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애플카' 선택은?… 이르면 내주 윤곽
약속한 재공시 임박… 정의선 결단 주목
美·中 공장 활용한 시너지 기대
"테슬라 잡을 절호 기회" vs "하청업체 전락 우려"
옥승욱 기자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2021-01-28 19:37 | 수정 2021-01-29 06:24
▲ ⓒ뉴데일리
이르면 내주 현대차의 '애플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세계 최대 IT기업 애플이 전기차 협업을 요청한 가운데 정의선 회장의 '답'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1개월 이내 재공시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시기가 도래하는 만큼, 내주 말에는 애플카 소식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는 아직 최종 결정에 이르지 않은 상태로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애플이 회사 경영진에 협력을 오퍼한 것은 맞다"며 "최고 경영진이 이에 대해 여전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왜 현대차인가?
수많은 자동차 기업 가운데 애플카가 현대차에 협력을 제안한 이유는 뭘까.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016년 BMW와 벤츠에 자율주행 전기차 협력에 대해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애플과 이견차를 보이며 협력 제안을 최종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애플은 자신의 아이클라우드 서비스와 융합한 차량을 원한 반면 제조사들은 자사가 직접 개발한 차량용 운영체제 OS(Operating System)를 적용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애플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차량을 만들 경우 브랜드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애플의 방향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단 위기감이 협력 제안을 거절하게 된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애플은 이후 다른 선택지를 놓고 크게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애플이 현대차에 손을 내민 결정적 요인은 세계 5위 수준의 완성차 생산 능력과 전기차 전용 플랫폼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미국 공장을 활용하면 현지에서 판매 가능하단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에 연산 37만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기아 조지아 공장 또한 연산 34만대로 비슷한 규모다.
협력이 성사되면 애플은 사드 보복 이후 가동률이 급락한 중국 공장 또한 애플카 생산 기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진출을 현대차를 통해 손쉽게 해결하게 되는 셈이다. 애플 입장에선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현대차가 최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한 것 또한 애플로선 매력적이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폭스바겐, GM, 토요타, 현대차 등 4개사만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이 중 폭스바겐은 이미 미국 포드사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공유하기로 한 상태다. GM 또한 일본 혼다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토요타와 현대차만이 남게 됐는데 하이브리드 최강자인 토요타는 전기차 부문에서는 현대차에 비해 열세라 판단해 현대차를 최종 선정하게 됐다는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 ⓒ뉴데일리
◇ 테슬라 넘을 기회? 하청업체 전락?…협업 시 득실은
현대차 내부에서는 애플과 손을 잡았을 때 득실을 분주하게 따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술을 전기차 모델에 접목할 수 있단 점은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자율주행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과 달리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애플은 자율주행 시스템과 센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장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현대차로선 구미가 당기는 제안일 수 밖에 없다.
현대차가 애플과 손을 잡으면 자율주행 뿐만 아니라 애플 페이 등 진보된 기술을 자율주행 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다.
이 협업이 테슬라를 뛰어넘는 기회가 될 수 있단 점도 긍정적이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을 통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현대차와 애플이 협업해 획기적인 디자인의 차량을 만들면 그 자체로 테슬라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의 기술력에 애플이라는 브랜드 효과가 더해져 전기차 선도업체인 테슬라를 잡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현대차는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했다. 개발비용을 빠른 시일 내 메우려면 판매를 늘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판매하는 전기차만으로 개발비용을 충당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는 E-GMP 발표회를 진행하며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플랫폼을 공급할 것이라 밝혔다.
애플과의 협업은 E-GMP 개발비용을 메우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카 자체가 흥행을 이끌 수 있는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애플카를 고민하는 또 다른 이유다.
물론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생산 공장을 두지 않는 애플은 아이폰을 대만 폭스콘에 위탁 생산하는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애플카 역시 자체 생산이 아닌 위탁 생산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현대차가 애플에게 주도권을 뺏긴다면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우려한다.
이를 잘 아는 현대차가 애플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협업을 결정하기까지 가장 중요하게 논의돼야 하는 부분이다.
현대차는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다"며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 내용과 관련해 확정되는 시점 또한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1개월 이내 현대차가 발표한다면 그 시점은 내달 5일 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르면 내주에는 현대차와 애플의 협업에 관한 구체적인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셈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현대차-애플과 같은 협업 제안은 수천건이 일어난다. 지난해 자동차 분야에서만 400건에 일어났다"며 "굉장히 보편화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어 "삼성이 하만을 인수했지만 삼성이 하만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는 못한다. 그게 미국식 경영이다"며 "현대차 또한 애플과의 협업을 갑을 관계로 생각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위탁생산은 현대차가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애플이 OS쪽으로 간다면 현대차는 결국 껍데기만 제공하는 식이 될텐데 이는 현대차 장기 방향성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자와도 맞는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옥승욱 기자 okdol99@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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