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스킬/기타 낙서장

[스크랩] 기도에 관한 시

대한유성 2019. 2. 9. 07:20

          기도

가난한 새의 기도 ㅡ 이해인

거리에서 ㅡ박목월

검은 신이여ㅡ 박인환

겨울 기도 ㅡ 마종기

고통을 사랑하기 위한 기도 ㅡ 프란시스 잠

그는 ㅡ 정호승

그리스도의 양떼를 위한 기도 ㅡ 존 녹스

그의 행복을 기도 드리는 ㅡ 신동엽

기도 ㅡ 구상. 나태주.니코스 카잔차키스. 사라 티즈데일. 서정주. 안셀름. 오카드.이성선.

           헷세. 함정임.황동규.황인숙.훌

기도할 때 내 마음은 ㅡ 이해인

기원 ㅡ 칼릴 지브란

나는 재물을 가겹게 여기네 ㅡ 에밀리 브론테

나의 기도 ㅡ 정채봉

나마스테 ㅡ 네팔 기도문. 최동호

나의 기도 ㅡ 정채봉

날개 ㅡ 천상병

낡은 의자를 위한 저녁기도 ㅡ 정호승

내려놓음 ㅡ 박선희

내리막길의 기도 ㅡ 박목월

당신의 눈에 부딪칠 때 ㅡ 박두진

마지막 기도 ㅡ 이해인

무슨일이 일어나게 하소서 ㅡ 릴케

반복되는 일들을 위한 기도 ㅡ 윌리암 바클레이

봄기도 ㅡ프로스트

사랑-당신을 위한 기도 ㅡ 안도현

새벽기도 ㅡ 정호승

새봄의 기도 ㅡ 박희진

성호를 긋는다 ㅡ 박노해

순박한 아내를 만나기 위한 기도 ㅡ 프란시스 잠

시지프스의 기도 ㅡ 이문연

아버지의 기도 ㅡ 더글라스 맥아더

아침 기도 ㅡ 김남조. 유안진

아침 식사 ㅡ 김현승

아침에의 기도 ㅡ함혜련

아홉가지 기도 ㅡ 도종환

어떤 기도 ㅡ 이수익

어린이 예수 ㅡ 알버트 페인

어머니의 기도 ㅡ 캐리 마이어스

여름날의 기도 ㅡ 문병란

예수 마음

영적 자유를 위한 기도 ㅡ 칼 라너 신부

오늘을 위한 기도 ㅡ 이해인

오래된 기도 ㅡ 이문재

우리를 흔들어 깨우소서 ㅡ 이해인

주님의 발을 씻도록 ㅡ 암브로시우스

주님 제게 일을 주십시오 ㅡ 신달자

죽은 자를 위한 기도 ㅡ 남진우

지극히 속된 기도 ㅡ 황인숙

참다운 기도 ㅡ 타고르

참회 ㅡ백무산. 이정하

창가에서 ㅡ 칼 샌드버그

초록의 기도 ㅡ 이해인

태양의 노래 ㅡ 성 프란치스코

평온을 비는 기도 ㅡ 라인홀드 니버

평화의 기도

풍차가 바람에 의지하듯 ㅡ스티븐슨

하나님 보세요 ㅡ 메티 스테파넥

하느님에게 ㅡ 박두순

 

 

   사진작가 ㅡ 최민식

 

 

   가난한 새의 기도    이해인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서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흰구름이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더나려는게

더 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거리에서       박목월

걸으면서 기도한다 거리에서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는 주기도문

나이 60세 아직도 중심이 잡히는지 나의 신앙

주여 굽어 살피소서

당신의 눈동자 안에서 오늘의 나의 하루를 외곽으로만 헤매고

해는 짧고 날씨는 차가운 겨울의 가로수 밑동

걸으면서 안으로 중얼거리는 주기도문

진실로 당신이 뉘심을 전신으로 깨닫게 하여 주시고

오로지 순간마다 당신을 확인하는 생활이 되게 믿음의 밧줄로 구속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나의 걸음이 사람을 향한 것만이 아니고

당신에게로 나아가는 길이 되게 하시고

한강교를 건너가듯 당신의 나라로 가레 하여 주십시오

 

 

 

   검은 신이여            박인환

저 묘지에서 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저 파괴된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인간의 내부에서 사멸된 것은 무엇입니까

일년이 끝나고 그 다음에 시작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전쟁이 뺏어간 나의 친우는 어디서 만날 수 있습니까

슬픔 대신에 나에게 죽음을 주시오

인간을 대신하여 세상을 풍설로 뒤덮어 주시오

건물과 창백한 묘지 있던 자리에

꽃이 피지 않도록

하루의 일년의 전쟁의 처참한 추억은

검은 신이여

그것은 당신의 주제일 것입니다

 

 

 

       겨울 기도   마종기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을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고통을 사랑하기 위한 기도         프란시스 잠(1868-1938)

고통만을 지닌 나는 그 고통 말고는 바라는 게 없습니다

충직스러웠던 고통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나의 영혼이 내 마음 바닥을 짷고 있던 때에도

고통은 늘 내 곁에 앉아 나를 지켜 주었으니

어찌하여 고통을 원망하겠나이까?

오 고통이여, 네가 나를 절대로 떠나지 않으리라 확신한 이상,

보라, 나는 마침내 너를 존경하기에 이르고 말았구나

아, 나는 알고 있다, 있는 것 만으로도 네가 아름다움을

너는 마치 가난하고 침울한 내 마음의

서글픈 화롯가를 떠난 적이 없는 자들과 같다

오 나의 고통이여, 지극히 사랑스런 여인보다 좋은 너,

단말마의 아픔에 시달리게 될 때도, 고통이여, 너는

네 마음 속으로 여전히 비집고 들어오려고

내 이부자리 속에서 나와 함게 가지런히 누워 있을 것이기에

 

 

 

       그는        정호승

 

                      노만 록웰 ㅡ 신앙의 자유

 

 

   그리스도의 양떼를 위한 기도    존 녹스(스코틀랜드장로교 창시자)

오 권능의 하나님

주님께서는 우리의 위대한 목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에서 다시 살리셨습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피로 세우신 영원한 새언약으로 구속하여 주신

그분의 양떼를 위로하고 보호하여 주십니다

바른 진리를 선포하는 설교자들이 더욱 많아지게 하시어

아직도 진리를 몰라 헤매이는이들이 지고 있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하시고

고통받는 이들

 특별히 진리를 위해 고통당하는 이들의 아픔을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의 능력으로 치료하여 주소서 아멘

 

 

 

   그의 행복을 기도드리는           신동엽

그의 행복을 기도드리는 유일한 사람이 되자

그의 파랑새처럼 여린 목숨이 애쓰지 않고 살아가도록

길을 도와주는 머슴이 되자

그는 살아가고 싶어서 심장이 팔뜨닥거리고 눈이 눈물처럼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나의 그림자도 아니며 없어질 실재도 아닌 것이다

