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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팔수록 적자' 실손보험…'官治'의 실패

대한유성 2020. 12. 10. 12:45

[기자수첩]'팔수록 적자' 실손보험…'官治'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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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2020.12.10 10:35 기사입력 2020.12.10 10:35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보험료가 할인ㆍ할증되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가 내년에 나온다. '팔수록 적자'인 실손보험 판매 보험사들은 일단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 처방이 빠진 미봉책이라는 불만도 적지 않다. 실손보험이 망가지게 된 이유가 '관치(官治)'의 실패 때문이라는 의식이 팽배한 탓이다.

 

실제 보험사들은 금융당국 눈치에 수 년간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 시기를 실기했다.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 업계는 지난 10월부터 내년도 실손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묵묵부답이다. 앞서 올해 초 20% 가량 인상폭을 요구했지만 '한자릿수로 맞추라'는 당국의 암묵적인 가격 규제에 인상율은 9.8~9.9%에 그쳤다.

 

문제는 심각한 실손보험 손해율과 걷잡을 수 없는 적자 규모다. 2009년 표준화 이전 실손의 위험손해율은 143%, 표준화 이후는 130%에 육박하고 있다. 2017년 이후 4년째 적자만 7조원에 달한다. 손해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30% 이상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급여의 급여화' 이후 손해율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당국 입장에서 쉽사리 보험료 인상을 허용하기도 쉽지 않다.

 

고심 끝에 내놓은 것이 4세대 실손이다. 관건은 얼마나 갈아탈 지 여부다. 앞서 3세대 실손의 전환율은 기대 이하였다. 2017년 신(新)실손이 출시됐지만, 올 상반기말 기준 보유계약건수 기준으로 18%에 그친다. 실손 가입자 10명 중에 8명이 기존 가입 보험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4세대 실손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는 배경이다.

 

병원 이용이 없으면 할인을 받지만 할인률(5%)도 높지 않다. 월 보험료 1만원이면 500원 할인에 그친다. 보험료가 할증되는 과다 의료이용자가 스스로 갈아타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적절한 수준의 보험료 인상으로 갈아타기를 유도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실손보험의 문제는 의료계의 비급여를 관리하지 못한 보건당국의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건강보험급여로 지정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은 1만9000여개에 달한다. 모두 신약ㆍ신기술이라는 명목 아래 당국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다.

 

병원에 따라 비급여 가격이나 진료횟수 등이 천차만별이라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여지도 높다. 국민 35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보건당국 모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