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고소득층 간에 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결정적 계기는
2001년부터 시작된 저금리 시대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은행 예금금리는 연 12~20%선에 달했다.
이 때문에 10~20년간의 장기투자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은행 예금이자가 부동산(아파트와 토지) 투자 수익률보다 오히려 높을 때가 더
많았다.
따라서 예금자산을 주로 가지고 있는 서민·중산층들과 부동산 부자들 간의 자산 격차도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80, 90년대에는 주식시장에서 돈을 번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주가가 2000년 말까지 계속 엎치락뒤치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IMF 위기 직후 금융시장 환경이 대폭 바뀌었다.
은행금리가 2000년 말 6~7%선으로 떨어지더니 2005년에는 3%대 후반으로 급락했다.
이런 저금리는 예금자산과 보험자산의 가치를 별 볼일 없게 만들었다.
반면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만났다.
4%대로 떨어진 은행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몰려들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2000년 12월을 기준(100)으로 하여 자산별 가격상승률을 계산해보면 투자자산 간의 수익률이 확연히 갈린다.
〈그래픽 참조〉 만약 5년 전에 1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다면 이 돈이 현재 2억7300만원으로, 서울 강남 아파트는 1억7800만원으로
불어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은행 정기예금은 고작 1억2400만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투자전략을 어떻게 가져 가느냐에 따라 자산증가 속도가 천양지차(天壤之差)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미래에셋 회장은 “선진국들의 예를 보면 저금리 시대엔 자산 투자시장이 활기를 띠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면서 “리스크(투자위험)가 있더라도
저금리 시대엔 주식투자, 펀드투자를 늘리는 것이 자산을 축적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경제상황에 따라 주가가 오락가락 하긴 하지만, 투자시기를 4~5년 단위로 끊어보면 주가는 항상 상승해 왔다.
이런 현상이 40년 넘게 지속되자 1980년대 이후부터 개인들이 주식과 펀드자산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미국인들 사이에
장기투자 붐이 일어났다.
이런 주식자산 증가 현상이 점차 한국에도 나타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시가구의 보유 자산은 현재 80%가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부동산 대부분이 본인이 살고 있는 주택이다.
이 주택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또 주택이 아파트냐,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이냐에 따라 자산 증가 속도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의 아파트 평당 매매가격은 2000년 700만~1000만 원대에서 최근 1000만~3000만 원대로 급등했다.
반면 서울 외곽의 아파트는 500만~800만 원대에서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은 오히려 가격이 하락한 곳도
적지 않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모두 다 돈을 번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자산 가격이 3년째 급등하면서 수많은 신흥부자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지방의 경우 행정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주변지역에 땅을 산 사람, 서울에선 강남지역에 상가와 고가 아파트를 산 사람이 큰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고액 예금자들의 재산을 관리해주는 은행 PB(프라이빗 뱅커)들을 만나면 이런 투자성공 스토리를 숱하게 들을 수 있다.
S그룹에서 부장으로 일하는 K(48)씨는 작년 ‘8·31 부동산 규제조치’가 나오기 직전 행정수도에서 멀지 않은 충북 진천에 밭
4000평을 5억원을 주고 구입했다.
정부의 투기대책에도 불구하고 이 땅은 불과 7개월 만에 가격이 10억원으로 급등했다.
김씨는 “행정도시 건설 계획이 철회되지 않는 한 주변 땅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나는 정부 정책에 맞춰 돈을 투자한
것이지, 특별히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