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울산선거 개입, 부정선거 종합판”
기소 1년 4개월만에 첫 재판… 검찰 “靑·경찰이 당선 지원”
송철호 시장 “정치검찰의 3류 기소”
입력 2021.05.11 03:00 | 수정 2021.05.11 03:00
현 정권 핵심 인사 15명 출석 -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 심리로 열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첫 재판에 이 사건으로 기소된 현 정권 핵심 인사 15명이 출석했다. 왼쪽부터 송철호 울산시장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울산경찰청장). 이 재판은 작년 1월 기소 이후 준비기일 등에 1년 4개월이 소요됐다. /연합뉴스·남강호 기자·신현종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21-4부(재판장 장용범) 심리로 10일 열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첫 재판에서 검찰과 현 정권 핵심 관계자(피고인)들이 정면 충돌했다.
검찰은 이날 “이번 사건은 정부 부처를 동원한 (송 시장에 대한) 공약 지원, 상대 야당 후보 흠집 내기,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 출마 포기 종용까지 부정 선거의 종합판”이라며 “특히 정치적 중립 지켜야 하는 청와대와 경찰이 송철호 시장 한 명을 당선시키기 위해 합심해 그의 경쟁자인 김기현 (야당 울산시장 후보)에 대한 표적 수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한다”고 맞섰다. 피고인 신분인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날 재판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 검찰이 억지로 끼워맞춘 삼류 기소”라고 했고,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이날 재판엔 송 시장과 황 의원, 청와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한병도 전 정무수석·이진석 상황실장 등 현 정권 핵심 인사 15명이 모두 출석했다. 이들은 현 정권 청와대와 경찰 요직에 있으면서 2018년 울산시장 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인 송철호 민주당 후보(울산시장)를 당선시키기 위해 공약을 짜주고, 경찰을 시켜 야당 후보를 수사한 혐의(직권남용 및 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날 첫 재판은 검찰이 작년 1월 이 사건을 법원에 넘긴 지 1년 4개월 만에 열렸다. 사건을 맡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소속 김미리 부장판사가 그동안 ‘재판 준비 절차’만 6차례 진행하고 본(本)재판은 한 번도 열지 않은 채 지난달 병가를 가면서 벌어진 일이다.
법조계에선 이 사건 1심 재판 결과가 내년쯤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재판의 ‘부정 선거’ 공방이 시기적으로 대선 정국과 맞물리게 되면서 큰 정치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거의 언급하진 않았지만, 작년 초 작성한 공소장에선 ‘대통령’을 35번 언급한 바 있다.
검찰 “靑·경찰이 공약 만들고 경쟁자 제거”… 宋측 “없는 죄 만들어”
10일 열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첫 재판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의 ‘예고편’이란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검찰은 이날처럼 향후 법정에서 여러 증거들을 공개하며 현 정권의 ‘부정선거’ 혐의를 집중 부각할 것이고, 피고인인 15명의 여권 핵심 인사들은 이를 부인·반박하면서 이 재판이 대선 정국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작년 공개된 공소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35번 언급되기도 했다.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첫 재판이 열렸다.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이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김지호 기자
양측은 이날 재판 시작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 주변에선 “10일 첫 재판에서 수사팀이 이 사건의 본질에 관한 선명한 메시지를 낼 것”이란 말이 돌았다. 작년 1월 기소된 이후 처음으로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이 사건 관련자들도 재판에 앞서 “삼류 정치 기소”(송철호 시장) “법정에 서야 할 사람은 검찰”(황운하 의원)이라며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 친분으로 공약 수립” 對 “사실무근”
이날 법정의 피고인석엔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 등 15명과 이들의 변호인 20명이 앉았다. 변호인 일부는 자리가 없어 방청석에 앉았다. 맞은 편 검사석엔 이 사건 수사 검사 10여명이 앉았다. 간간이 기침 소리만 들릴 뿐 법정엔 정적이 흘렀다.
재판이 시작되자 법정 오른쪽 벽면에 대형 스크린이 펼쳐졌다. 검찰은 PPT(파워포인트)를 스크린에 띄워 공소 사실을 발표했다. 검찰은 PPT를 통해 청와대와 경찰, 정부 부처가 문 대통령과 가까운 송철호 시장의 당선을 위해 ①송 시장의 공약을 설계해주고 ②그의 당내 경쟁자를 제거했으며 ③본선 경쟁자인 야당 후보를 수사했다고 했다.
검찰은 ‘공약 설계’와 관련 “송철호 캠프는 송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친분을 토대로 송 시장만 내세울 수 있는 공약들을 수립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기재부가 2018년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송 시장의 ‘공공병원’ 공약은 지원해주고, 야당 후보였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산재모(母)병원’ 공약은 2017년 말 이미 예비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는데도 일부러 선거 20일 전인 이듬해 5월에 ‘예타 심사 탈락’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선거 직전에 심사 결과가 발표돼 김기현 후보는 무방비 상태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그러나 송 시장 측 변호인은 “송 시장이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긴 했지만 공약 지원을 부탁한 적이 없다.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한다”고 맞받았다.
◇”靑·경찰, 표적 수사” 對 “검사 의견”
검찰은 또 “송철호 캠프는 가장 유력 경쟁자인 김기현 후보를 적폐 세력으로 몰려고 청와대와 경찰을 동원해 김 후보자에 대한 표적 수사, 하명 수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그러자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었던 황운하 의원은 “하명 수사가 아니라, 정상적인 토착 비리 수사였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청와대의 ‘당내 경쟁자 정리’에 대해선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송철호 당선에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는 (당내 경쟁자인)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직을 제안하며 출마 포기를 말했다”고 했다. 이어 “선거는 대한민국 공정, 정의 실현의 무대이고 공직선거법은 그 룰이다. 그 무대 위에서는 작아 보이는 것이라도 못 받는 사람에게는 불공정의 씨앗, 불이익이 된다”며 “그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변호인단은 “검사가 공소 사실이 아닌 자기 의견을 말했다. 재판부가 예단(豫斷)을 가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검찰이 “공소 사실이 딱딱해 이해를 돕기 위한 차원”이라고 하자, 변호인은 즉각 “그게 바로 (잘못된) 예단”이라고 맞섰다. 어느 한 쪽도 물러서지 않자 재판부가 나서 “검찰은 (진술할 때) 의견을 빼달라”고 했다.
◇현 재판부, 김미리 부장판사 우회 비판
이 사건 재판부는 이날 재판 말미에 “원래 재판 준비 절차를 하면서 증거 채택 여부는 정리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게 안 됐다”며 “공판 기일(본재판)을 진행하면서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고 했다. 법원 안에선 “병가를 간 김미리 부장판사가 그동안 1년 넘게 ‘공판준비 기일(재판 준비)’을 진행하면서 당연히 정리했어야 할 증거 채택 문제도 정리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이라고 했다.
조백건 기자 편집국 사회부 기자
편집국 사회부 법조팀에서 근무
편집국 사회부 법조팀에서 근무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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