방을 꼽아보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가장 늦게 개업한 업소이거나 가장 최근에 시설을 개.보수한 곳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개업 1년은 호황을 누리다 1년이 지나면서부터 매출은 감소하고 더이상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또다시 시설경쟁력을 높히기위해 시대적 트렌드를 고려한 인테리어 장식으로 단장하고 재개업을 하거나 신규출점한 경쟁점의 경쟁력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판단될 때에는 업종변경을 모색하게 된다.
전국주요상권의 접객업소는 대부분 이러한 전철을 되풀이 하며 영업중인 것이
현실이다보니
이를 당연히 받아드려 1년 혹은 2년마다 정기적으로 비수기를 이용해서 시설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하는 업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업자들은 대부분 상권내에서 인정하는 선수사업자들이다. 선수사업자들은 개업 이후 일년 내에 벌어들인
이익을 모두 재투자해서라도 매장경쟁력을 높히는데 최선을 다한다. 왜 그럴까? 남들보기엔 장사가 잘돼서 돈도 많이 벌었을텐데 왜 또다시
그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일까? 선수경영자라면 적어도 영업권리에 대한 가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년간 노력한 만큼의 영업권리,
매장가치를 높혀놨기에 그것을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이미 일년간 발생한 이익보다 더 큰 영업권리금이란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공식적이긴 하나 점포의 경우 권리금이 형성되는데 권리금의 가치를 평가하는
입지경쟁력,시설경쟁력,영업권리금 중에서 영업권리금을 형성시키줄 아는 자가 진정한 선수사업자라 말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일년간 자신의 사업장에 철새로 날아오던 수많은 고객들이 텃새로 깃들었기에 이들이
지속적으로 그곳에서 머물 수 있도록 고객이 원하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이익을 다시 투자한다고 보면 된다. 텃새로 변해버린
단골고객이 바로 더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상권내에서 성업중인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철새를 텃새로 깃들게 만드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험의 연속인 위의 이야기는 역시 선수에게나 가능한 이야기다. 그래서 대개의 선수사업자들은 상권내에 복수이상의 점포를 운영하며 유행아이템을 가장 먼저 접목시켜 재미를 본 후 유행아이템이 상권내에 퍼져나가면 다른 아이템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발빠름을 보이기도 한다.
상권내에서 영업을 영속하며 철새고객을 텃새고객으로 깃들게 하여 이후 영업에 안정을 도모한 사업자는 다음엔 무엇을 할까? 매장경영의 선수라면 다음수순은 텃새중에서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을 양계(養鷄)하기 시작한다. 고객,인간을 비하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닌데 달리 적절하게 표현할 방법이 없기에 날지않는 새를 생각하다보니 양계란 표현을 사용하게 됨을 이해바란다.
환경이 좋은 곳에 머물며 다른 곳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로지 그 곳만을
활동영역으로 삼는 병아리를 키우는 것이다. 지난번 칼럼 " 빨리 망하는게 버는 거다"에서 이야기 했듯이 객장영업에서의 최고의 경쟁력은 고객이다.
고객이 있는 곳에 고객이 모이는 법이기에 언제나 매장을 돋보이게 해줄 수 있는 고객을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것이다. 장사가 안되는 나이트클럽처럼
아홉시 이전에 입장하는 여성고객에겐 일인당 만원씩 현찰을 준다던가 하는 식의 고객유치는 필요없다. 좋은 환경을 유지시켜 고객과의 유대를 돈돈히
맺어 왔다면 멋진 디스플레이 소품이 되어줄 고객은 충분할 것이다.
인간은 관계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고객과의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조여놓을 줄 알아야 진정한 선수사업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사업자들처럼 시설경쟁력을 높히기 위해서 일년이나 이년만에 시설을 개보수하거나 업종을 전환하는게 바람직한걸까? 선수사업자라고 보기엔 가벼움감이 없지 않다. 학동사거리 지하에 있는 다예랑은 20 여년을 개업초기의 시설로 영업을 영속해 왔고 홍대상권 수노래방은 럭셔리秀 노블레스秀 등등 진화를 거듭하며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대기표를 받아 들고 한시간을 기다려야만 방을 배정받을 수 있다.
처음부터 차별화된 컨셉으로 월등한 시설경쟁력을 확보한다면 10년 이상도 시설변경없이 영업이 가능한 매장들도
있다. 그 곳들은 월등한 시설경쟁력외에 차별화된 고객관리를 통해서 고객들을 만족시켜주고 있다는 것이다. 철새고객이 텃새고객으로 변하는 건 고객이
만족할 만한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주고자 노력하는 액션에 달려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코메디언 故이주일선생이 국회의원에 출마하여 지역구인 구리시에서
후보연설 도중 있었던 일화가 있다. 후보자 정견발표시 모든 후보는 거의 한목소리로 故이주일선생을 철새에 비유하며 몰아세웠다. 이유는 대개 자신의
연고지역으로 출마를 하는데 반해 故이주일선생은 고인의 고향 춘천이 아닌 구리시에 출마했기에 타후보들의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으며 당연히 대중적인
지명도에선 앞선 故이주일선생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故 이주일 선생의 연설로 오늘 이야길 마감하고자
한다.
" 앞서 존경하는 후보님들이 이야기했듯이 저는 고향을 떠나 이곳으로 날아온 철새입니다. 제가 이곳으로
날아온 이유는 이곳이 살기 좋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곳에 깃들어 텃새로 살고 싶습니다."
www.startok.co.kr 스타트전수창업센터장 고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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