그는 저기 태양을 우러러 따라가는 해바라기와 같이 독립된

하나의 어여쁘고 싶은 목숨인 것이다

어여쁘고 싶은 그의 목숨에 끄나풀이 되어선 못쓴다

당길 힘이 없으면 끊어 버리자

그리하여 싶으도록 걸어가는 그의 검은 눈동자의 행복을

기도드리는 유일한 사람이 되자

그는 다만 나와 인연이 있었던

어여쁘고 깨끗이 살아가고 싶어하는 정한 몸알일 따름

그리하여 만에 혹 머언 훗날 나의 영역이 커져

그의 사는 세상까지 미치면 그 땐

순리로 합칠 날 있을지도 모를 일일께며

 

 

 

 

    기도   구상

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서도

언제나 당신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내 눈을 스쳐 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당신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풀잎 하나 주옵소서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나의 혀를 닳게 하옵소서

 

이제 다가오는 불 장마 속에서

'노아'의 배를 타게 하옵소서

 

그러나 저기 꽃잎 모양 스러져 가는

어린 양들과 한 가지로 있게 하옵소서

 

 

 

 

     기도           구상

저들은 저들이 하는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들도 이들이 하는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 눈 먼 싸움에서

우리를 건져 주소서

 

두 이레 강아지 눈만큼이라도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

 

 

 

 

       기도         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기도     Nikos Kazantzakis(1883-1957) 그리스

나는 당신의 손에 쥐어진 활입니다

주님, 내가 썩지 않도록 나를 당기소서

나를 너무 세게 당기지 마소서, 주님

나는 부러질지도 모릅니다

나를 힘껏 당기소서, 주님

내가 부러진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기도        Sara Teasdale(1884 -1933) 미국

나 죽어갈 때 말해주소서

채찍처럼 살 속을 파고들어도

나 휘날리는 눈 사랑했다고

모든 아름다운 걸 사랑했노라고

그 아픔을 기쁘고 착한

미소로 받아들이려 애썼다고

심장이 찢어진다 해도

내 영혼 닿은 데까지 깊숙이

혼신을 다 바쳐 사랑했었노라고

삶을 삶 자체로 사랑하며

모든 것에 곡조 붙여

아이들처럼 노래했노라고

 

  

  기도         서정주

저는 시방

꼭 텡 비인 항아리 같기도 하고

또 텡 비인 들녘 같기도 하옵니다

주여

한동안 더 모진 광풍을

제 안에 두시든지

몇 마리의 나비를 주시든지

반쯤 물이 담긴 도자기와 같이 하시든지

뜻대로 하옵소서

시방 제 속은

많은 꽃과 향기들이

담겼다가 비워진 항아리 같습니다

 

        

 

  

 

        기도                     안셀름

주 예수 그리스도여

주님을 갈망함으로 찾게 하시고

찾으면서 갈망하게 하소서

주님을 사랑함으로 찾게 하시고

찾아가면서 또한 사랑하게 하소서

주님

당신의 형상대로 저를 창조하신 것을 감사함으로 고백합니다

그렇게 지으셨으므로 제가 주님을 기억하고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형상이 제 허물로 인해 닳아버렸고 얼룩졌습니다

죄의 연기로 인해 까맣게 되어버렸습니다

주께서 새롭게 다시 지어주시지 않는 한

제게 주신 주님의 형상은 본래의 기능을 행할 수 없습니다

주님 저는 감히 주님의 높은 경지에 이르기를 꿈꾸지 않습니다

제 이해력으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조금이나마 주님의 진리를 이해하고 싶습니다

제 마음이 이미 믿고 사랑하는 그 진리를!

믿기 위해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믿음으로 이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믿지 않는다면 이해할 수도 없으리라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기도             W. E. 오카드

모든 사물을 꿰뚫어 보시며

사랑으로 모든 일을 참으시는 하나님

 

진리와 영으로 당신께 가까이 나가도록

우리에게 용기를 주소서

마음은 먼 데 가 있고

입술로만 드리는 예배가 되지 않게 하소서

 

마음 깊은 곳을 살피시는 당신에게서

피하여 숨으려는 헛된 노력을 하지 않게 도와주소서

이 밝은 대낮에 우리의 몸을 가리려고 덮어 쓰고 있는

모든 외투와 위장을 벗어버릴 수 있게 하소서

 

진리의 빛을 바로 받아서

모든 거짓과 위선과 속임수를 물리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아

아무 것도 두려워 않을 만큼 용기 있게 하소서

아멘!

 

 

       기도     이성선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삶은

기도이어라

하늘에 자신을 비추어보고

다시 비추어보고

별에게  비추어보고

또 비추어보고

사람에게 비추어보고

사람에게 비추어보고

잎 다 떨어진 나무처럼

홀로될 때

마지막 제 영혼에 비추어보는

기도이어라

 

 

 

 

       기도     헷세

신이여, 나로 하여금 내 자신에 대해 절망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러나 당신에게만은 절망치 않게 해주시옵소서

 

나로 하여금 비탄을 맛보게 하여 주시고

고뇌의 불이 나를 휩싸게 하여 주시옵소서

 

나로 하여금 온갖 모욕을 겪게 하여 주시고

스스로 견뎌 나감을 돕지 마옵소서

 

내가 발전하는 것도 돕지 마옵소서

그러나 나의 모든 고집이 꺽어지거든

그렇게 만드신 분이 당신이었음을 보여주소서

 

당신이 그 불꽃과 고뇌를 낳으셨음을 알게 하소서

왜냐하면 나는 즐거이 멸망하고 즐거이 죽겠사오나

다만 당신의 품 안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송종국 선수

 

 

 

    기도          함정임

사랑할 줄 몰라

사랑받을 줄 몰라

헤매이는 외로움 아니기를

 

자연과 대화할 줄 몰라

하늘 앞에 구부릴 줄 몰라

거센 바람 같은

혹독한 분노 아니기를

 

이 몸 위해 소망하는 어리석음

고개 숙여 참회할 줄 몰라

퍼붓는 절망 아니기를

 

엎드리면 비내리는 기도

버린만큼 불어나는 의식

참으로 살아 내길 바램하던

마음 하나 구원의 징표이기를

 

버림에 능숙치 못한 삶

배려에 간절함 부족했거니와

내것 위한 기도는 지극한 인간이기에

안으로 차갑게 식어가는

심장 움켜쥐는 설움 아니기를

 

세상 섬길 수 있는 마음

지혜 얻는 그 하늘가에서

다 버리지 못한 나 잡고

몸 떨지 않기를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 왕비

 

 

 

 

 

        기도             황동규

1

내 잠시 생각하는 동안에 눈이 내려

눈이 내려 생각이 끝났을 땐 눈보라 무겁게 치는 밤이었다

인적이 드문, 모든 것이 서로 소리 치는 거리를 지나며

나는 단념한 여인처럼 눈보라처럼 웃고 있었다

내 당신은 미워한다 하여도 그것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바람부는 강변을 보여주며는

나는 거기에서 얼마든지 쓰러지는

갈대의 자세를 보여주겠습니다

 

