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팬데믹 확산속 자산가치 급등… 버블 붕괴땐 복합 위기”
뉴욕=유재동 특파원 , 김예윤 기자 , 신지환 기자
입력 2021-05-08 03:00수정 2021-05-08 08:03
주식-가상화폐 급락 위험 경고
美연준, 주식-가상화폐 등 급락 위험 경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식 등 위험자산의 급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최근 각국의 부양책으로 유동성이 늘어나고 가상화폐 등에 대한 투자 열기가 커지는 와중에 나온 지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연준은 6일(현지 시간)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주식과 다른 위험자산들의 가치가 지난해 11월부터 올랐으며 일부는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며 “낮은 국채 이자율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자산의 가격은 역사적 기준과 비교해서 더 높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연준은 “이런 위험 선호 현상이 꺼지면 자산 가격은 상당한 하락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금융안정보고서는 미국 금융 시스템의 잠재적 위협을 다루기 위해 1년에 두 번씩 발간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글로벌 경제의 급격한 위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예방하려는 차원이다.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각국의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에 줄 충격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글로벌 시장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개발도상국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것이 미국 금융회사들에 연쇄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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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팬데믹 확산속 자산가치 급등… 버블 붕괴땐 복합 위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산 가격의 하락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사실상 지금 글로벌 투자 시장에 일부 거품이 껴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의 확대와 경제활동 재개,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으로 미국 내에서는 경기 과열 우려도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각국의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으로의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연준은 6일(현지 시간)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아직 확산하는 가운데 일부 자산 가치가 급등하는 현상이 겹치면서 자칫하면 글로벌 경제가 복합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팬데믹이 다시 악화돼 미국 경제 회복을 어렵게 할 경우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차입금이 많은 생명보험사와 헤지펀드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머니마켓펀드(MMF)도 인출 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자산 가격의 이상 급등을 일으키며 시장 불안을 키운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근 ‘투자 광풍’이 불고 있는 가상화폐나 공매도 세력에 맞서 개미들이 반란을 일으킨 ‘게임스톱 사태’ 등을 겨냥한 것이다.
실제로 주식 등 위험자산들의 가치는 팬데믹이 본격화된 이후 이례적으로 많이 상승한 상태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42% 안팎, 나스닥지수는 49%가량 급등했다. 비트코인은 이 기간에 약 490%, 최근 투기 열풍이 거센 도지코인은 200배 넘게 뛰어올랐다.
시중에 풀린 돈이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당국이 나서서 투기 심리를 차단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4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제가 과열되지 않게 하려면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파장이 커지자 “연준의 금리 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것이 아니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드디어 당국이 버블 가능성에 경고의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팬데믹 발발 이후 1년 이상 제로금리와 자산매입 정책을 유지해 온 연준도 조만간 긴축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그동안 “물가상승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잠재워 왔지만,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는 “일부 자산에 거품이 낀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에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고 본격적인 긴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자산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1123만 원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11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9월 10억 원대로 올라선 지 7개월 만에 1억 원 넘게 오른 것이다. 지난해 3월 1,500 아래로 주저앉았던 코스피는 급등세를 이어가 지난달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3,200 선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은 자산시장 과열이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으로 인한 금융 불균형 심화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 김예윤·신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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