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겨울 시작"…삼성전자·SK하이닉스 '암울한 전망'
입력 2021.10.29 17:19 수정 2021.10.30 00:22 지면 A1
D램값 9% 빠졌다
2019년 7월 이후 최대폭 하락
고객사들 D램 재고 충분
모바일 제품 비중 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타격 불가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에 혹독한 겨울이 시작됐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 가격 하락 전망이 현실화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4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29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PC용 D램 범용제품의 고정거래(기업 간 거래) 가격은 평균 3.71달러로 9월보다 9.51% 떨어졌다. 2019년 7월(-11.18%) 후 최대 하락폭이다. 올 들어 꾸준히 상승하던 추세가 무너진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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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반도체 가격의 피크아웃(고점통과)이 시작됐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미 가전업체 등 대형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보복) 소비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아날로그 반도체 쇼티지(수급 부족) 상황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아날로그 반도체가 부족해지면서 제품 출하량도 함께 줄고 있어서다.
메모리 반도체의 최대 고객사인 PC 제조업체의 D램 재고도 충분하다. 반도체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PC 제조사들은 현재 10주 이상의 D램 재고를 보유 중이고, 일부 회사는 14주 이상의 재고를 갖고 있다”며 “이런 이유에서 재고를 쌓아두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바일 수요도 여의치 않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연말 모바일 수요를 기대하고 있지만 애플 등 스마트폰 업체들은 이미 생산 감축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마이크론에 비해 PC 제품 비중이 작고, 모바일 제품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74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올렸지만 주가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9일 종가는 6만9800원으로 전날보다 1.27% 떨어졌다. SK하이닉스 또한 전날보다 3.29% 하락한 10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편 10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의 고정거래가격은 전달과 같은 4.81달러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공급이 수요보다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아 연말에도 현재 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D램 고정거래가격 급락
D램값 올들어 처음 꺾여…내년 상반기까지 약세 가능성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가 29일 발표한 10월 D램 고정거래가격 하락폭(-9.51%)은 업계의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업계에서는 4분기 PC용 D램 가격이 3분기보다 최대 5%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반도체업계는 3개월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분기 첫 달의 가격이 상당 기간 이어진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는 현재 수준의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조증상은 이미 나타났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한때 5달러를 돌파했던 PC용 D램 현물가격은 지난 5월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9월에는 7개월 새 최저치(3.8달러)를 기록하며 연말 가격 조정 가능성을 알렸다. 주로 중소업체들이 적은 물량을 구입할 때의 가격인 D램 현물가격은 시황을 직접 반영해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D램 가격 폭락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우선 고객사 재고가 많다. 공급망(SCM) 붕괴를 우려한 기업들이 미리 재고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일부 고객사가 재고를 우선 소진하겠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가격 협상이 장기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반도체와 부품 수급난으로 반도체 고객사들의 생산 일정도 지연되고 있다. 실제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IC(집적회로), 기판 등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금융분석 업체인 서스키해나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리드타임)이 작년 말 13주에서 올 3분기 22주로 크게 길어졌다. 수급난이 심각한 MCU의 리드타임은 33주에 달했다. 애플은 시스템 반도체와 부품 공급 부족으로 올해 아이폰 생산량을 계획보다 1000만 대 줄이기로 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부품 수급난이 당분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공급 불확실성에 따른 피해가 4분기에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내년 1분기에는 D램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점 대비 30%가량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하반기께는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과거에 비해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주기가 짧아졌기 때문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응용처가 다양해지고 있는 데다 공정난도가 과거보다 높아져 공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은 작아졌다”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박신영/이수빈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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