2

내 꿈결처럼 사랑하던 꽃나무들이

얼어 쓰러졌을 때 나에게 왔던

그 막막함 그 해방감을 나의 것으로 받으소서

나에게는 지금 엎어진 컵

빈 물주전가 이런 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는 닫혀진 창

며칠내 끊임없이 흐린 날씨

이런 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곤 세명의 친구가 있어

하나는 엎어진 컵을 들고

하나는 빈 주전자를 들고

또 하나는 흐린  창밖에 서 있습니다

읻르을 만나소서

이들에게서 자간 잠간의 내 이야기를 들으소서

이들에게서 막막함이 무엇인가는 물지 마소서

그것은 언제나 나에게 맡기소서

 

3

한 기억 안의 방황

그 사방이 막힌 죽음

눈에 남은 소금기

어젯밤에는 꿈많은 잠이 왔었다

내 결코 숨기지 않으리라

좀 더 울울히 못산 죄 있음을

깃대에 달린 깃발의 소멸을

그 우울한 바라봄, 한 짧고 어두운 청춘을

언제나 거두소서

당신의 울울한 적막 속에

 

 

 

     기도          황인숙

하나님, 시험에 들게 하옵소서

조그마한 미끼라도 저는 물겠나이다

날파리나 날빛 하나 놓치지 않고

이것저것 덥석덥석 물겠나이다

(그리하여 저 스스로 죄를 사하겠나이다)

지쳐 쓰러져도

비겁할 기회

사악할 기회

친구를 저버릴 기회

당신을 욕 먹일 기회

오오 저의 공급은 결코 딸리지 않을 것이나이다

 

하나님, 제게 모든 열매를 금하소서

무화과나 사과 외에도

포도. 복숭아. 석류. 아그배. 독버섯까지

껍질 하나 뿌리 하나 남기지 않고

독기까지 모두 쏟아 마시겠나이다

(그리하여 에로스가 아닌

당신의 자동면죄기인 배탈을 낳겠나이다)

 

하나님, 아무래도

그녀를 사랑할 것만 같습니다

당신의 엘렉트라

사탄인지 뱀인지를

한 초 빨리 집안에 들이옵소서

당신의 일품인 미끼인

그녀를

 

 

 

 

 

      기도        

기도는 수학이 아니니

기도의 횟수가 기도의 힘이 되는 것이 아니며

기도는 수사학이 아니니

기도의 웅변이 기도의 힘이 되지는 못한다

또한 기도는 기하학이 아니니

그 장단이 기도의 힘이 되지 못한다

기도는 음악도 아니니

그 음성의 아름다움이 힘이 되지도 못한다

기도는 또한 논리학도 아니니 그의 논조가 문제되지 못한다

기도의 논리 정연한 그 방법이 기도의 힘이 되지도 못한다

심지어 하나님이 가장 관심을 두시는

신학까지도 기도의힘이 되는 못한다

그러나 마음의 열심,

이것은 기도의 큰 힘이며 가장 유용한 요소다

 

 

 

 

 

 

     기도할 때 내 마음은         이해인

1

기도할 때 내 마음은 바다로 갑니다

파도에 씻긴 흰 모래밭의 조개껍질처럼 닳고 닳았어도

늘 새롭기만 한 감사와 찬미의  말을 한꺼번에 쏟아 놓으면

저 수평선 끝에서 빙그레 웃으시는 나의 하느님

 

2

기도할 때 내 마음은 하늘이 됩니다

슬픔과 뉘우침의 말들은 비가 되고

기쁨과 사랑의 말들은 흰 눈으로 쌓입니다

때로는 번개와 우박으로 잠깐 지나가는 두려움

때로는 구름이나 노을로 잠깐 스쳐가는 환희로

조용히 빛나는 내 기도의 하늘

이 하늘 위에 뜬 해. 달. 별. 믿음. 소망. 사랑

 

3

기도할 때 내 마음은 숲으로 갑니다

소나무처럼 푸르게

대나무처럼 곱게 한 그루 정직한 나무로 내가 서는 숲

때로는 붉은 철쭉꽃의 뜨거운 언어를

때로는 하얀 도라지꽃의 청순한 언어를 치워 내며

한 송이 꽃으로 내가 서는 숲

사계절 내내 절망을 모를 내 기도의 숲에 서면

초록의 웃음 속에 항상 살아 계신 나의 하느님

 

 

 

    기원             칼릴 지브란

날개 달린 마음으로 새벽에 일어나

사랑의 또 하루를 위하여 감사하게 되기를 ...

 

정오에는 쉬며

사랑의 황홀한 느낌으로 명상하기를 ...

 

황혼엔 감사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게 되기를 ...

 

그런 다음,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 속으로부터 기도하고

그대들의 입술로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편안히 잠들게 되기를 ....

 

 

 

 

  나는 재물을 가볍게 여기네         에밀리 브론테(1818-1848)

나는 재물을 가볍게 여기네

나는 사랑도 가볍게 여기네

명예욕도 아침이 다가오면

사라지는 한낱 꿈일 뿐이었네

 

내가 기도한다면, 나를 위해

내 입을 여는 유일한 기도는

'지금 내가 지닌 마음 그대로 두시고

 내게 자유를 주소서.'

 

그렇다 짧은 삶이 끝으로 다가갈 때

내가 간청하는 전부는

삶과 죽음을 통해, 인내하는 용기로

속박없는 영혼이 되기를!

 

 

 

  나마스테              네팔 기도문

나는 당신 내면의 그곳

우주 전체가 자리한 그곳을 경배합니다

나는 당신 내면의 그곳

사랑과 빛, 진실과 평화가 깃든 그곳을 경배합니다

나는 당신 내면의 그곳에 있고

내가 나의 내면의 그곳에 있으면

우리는 하나가 됩니다

나마스테

 

 

                          고갱

 

 

 

        나마스테          최동호(1948 - ) 수원, 고려대 교수

                       ㅡ 히말라야 시편

당신의 마음 속의 신에게

경배합니다

나마스테, 어쩌면 처음이라 말하기도 쑥쓰러운

목소리를 듣고도

 

마르고 까만 얼굴에

하얀 이 드러내고 안면에 웃음 가득한

히말라야 고산족들

쓰러져 가는 움막 같은 어두운 집들에서도

 

맑은 눈동자 빛내던

아이들의 고사리 손등은

이름 없이 高山에서 꽃들 같아

 

나마스테, 그 말의 이파리들

혀 밑으로 되뇌일 때마다

雪山의 흰 구름처럼 신에게 경배하는

경건한 인간의 얼굴과 눈빛들 떠오른다

시와 사상. 2002년 가을호.

