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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보고 드럼 배우고, 이젠 나를 위해”… 액티브 시니어 떴다

대한유성 2021. 1. 12. 11:36
[경제] 에이징 코리아, 지식사회에서 지혜사회로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11일(月)
“넷플릭스 보고 드럼 배우고, 이젠 나를 위해”… 액티브 시니어 떴다
 
▲ AK플라자 문화아카데미가 ‘액티브 시니어’로 선정한 양병선(69·왼쪽 사진) 회원과 송영심(64) 회원의 화보. 양 씨는 35년간 직업군인 생활을 마치고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으며, 대가족 살림을 꾸리는 주부 송 씨는 8년째 드럼을 배우는 중이다. AK플라자 제공
 

③ 소비 주축으로 부상하는 베이비부머 세대

외모·건강·자기계발 분야 관심
안마의자·스타일러·차 구입 등
작년 관련시장 125조규모 성장

디지털 기기 사용에도 익숙한편
유튜브 등 통한 여가 활동 즐겨
온라인·모바일 앱 구매도 활발


#서울 마포구에 살고 있는 이모(67) 씨는 성인 자녀들을 모두 분가시킨 후 부인과 함께 시간을 자주 보내고 있다. 자녀들의 짐이 있던 공간은 이 씨 부부가 그동안 사고 싶었던 안마의자와 스타일러 등으로 채워졌다. 이 씨는 15년간 타던 차도 처분하고, 평소 눈여겨 봤던 수입차로 바꿨다. 이 씨는 주말이면 부인과 함께 골프 라운드를 즐긴다.

#송영심(64) 씨는 살림을 꾸리는 주부이자 드럼 연주자다. 남편의 권유로 백화점 드럼 강좌를 통해 드럼 스틱을 잡기 시작한 지 벌써 8년이 넘었다고 한다. 손주에게 드라마 OST를 연주해주기도 한다. 백화점 주요 고객이기도 한 송 씨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한 ‘부캐(부캐릭터·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로 활동하는 것)’ 찾기 이벤트에도 선정돼 화보도 촬영했다.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새로운 소비·여가 주축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란 버니스 뉴가튼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가족 중심의 소비패턴이 자기계발, 패션, 미용 등 자기중심으로 변화하는 점을 포착했다. 이 씨와 송 씨의 사례가 액티브 시니어에 해당한다. 액티브 시니어는 소비와 여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일반적인 노년층을 지칭하는 ‘실버 세대’와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기업들은 외모나 건강관리, 여가·문화 활동 등에 관심이 많고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액티브 시니어를 ‘핵심 소비자’ 층으로 구분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액티브 시니어의 소비 시장이 약 125조 원 규모로 성장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액티브 시니어를 잡아라=6급 공무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하모(67) 씨는 자녀를 모두 해외로 보내고 부인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 매월 연금 약 300만 원을 받아 생활하는 하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쇼핑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돼 주로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근처 마트도 잘 나가지 않고 집에서 홈쇼핑이나 온라인쇼핑을 즐겨 한다”고 말했다.

하 씨와 같은 5060세대가 코로나19로 기존 마트나 슈퍼, 시장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대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운영 중인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기준 5060세대 주문 횟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대가 흐르면서 온라인에 익숙하면서도 자기 취미 생활을 즐기던 40대가 50대 세대로 유입되는 효과도 크다”면서 “현재 40대, 50대가 다시 50대, 60대가 되면 액티브 시니어 시장은 더욱 커지고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소비의 핵심으로 떠오른 액티브 시니어를 잡기 위한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다양화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5060세대를 위한 모바일 전문관을 개설했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의미인 ‘웰 에이징(Well-Aging)’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젊고 트렌디한 패션 브랜드와 명품 등을 내세웠다. 로봇 청소기와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일상생활의 편의성을 강조한 일명 ‘편리미엄’ 상품도 중점적으로 선보였다. 롯데홈쇼핑은 앞서 시니어 특화 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전담하는 ‘시니어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했다.

전통 유통업계에서도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마케팅은 현재 진행 중이다. 특히 단순한 제품 판촉이 아닌, 그들의 문화에 스며들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리마인드 웨딩 촬영 이벤트’를 실시해 액티브 시니어 고객층 확보에 나섰다. AK플라자 문화아카데미는 지난해 인생 제2막을 그려 나가는 고객 3명을 선정해 화보 촬영 이벤트인 ‘부캐’ 찾기를 진행했다. 사례에 소개된 송 씨와 35년간 직업군인으로 살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양병선(69) 씨의 모습이 화보에 담겼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액티브 시니어층 확보를 위해 마련했던 이벤트로, 올해도 다양한 소통을 위한 마케팅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소비와 여가 소비에서도 주축으로=액티브 시니어들은 디지털 소비와 여가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앞선 사례의 이 씨는 기원에 나가지 않고 모바일과 PC 온라인을 통해 취미인 바둑을 둔다. TV로는 넷플릭스를, 모바일로는 유튜브 영상을 즐겨본다. 디지털 기기 소비가 두렵지 않다고 했다. 이 씨는 “시대에 뒤처지면 오히려 이 나이에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것을 누릴 수 없어 손해라는 생각에 자식들이나 주변의 젊은 세대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법 등을 자주 물어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다 보니 모바일 앱을 통한 상품 주문에도 적극적이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50대 이상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를 기준으로 쿠팡앱 사용자는 2019년 275만여 명에서 2020년 414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50대 이상의 11번가 앱 사용자 수도 2019년 142만여 명에서 2020년 165만여 명으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액티브 시니어로 구분할 수 있는 50대 이상 연령대에서 모바일 기기를 통한 쇼핑 관련 앱 사용이 늘었는데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이들 세대가 디지털 모바일 기기 사용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정민·김온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