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2월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참석 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는 박은정 지청장(당시 감찰담당관). 2020.12.01.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프로축구단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검찰 내부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해 7월 박은정 성남지청장 부임 직후 성남지청 내부 전결 규정과 부서 개편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박 지청장이 성남FC 수사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성남지청은 지난해 8월 10일자로 내부 위임 전결 규정을 개정했다. 일선 검사들이 범죄첩보 등을 입수한 후 대검찰청에 보고하는 ‘정보보고 결재’를 지청장 승인을 받도록 변경했다. 정보보고는 다른 검찰청의 경우 부장검사나 차장검사 전결로 이뤄진다.
이와 함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자료를 대검에 요청할 때도 지청장 결재를 받아야 한다는 내부 규정을 신설했다.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도 지청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동시에 내부 직제 개편을 단행해 기존 형사3부에서 전담하는 특수, 공안 수사 기능을 형사1, 2부가 분담하게 했다. 한 검찰 간부는 “통상 주요 인물에 대한 수사 내용은 수사팀이 지청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게 상식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보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질책하고 끝낼 일이지 내규 변경 등의 조치까지 취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박하영 차장검사는 지난해 7월 초 부임한 박 지청장의 결재 없이 전결 처리했는데 같은 달 말 박 지청장은 김오수 검찰총장으로부터 “절차상 문제가 있으니 FIU 금융자료 제공 요청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전화로 직접 받았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박 지청장이 내부 전결 규정을 바꿔 본인 승인 없이 금융자료 제공 요청 등을 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박 차장검사는 결국 박 지청장과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달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보수 성향의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3일 김 총장과 박 지청장 등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