 

Namaste ㅡ 히말라야 고산족들이 주고 받는 인사말로

                  당신의 마음 속에 있는 신에게 경배합니다 라는 뜻

 

                     장강 옆 차마고도

 

                                     티벳 라싸 조캉사원에서 오체투지하는 여인

 

         나의 기도         정채봉(1946 - ) 전남 승주

아직도 태초의 기운을 지니고 있는

바다를 내게 허락하소서

짙푸른 순수가 얼굴인 바다의

단순성을 본받게 하시고

파도의 노래밖에는 들어 있는 것이 없는

바다의 가슴을 닮게 하소서

 

홍수가 들어도 넘치지 않는 겸손과

가뭄이 들어도 부족함이 없는

여유를 알게 하시고

항시 움직임으로 썩지 않는 생명

또한 배우게 하소서

 

                              마네 ㅡ 기도하는 수도사

 

 

 

  날개     천상병

날개를 가지고 싶다

어디론지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싶다

왜 하느님은 사람에게

날개를 안 다셨는지 모르겠다

내같이 가난한 놈은

여행이라고는 신혼여행뿐이었는데

나는 어디로든지 가고 싶다

날개가 있으면 소원성취다

하느님이여

날개를 주소서 주소서 ...

                         비너스 윌리엄스

 

 

 

 

  낡은 의자를 위한 저녁기도     정호승

그동안 내가 앉아 있었던 의자들은 모두 나무가 되기를

더이상 봄이 오지 않아도 의자마다 싱싱한 뿌리가 돋아

땅속 깊이 실뿌리를 내리기를

실뿌리에 매달린 눈물들은 모두 작은 미소가 되어

복사꽃처럼 환하게 땅속을 밝히기를

 

그동안 내가 살아오는 동안 앉아 있었던 의자들은 모두

플라타너스 잎새처럼 고요히 바람에 흔들리기를

더이상 새들이 날아오지 않아도 높게 높게 가지를 뻗어

별들이 쉬어가는 숲이 되기를

쉬어가는 별마다 새가 되기를

 

나는 왜 당신의 가난한 의자가 되어주지 못하고

당신의 의자에만 앉으려고 허둥지둥 달려왔는지

나는 왜 당신의 의자 한번고쳐주지 못하고

부서진 의자를 다시 부수고 말았는지

 

산다는 것은 결국

낡은 의자 하나 차지하는 일이었을 뿐

작고 낡은 의자에 한번 앉았을 뿐

작고 낡은 의자에 한번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었을 뿐

 

 

 

 

     내려놓음          박선희

새벽기도 가는 길에 맞닥뜨린 치한처럼

내 심기를 툭 건드려보던

내 등짝을 후려치고 부리나케 내빼던

세월의,

흰자위에 담겨

세상의 평판에 가담하지 않고 몇 해를 살았다

 

말줄임표로 내가 생략되어 잠잠했던 날들

그리운 것이 많아도 생각을 꽉 깨물며 견뎠다

기도의 골방에 오롯이 봉인되어

기억에 물비늘 드문드문 돋아나도록!

 

살아있음에 대한 변명,

그변명에 회초리만한 균열이 생겼다

나를 불쾌하게 하던 엉겁결에 내 등짝을 후려치던

치한은 어디론가 내뺐지만

궁핍한 내 단칸영혼 불편하게 건드리는

불온한 내 욕망의 등짝을 아프도록 후려치는

새벽 뒷골목 같은 생의 황금률,

단 한 벌의 믿음에 보푸라기가 일었다

내가 썩어야 꽃 필 수 있다는

 

믿음의 아랫목에

내려놓음!

 

내 생애 처름으로 신발을 벗었다

<사람거울>. 문학의 전당.

 

 

 

 

 

    내리막길의 기도      박목월

오르막길이 숨차듯 내리막길도 힘에 겹다

오르막길의 기도를 들어주시듯  내리막길의 기도도 들어주옵소서

열매를 따낸 비탈진 사과밭을 내려오며 되돌아 보는 하늘의 푸르름을 뉘우치지 말게 하옵소서

마음의 심지에 물린 불빛이 아무리 침침하여도 그것으로 초밤길을 밝히게 하옵시고

오늘은 오늘로써 충만한 하루가 되게 하옵소서 어질게 하옵소서

사랑으로 충만하게 하옵소서 육신의 눈이 어두워질수록 안으로 환하게 눈뜨게 하옵소서

성신이 제 마음속에 역사하게 하옵소서 下旬의 겨울도 기우는 날씨가 아무리 설레이어도

항상 평온하게 하옵소서 내리막길이 힘에 겨울수록 한자욱마다 전력을 다하는 그것이

되게 하옵소서 빌수록 차게 하옵소서

 

 

당신의 눈에 부딪칠 때               박두진

아무 데서나

당신의 눈에 부딪칠 때

타올라 미쳐 뛰는

내 안의 마음이

잔잔하고 푸른 강으로

가라앉게 하소서

 

아무 데서나

당신의 눈에 부딪칠 때

노루처럼 비겁한

내 안의 결단이

칼날진 발톱

사자처럼 영맹히 덮칠 수 있게 하소서

 

아무 데서나

당신의 눈에 부딪칠 때

사막처럼 팍팍한

내 마음 메마름에

뜨거운 눈물

연민의 폭포 강이 출렁이게 하소서

  

 

 

   마지막 기도         이해인

이제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두고 갈 것도 업고 가져갈 것도 없는 가벼운 충만함이여

헛되고 헛된 욕심이 나를 다시 휘감기 전 어서 떠날 준비를 해야지

땅 밑으로 흐르는 한 방울의 물이기보다

하늘에 숨어 사는 한 송이의 흰 구름이고 싶은 마지막 소망도 접어두리

숨이 멎어가는 마지막 고통 속에서도 눈을 감으면 희미한 빛 속에 길이 열리고

등불을 든 나의 사랑은 흰옷을 입고 마중나오리라

어떻게 웃을까 고통 속에도 설레이는 나의 마지막 기도를

그이는 들으실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옵소서             릴케

저희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옵소서!

목숨을 향하여 이렇게 떨고 있음을 굽어보소서

저희들은 높이 솟아오르고자 하옵니다

광명처럼, 노래처럼

 

 

 

   반복되는 일들을 위한 기도        윌리암 바클레이

오! 하나님 아버지시여

오늘은

내가 두려워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행할 수 있는

용기를 허락하시고

내가 하기를 원치 않는 것들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양심을 허락하시며

서로가 싫어하는 사람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아량을 허락하옵소서

 

매일 반복되는 틀에 박힌 일에 대해서도

내가 그것을 당신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기쁨을 발견하며

따라서 지루한 것들이

재미있는 것이 되고

하찮게 보이는 것들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게 하옵소서

 

나로 하여금 행복한 하루가 되게 하시되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한 기쁨을 더하게 하옵소서

예수그리스도의 공로에 의지하여 기도합니다 아멘

 

 

 

     봄기도               프로스트

오, 오늘은 이 꽃이나 즐기게 해주소서

아직도 너무 멀어 불확실한 수확일랑

잊어버리고 오늘은 이곳에서

한해가 소생하는 광경에 빠지게 해주소서

 

오, 하얗게 꽃핀 과수원에서 즐기게 해주소서

낮은 더없이 아름답고 밤은 유령같은 곳

나무랄데 없는 과수 주위를 붕붕 나는 무리들

그 행복한 벌들 속에서 행복하게 해주소서

 

