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지명’ 두 글자 뜻 놓고 싸우는 秋 VS 尹, 왜?
입력 2020.12.12 10:36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오전 윤석열 검찰총장이 관용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인 윤석열 총장을 징계하기 위한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윤 총장 양 측이 ‘지명’이라는 한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놓고 물러설 수 없는 다툼을 벌이고 있다. 향후 징계 수위가 어떻게 결정이 나든, 윤 총장 측이 행정 소송을 예고해 놓은 상황에서 법원에서도 역시 ‘지명’의 의미를 놓고 양측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전망이다.
‘지명’ 논란은 검사징계법 5조 6항에서 촉발됐다. 해당 조항은 “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위원장이 지정하는 위원이 그 직무를 대리하고, 위원장이 지정한 위원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위원장이 지명하는 예비위원이 그 직무를 대리한다”고 돼 있다.
사건은 지난 10일 징계위를 앞두고 징계위원이던 서울 모 사립대 교수 A씨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사퇴하면서 시작됐다. 법무부는 A씨 대신 정한중 한국외대 교수를 새로운 징계위원으로 위촉했다. 그리고는 징계 청구권 당사자인 추미애 법무장관을 대신해 정 교수에게 징계위원장 직무 대행을 맡겼다.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2020년 12월 10일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종료 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김지호 기자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위원6명(법무부와 검찰 등 내부 위원 3명, 외부 위원 3명) 등 7명으로 구성되고 예비위원으로 3명을 두도록 하고 있다. 이 예비위원은 검사 중에서 법무장관이 지명해두도록 한다.
때문에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이 사퇴한 A씨 대신 예비위원 중 한 명을 새로 징계위원으로 지명하지 않고, 외부에서 정 교수를 A씨 대타로 데려와 징계위원장을 시킨 것은 검사징계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식으로 징계위원을 예비위원에서 채워넣지 않고 공석이 된 경우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입맛에 맞는 외부 징계위원을 데려올 경우 ‘맞춤형 징계위’를 구성할 수 있고 이는 징계위 자체의 공정성을 정면으로 무너뜨리는 위법 행위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예비위원이 아니었다. 예비위원은 검사 중에서 법무장관이 지명한다.
검사징계법 5조 6항
반면 법무부 측은 “위원 구성의 다양성을 도모하고자 외부 인사를 3명으로 정한 법률의 취지를 고려할 때 사임 의사를 밝힌 외부 위원의 자리에 새로 외부 위원을 위촉하는 것이 위원회 구성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기하는 취지에 부합하다”며 “징계위원에게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라 함은 위원직을 유지하면서 심의 또는 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 때를 의미하므로 위원이 위원직을 사임한 경우 신규 위원 위촉은 적법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에 대해 행정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지명'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 가운데 누구의 이름을 지정하여 가리킴’이라는 뜻”이라며 “전당 대회 출마자 중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듯, 지명은 결국 ‘있는 자들 중에서 정함’이라고 봐야 한다. 결국 징계위원장이라는 중대 칙책을 직무대리할 자를 새로 외부에서 데려와 신규로 ‘위촉’한 후 ‘지정’할 수 없고, 기존에 정해진 위원 7명과 예비위원 3명 중에서 지정하는 것이 맞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지명'의 사전적 의미/네이버 국어사전
법률 해석의 첫번째 원칙이 단어를 사전적 의미대로 해석하는 ‘문리 해석 원칙’인만큼 윤 총장 징계처럼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라는 중대한 사안의 경우, 법무부 측 입장처럼 법률을 유추 해석 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총장 측은 15일 예정된 2차 징계위 회의에서도 이러한 법적 하자를 문제 삼아 정 교수에 대한 기피 신청을 다시 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징계 취소 소송을 할 경우 서울행정법원에서도 ‘지명’의 의미를 둘러싸고 양측은 법적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박국희 기자 편집국 사회부 기자
사회부 법조팀에서 검찰 이슈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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