벌들 위에서 별안간 지저귀던 새

그 쏜살같은 새를 보고 행복하게 해주소서

바늘 같은 부리로 유성처럼 덤비다가

꽃을 떠나 허공에 가만히 서 있는 새

 

사랑이란 다름 아닌 바로 이런 것

높으신 목적 위해 사랑을 聖 化함은

하늘에 계시는 신의 몫이요

우리는 사랑을 실천할 뿐입니다

 

 

 

   사랑- 당신을 위한 기도        안도현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죄짓는 일이 되지 않도록

나로 인해 그이가 눈물짓지 않도록

상처받지 않도록

 

사랑으로 하여 못 견딜 그리움에

스스로 가슴 쥐어 뜯지 않도록

사랑으로 하여 내가 죽는 날에도

그 이름 진정 사랑했었노라

 

그 말만은 하지 말도록

묵묵한 가슴 속에 영원이도록그리하여

내 무덤 가에는 소금처럼 그리움만 남도록

 

 

 

   새벽기도      정호승

이제는 홀로 밥을 먹지 않게 하소서

이제는 홀로 울지 않게 하소서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을 열어주시고

때로는 조그만 술집 희미한 등불 곁에서

추위에 떨게 하소서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픔을 알게 하시고

아름다움의 추함과 희망의 절망과

기쁨의 슬픔을 알게 하시고

이제는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리어카를 끌고 스스로 밥이 되어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이 되게 하소서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 창비.

 

                                     샤르댕 ㅡ 식사 전 기도

 

   새봄의 기도           박희진

이 봄엔 풀리게

내 뼛 속에 얼었던 어둠까지

풀리게 하옵소서

온 겨우내 검은 침묵으로

추위를 견디었던 나무엔 가지마다

초록의 눈을 , 그리고 땅 속의

벌레들마저 눈 뜨게 하옵소서

이제사 풀리는 하늘이 아지랑이

골짜기마다 트이는 목청

내 혈관을 꿰뚫고 흐르는

새 소리, 물소리에

귀는 열리게 나팔꽃인 양

이 눈엔 생기를, 가슴엔 사랑을

불붙게 하옵소서

 

 

 

 

    성호를 긋다      박노해

사형, 사형이다

이렇게 올 것이 온 것이다

호송차는 사이렌 소리를 지르며 밤길을 달리고

붉은 포승줄에 묶여 다시 돌아온 독거방

마룻바닥에 놓은 식은 짬밥 앞에서

침묵의 성호를 긋는다

떨리는 성호를 긋는다

 

아 나는 지금 외로운 것이다

나는 지금 붙들고 싶은 것이다

이 운명을 피해 보고 싶은 것이다

밧줄에 목 매달리는 불안함도 뼈아픔도

다 마주치면 순간인데

새삼스런 이 울음은

나약한 인간의 애착인가 두려움인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불러보며

사라져갈 내 인생 위에 성호를 긋는다

나의 노동과 시와 투쟁의 기억 위에

서러운 애무처럼 성호를 긋는다

마지막 검은 천이

두 눈을 가리우는 최후의 순간까지

좀더 의연하지 안으면 안된다

좀더 순결하고 좀더 아름다운

노동자의 미소를 닦아두지 않으면 안 된다

 

이마에서 심장으로 이어지는

침묵의 성호를 긋는다

삶에의 죽음으로 넘어가는 절정

그 검은 땅 위에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면

노랗게 피어나는 민들레처럼

끝내 부활로 이어지고야 말

나의 사랑, 나의 믿음

아 우리들 혁명의 성호를 긋는다

 

 

 

   순박한 아내를 만나기 위한 기도                프란시스 잠

주여 제 아내가 될 여인은

겸손하고 온화하며

정다운 친구가 될 수 있는 여인이게 하소서

잠잘 때는 손을 맞잡고

잠들 수 있는 여인이게 하소서

그녀가 아름다운 은목걸이를

가슴 사이로 보일듯 말듯 걸도록 하소서

그녀의 살갗은 늦여름 조는 듯한 자두가 아니라

한결 매끄럽고 보드라우며

금빛으로 빛나게 하소서

그녀의 마음 속에

부드러운 순결이 간직되게 하시고

서로 말없이 포옹하며

미소지을 수 있게 하소서

그녀를 건강하게 하여

잠든 꽃을 보는 꿀벌처럼

내 영혼을 돌볼 수 있게 하소서

그리하여 제가 죽는 날

그녀가 내 눈을 감기고

내가 누운 침대를 두 손으로 잡은 채

가슴 메이도록 흐느끼며

무릎을 꿇는 이외의 다른 어떤 기도도

하지 않게 하소서

 

 

 

     시지프스의 기도       이문연

신이시여, 죽을 힘을 다해

바위를 꼭대기로 밀어 올리건만

다시 굴러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끝없이 반복해야 하는

이 어리석은 자를 긍휼히 여기시고

단지 괘씸하다는 이유로

영겁의 형벌을 내리고

신들의 눈에 들지 않는다 해서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그들을 벌해 주소서

측량할 길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끝없이 되풀이해야 하는

비생산적인 곳에

시간을 소모케 하지 마시고

누구나 그들을 믿고 따라갈 수 있도록

인간과 신들이 얼굴을 마주하는

화합의 장을 펼쳐주시고

잡신들에게는 패러다임이 바뀌었음을

만천하에 공표하여

다시는 이런 변태적 군림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따끔하게 일러 주소서

부정을 밥먹듯하는 제우스신은

중벌을 내려 주시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아레스신은 족쇄를 채워

명계의 왕 하데스와

무간지옥의 고통을 알게 해 주소서

인간도 물욕에 눈이 어두워

영혼을 팔아 성채를 쌓아가는 어리석은 짓들을

더는 못하도록 혼내 주시고

이번 계기로 조율 한 번 확실하게 해주시어

누구나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기름지고 맑은 세상 만들어 주시옵소서

 

 

 

 

 

   아버지의 기도        더글라스 맥아더

내게 이런 자녀를 주옵소서

약할 때에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여유와

두려울 때에 자신을 잃지 않는 대담성을 가지고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태연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한 자녀를 내게 주옵소서

 

생각할 때에 고집 부리지 않게 하시고

주님을 알고 자신을 아는 것이

지식의 기초임을 아는

그런 자녀를 내게 허락하옵소서

 

원하옵나니 그를

평탄하고 안이한 길로 인도하지 마시고

고난과 도전에 직면하여 분투 항거할 줄 알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폭풍우 속에선 용감히 싸울 줄 알고

패자를 관용할 줄 알도록 가르쳐 주옵소서

 

그 마음이 깨끗하고 그 목표가 높은 자녀를

남을 정복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자녀를

장래를 바라봄과 동시에 지난 날을 잊지 안흔

자녀를 내게 주옵소서

 

                           성요셉과 어린 예수님

 

    아침 기도    김남조

목마른 긴 밤과

미명의 새벽길을 지나며

싹이 트는 씨앗에게 인사합니다

 

사랑이 눈물 흐르게 하듯이

생명들도 그러하기에

일일이 인사합니다

 

주님

아직도 제게 주실

허락이 남았다면

주님께 한 여자가 해드렸듯이

눈물과 향유와 미끈거리는 검은 모발로써

저도 한 사람의 발을

말없이 오래오래

닦아주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엔

이 한 가지 소원으로

기도드립니다

 

 

 

   아침기도          유안진

아침마다

눈썹 위에 서리 내린 이마를 낮춰

어제처럼 빕니다

 

살아봐도 별 수 없는 세상일지라도

무책이 상책인 세상일지라도

 

아주 등 돌리지 않고

반만 등 돌려 군침도 삼켜가며

그래서 더러 용서도 빌어가며

하늘로 머리 둔 이유도 잊지 않아가며

 

신도 천사도 아닌 사람으로

가장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따라 울고 웃어가며

늘 용서 구할 꺼릴 가진

인간으로 남고 싶습니다

 

너무들 당당한 틈에 끼여 있어

늘 미안한 자격미달자로

송구스러워하며 살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도 ....

 

 

 

 

   아침 식사          김현승

내 아침상 위에

빵이 한 덩이

물 한잔

 

가난으로도

나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신 주여

 

겨울의 마른 잎새

한끝을

당신의 가지 위에 남겨두신

주여

 

주여

이 맑은 아침

내 마른 떡 위에 손을 얹으시는

고요한 햇살이여

 

 

 

   아침에의 기도             함혜련

이보다 더 고운 선을 보여 주십시오

 

주위가 사뭇 화안하여

눈이 부신 햇볕 아래 대낮과도 같은

날개의 형상을 밝혀 주십시오

 

모습이 있고 빛이 있고 또한 무한을

헤아릴 수 있는 날개의 폭에서 풍겨나는

기도같이 개끗하고 정성스런 체온 속에

온몸 흠뻑 묻히게 하여 주십시오

찬란한 자리에서

뚜렷하고 감미로운 장미꽃을 피우고 싶습니다

 

어서 밤의 그 지루한 베일를 벗고

싱싱한 아침의 기둥을 세워 주십시오

 

 

 

    아홉가지 기도       도종환

나는 지금 나의 아픔 때문에 기도합니다

그러나 오직 나의 아픔만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나의 절망으로 기도합니다

그러나 오직 나의 절망만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깊은 허무에 빠져 기도합니다

그러나 허무 옆에 바로 당신이 계심을 알게 하소서

나는 지금 연약한 눈물을 뿌리며 기도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남을 위해 우는 자 되게 하소서

나는 지금 죄와 허물 때문에 기도합니다

그러나 또다시 죄와 허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그러나 모든 내 이웃의 평화를 위해서도 늘 기도하게 하소서

나는 지금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러나 불행한 모든 영혼을 위해 항상 기도하게 하소서

나는 지금 용서받기 위해 기도합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자 되게 하소서

나는 지금 굳셈과 용기를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더욱 바르게 행할 수 있는 자 되게 하소서

 

 

   어떤 기도          이수익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도를

본 적 있네

 

어느 조그만 시골 마을을

기차가 지나갈 무렵

얼핏, 차창 밖으로 보이던

 

야트막한 교회당 낡은 지붕 위로

아이들 장난감처럼 생긴

나무로 만든 십자가 하나

 

지상에서 가장 낮게 엎드린 채

다시는 고개 들 줄 모르고 올리고 있던

한 가난한 손의 기도를

 

                           마더 테레사

 

 

    어린이 예수      알버트 페인

그는 티없는 어린이었습니다

여름날 , 너나 또 나처럼

아버지가 일하고 계신 동안에

문 밖에서 놀기도 하고

마루에서 대팻밥을 모으기도 하던

그는 티없는 어린이었습니다

 

그러나 작은 새들

종달새, 소쩍새, 그리고 비둘기들은

분명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새들은 예수 안에 있는 사랑을 알아차리고

존경하는 생각에 잠겼을 것입니다

새들은 사람을 대신하여 죽을

어린 예수를 알고 그 이름을 기렸을 것입니다

 

해는 새벽녘에 그의 머리카락에

남모르게 스며들어

보이지 않는 영광의 빛 한줄기

거기 남겨 놓고 사라졌을 것입니다

그것은 가시관을 쓰지 않으면 안될 이마 위에

사랑의 입맞춤을 뜻하며 드린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의 기도      캐리 마이어스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며

묻는 말에 일일이 친절하게 대답하도록 도와주소서

 

면박을 주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소서

아이들이 우리를 공손히 대해주기를 바라는 것과 같이

우리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느꼈을때

아이들에게 잘못을 말하고 용서를 빌수있는

용기를 주소서

 

아이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비웃거나 창피를 주거나 놀리지 않게 하여 주소서

우리들 마음속에 비열함을 없애주시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여름날의 기도     문병란

여름은 육체의 계절

아직 기도하기에는 햇볕이 너무 뜨겁습니다

내 청춘은 먼 항구에서

한낮의 태양을 겨루어

그 꿈과 사랑을 연습 중이고

아직 주인이 없는 술잔에는

빨간 입술이 철철 넘치고 있습니다

멀리 멀리 떠났던 마음들

등불 밑으로 돌아오지 않고

별똥별이 흐르는 밤

젊은이들은 그 연인들 곁에서

빨간 산딸기의 향기를 음미하고 있습니다

여름은 기도하기에는 일ㄴ 시간

개똥벌레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곳에서

나의 소년은 이방인의 눈망울에 초롱을 켜고

이 아침 나의 새벽 위엔

고향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리는 시간입니다

주여, 흩어진 발자국들 널려 있는

먼 방랑의 해변에서

나의 야생녀는 바다로 뛰어들고

아직도 나는 기도하지 않습니다

기다림이 끝나지 않은

사향 박하의 뒤안길에서

한 마리 꽃뱀이 혀를 날름거릴 때

나는 돌멩이를 던집니다

자꼬 자꼬 유성이 남으로 흐르는 밤

나는 아직도 아득한 꿈 속에서

해바라기의 목을 조릅니다

 

                          부산 부흥 2007

 

 

 

 

  영적 자유를 위한 기도      칼 라너 신부

오, 하느님, 영이신 당신!

 

당신께 청하오니

저희의 모든 행동이

당신의 영감을 따라 이루어지게 하시고

당신의 은혜로운 손길을 거쳐 순화되게 하소서

 

하여 저희의 모든 기도와 일이

항상 당신으로부터 시작하여

당신을 통해 마치게 하소서

 

하느님, 저의 하느님

저는 오로지 사랑 안에서만

당신을 찾을 수 있나이다

 

사랑 안에서

오로지 사랑 안에서

저의 영혼의 문이 열리어

제가 자유의 맑은 공기를 숨쉬게 하시고

저의 작은 자아일랑 잊게 하소서

 

사랑 안에서

저의 좁고 초조한 소견의 우물에서 벗어나

강물로 흐르게 하소서

하여 저를 가난과 비움의 수인이 되게 하소서

 

사랑 안에서

저의 영혼의 모든 힘이 당신을 향해 흘러

다시 제게 돌아오지 않게 하소서

하여 당신 안에 온전히 잠기게 하소서

 

당신의 사랑으로

당신은 제 마음의 과녁인 까닭에

제 자신보다 오히려 제게 더 가까이 계시나이다

 

제가 당신을 사랑할 때

제가 저의 자아의 좁은 동그라미를 깨고

답변 없는 물음들의 고통을 남겨놓여 할 때

저의 눈먼 눈이

아스라이 멀리로부터 보려고 하지 않을 때

당신의 다가갈 수 없는

눈부심으로 하여 눈을 감으려 할 때

 

오 헤아릴 수 없는 이여

사랑의 문을 통과하여

당신이 제 생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오셨을 때

그제야 저는

당신 안에 저를 온전히 묻을 수 있나이다

 

오 신비로우신 하느님

그제야 저의 모든 물음들을

저와 더불어 당신께 묻을 수 있나이다

 

                           고형원 선교사님

 

 

오늘을 위한 기도             이해인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제게 맡겨진 시간의 옷감들을

자투리까지도 아껴쓰는

알뜰한 제단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 밖에는 없는 것 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 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 이에 대한 말을 할 때는

사랑의 거울 앞에 저를

다시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두지 않게 하소서

 

몹시 바쁜 때일수록 잠깐이라도

비켜서서 하늘을 보게 하시고

고독의 층계를 높이 올라

해면이 더욱 자유롭고 풍요로운

흰옷의 구두자가 되게 하소서

 

제가 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극히 조그만 것이라도 다 기억하되

제가 남에게 베푼 거셍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하소서

 

           2010년 6월 23일 수요일 나이지리아 전 ㅡ 박주영 선수

 

  오래된 기도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그렇게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이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을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 아이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시오 사상 2008년 가을호

 

 

 

 우리를 흔들어 깨우소서      이해인

나 아닌 그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해주길 바라고 미루는 사랑과

평화의 밭을 일구는 일 비록 힘들더라도

나의 몫으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참됨과

선함과 아름다움의 집을

내가 먼저 짓기 시작하여

더 많은 이웃을 불러 모으게 하소서

 

우리가 배불리 먹는 동안

세상엔 아직 굶주리는 이웃 있음을

따뜻한 잠자리에 머무는 동안

추위에 떨며 울고 있는 이들 있음을

잠시도 잊지 않게 하소서

 

사랑에 대해서 말하기보다

먼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생명에 대해서 말하기보다

먼저 생명을 존중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를 변화시켜 주소서

 

                              김연아

 

 

  주님의 발을 씻도록                암브로시우스

예수님,

제가 당신의 발을 씻도록 허락해 주소서

더러운 제 마음 안을 다니시느라

주님 발이 더러워졌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발에서 더러운 것들을 씻어 내도록

저를 허락하소서

저의 못된 행실 때문에

주님의 발이 더럽혀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발 씻는 데 필요한 물을

어디서 구하나요?

물이 없다면

저의 눈물이라도 써야지요

 

주님,

저의 눈물로써 당신의 발을 씻도록 허락하소서

그럴 때 저 자신도 씻겨질 것입니다

 

                     몬드리올 노틀담 성당 

 

  주님! 저에게 일을 주십시오       신달자

주님! 저에게 일을 주십시오

저를 이 세상에 필요한 인물로 만들어 주십시오

그리하여, 내 아이들이 엄마를 부끄럽게 생각지 말게 하시고

제가 능력껏 일해서 그들에게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밑받침이 되도록 하여 주소서 ...

내 아이들이 돈이 없어 그들의 꿈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간절히 빕니다

손톱이 닳도록 일하겠습니다

발톱이 빠지도록 움직이고 걷겠습니다

부디 제게 능력을 주시고

내 능력으로

내 가족이 굶주리지 않게 하소서!1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장미란

 

 

 

  죽은 자를 위한 기도        남진우

이 밤

대지 밑 죽은 자들이 웅얼거리는 소리가

내 잠을 깨운다

 

지하를 흐르는 검은 물줄기가

누워 있는 내 귓속으로 흘러들어와

몸 가득히 어두운 말을 풀어놓은 시각

죽은 자의 입에 물린 은전의 쓴맛이

목구멍을 타고 내 몸 곳곳에 번져나간다

 

죽은 자들로 가득 찬 몸을 일으켜

창가로 걸어가 보면 멀리 밤하늘에 떠 있는

차가운 달의 심장

 

대지 저 밑에서

죽은 자들의 손톱과 머리칼이 소리없이 자라듯

나는 이 밤

그들이 말이 두근대는 심장을 지그시 누르고

어둠 저편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의 눈빛을

막막히 마주보고 있다

 

 

 

지극히 속된 기도    황인숙

거리마다 교회당이 있다

하늘에는 달이 떠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내가 가본 교회당들의 거리들

거리들의 교회당들

그 안에는 촛불들이 너울거렸다

기도하는 눈꺼풀처럼

달싹이는 입술처럼

 

누군가 불 붙여놓은 촛불 앞에서

재빨리 기도한 적이 있다

그 기도는 지극히 속된 것이었다

근사한 시를 쓰게 해달라는 것

약간의 돈이 생기게 해달라는 것

또, 나를, 용서해달라는 것

 

교회당 안은 조심스럽고 과묵한

그리고 눈 어둡고 귀 어두운 노인처럼

귀기울였다

 

내가 가본 온 거리의 온 교회당들

내 가슴속 거리의 창고에, 울릴까말까 망설이는

울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종들을 쟁여놓은 그 교회당들

 

나는 기도했었다

무구한 빗소리를 품고 있는 회색 구름 아래서

알록 양산을 쓰고

 

 

 

참다운 기도          타고르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말게 하옵시고

위험에 처하여서도 겁을 내지 말게 해 달라고

기도하게 하옵소서

 

고통을 멎게 해 달라고 기도하게 마옵시고

고통을 극복할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게 하옵소서

 

이 세상의 싸움터에서 동조자를 찾게해 달라고

기도하게 마옵시고

인생과 싸워 이길 스스로의 힘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옵소서

 

근심스런 공포에서 구원해 달라고

기도하게 마옵시고

자유와 싸워 얻을 인내를 달라고

기도하게 하옵소서

 

겁장이가 되고 싶지 않나이다

도와 주소서

 

일취월장하는 성공 속에서만

당신이 자비하다고 생각지 말게 하시고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도 당신이

내 손을 쥐고 있다고 감사하게 하옵소서

 

 

 

       참회        백무산

돌계단을 오르는데 바위 틈에

노란 민들레가 여기저기 환하게 피었다

 

참배만 하고 돌아가려 하였다

고개 숙여 찬 마룻바닥에 이마가 닿으니

젖은 향내가 훅 끼쳐왔다

오후 햇살이 세살창에 흔들려

우물에 비친 듯 하늘빛 정적이 깊다

언젠가 쫓겨 숨어 들어와

향내처럼 몸에 익힌 이 정적이

잊었던 갈증에 샘물처럼 푸르다

언젠가 결심을 깨고 떠났던 일처럼

회한이 볼을 타고 눈물되어 흘렀다

 

누가 부르는 소리에 놀라 화들짝 문을 여는데

돌계단 위에 하얗게 눈이 내렸다

하늘 가득 함박눈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멈춘 듯이 허공나무에 흰꽃송이 피어난 듯이

천지 사방에 피어나고 있었다

 

 

 

 

      참회               이정하

때로는 서럽게 울어보고 싶은 때가 있네

아무도 보지 않는데서 넋두리도 없이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하여 정갈하게 울고 싶네

그리하여 눈물에 흠씬 젖은 눈과

겸허한 가슴을 갖고 싶네

 

그럴 때의  내 눈물은

나를 열어가는 정직한 자백과 뉘우침이 될 것이다

가난하지만 새롭게 출발할 것을 다짐하는

내 기도의 첫 구절이 될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ㅡ 필라르 성모성당 

 

   창가에서  Karl Sandburg(1878-1967) 스웨덴계 이민자

제게 배고픔을 주소서

오, 권좌에 앉아서 이 세상에

명령을 내리시는 당신네, 신들이여

수치와 실패로 쫓으시어 나를

부귀와 명성의 문에서 떨치소서

그러나 작은 사랑 하나 남기소서

길고 긴 외로움을 깨뜨리며

하루가 끝나갈 때 내게 말 건네줄 목소리 하나

어두운 방 안에서 잡아줄 손길 하나

( 저로 하여금 창으로 가서 거기서

  어스름 속의 낮의 형상들을 바라보며

 기다리게 하시어 작은 사랑 하나 내게

  다가옴을 알게 하소서)

 

 

  초록의 기도          이해인

꽃과 별과 새들처럼

나무들도 제 이름을 불러주면

더욱 기뻐하겠지요?

 

뜰에는 내가 좋아하는

분홍빛 진달래가 조금씩 피어나는 봄

숲은 온통 초룩의 축제입니다

 

산에 오르며 초록의 함성을 듣습니다

 

나무들의 수런대는 모습

풀들의 조용한 외침

안개가 끼었는데도 산은 아름답기만 합니다

 

나뭇가지에 조용히 올라오는 나뭇잎의 초록

내 마음의 초록

그래서 기도도 내내 초록빛입니다

 

 

 

 

태양의 노래          성 프란치스코

주여, 내 자매인 물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소서

물은 매우 유용하고 겸허하며 귀하고 순수합니다

 

주여, 내 자매인 달과 별들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소서

당신께서는 하늘에 그 깨끗하고 귀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주여, 내 형제인 바람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소서

그리고 공기와 구름과 아름다운 날씨를 통하여 찬미를 받으소서

그것들을 가지고 당신께서는 당신이 만드신 모든 것을 먹여 살리십니다

 

주여, 내 자매인 불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소서

그것을 가지고 당신을 밤을 밝히십니다

불은 아름답고 명랑하고 활기차고 튼튼합니다

 

주여, 당신의 모든 생물로써

특별히 내 형제인 태양으로써 찬미를 받으소서

태양은 대낮이고, 그것을 가지고 당신은 우리에게 빛을 쏟아 주십니다

태양은 아름답고 커다란 광휘로써 빛납니다

태양은 가장 높으신 당신을 닮았습니다

 

    평온을 비는 기도    라인홀드 니버

 

하느님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또한 그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하루하루 살게 하시고

순간순간 누리게 하시며

고통을 평화에 이르는 시련쯤으로 받아들이게 하옵고

 

죄로 물든 세상을 내 원대로가 아니라

예수님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옵시며

 

당신의 뜻에 순종할 때

당신께서 모든 것을 바로 세우실 것을 믿게 하셔서

이 생에서는 사리에 맞는 행복을

저 생에서는 다함이 없는 행복을

영원토록 누리게 하옵소서

 

                           예루살렘

 

 

   평화의 기도     성프란체스코

주여, 나로 하여금 당신의 평화를 지키는 사도가 되게 하옵소서

증오의 밭에는 사랑의 씨앗을 뿌리게 하옵시고

무례한 자를 용서하게 하옵시며

믿지 않은 사람을 믿음에 들게 하옵시고

절망의 밭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게 하옵시며

어둠에는 빛이 되게 하옵시고

슬픔에는 기쁨이 되게 하옵소서

 

오 내운명의 주인이시여

나의 아픔을 위로받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게

이해받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사랑받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신이 죽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으로 태어납니다

 

 

                       2011년  3월  3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국가조찬기도회

 

    풍차가 바람에 의지하듯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1894)

주님, 당신의 뜻이라면

저희가 하는 모든 순수한 노력에 복을 내리소서

 

평탄한 길이 주님 뜻이 아니라면

미래에 다가올 모든 일을 대면할 용기를 주소서

 

그리하여

위험 속에서는 용감하고, 환난 중에 견고하며

환경의 변화에도 침착성을 잃지 않고

죽음의 문에 이를 때까지 신실하게 하시고

사랑으로 임하게 하소서

 

진흙이 도기 장인에게 의지하듯

풍차가 바람에 의지하듯

어린 아이가 부모에게 의지하듯

주님의 도움을 의지하고 구합니다

 

 

 

   하나님 보세요           메티 스테파넥

마지 아줌마네 꼬마 아기가

어젯밤 죽었다고 엄마가 말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저는 기도를 참 많이 했습니다 하나님

매일 밤마다 기도 했습니다

매일 낮마다 기도 했습니다

'꼬마 아기를 살려주세요"라고

우리는 쉬지 않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아기가 죽었다고 엄마가 말했습니다

화가 나서 저는 소리쳤습니다

"기도해도 소용없잖아!

하나님은 듣지도 않아

기적을 내리지도 않고

아기를 살려주지도 않고

아무 것도 안해."

엄마는 말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기도를 다 들어준다고

하지만 기도를 듣는다고 해서

항상 우리가 원하는 대답을 하는 건 아니라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는게 기도는 아니라고

아기는 천국에 가서 제일 키가 작은 천사가 됐으니

그게 기적이 아니겠냐고

매일매일 기적은 일어나고 있겠지요

그런데도 또 다른 기적을 바라니까

그런 기적이 제 눈에는 보이지 않았나 봐요

하나님

매일매일 기적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 아주맘네 아기 일은 너무나 슬프지만

하나님에게 화를 내지는 않겠습니다

아멘

1996년 3월

 

 

   하느님에게        박두순

때맞춰 비를 내리시고

동네 골목길을

청소해 주셔서 고마워요

 

구런데 가슴 아픈 일이 있어요

개미네 집이

무너지는 것이지요

 

개미네 마을은

그냥 두셔요

 

구석에 사는 것만 해도

불쌍하잖아요

가끔 굶는다는 소식도 들리는데요

 

 

 

 

출처 : 동해물과 백두산이
글쓴이 : 아침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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