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김부장도 꼬마빌딩 샀대"…40대, 빌딩 시장 주역으로
'꼬마빌딩' 투자 연령대 낮아져
40대 비중 33%…30대도 약진
대기업 직원인 40대 초반 A씨는 올해 초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30억원대 ‘꼬마 빌딩’을 대출 15억원을 끼고 사들였다. 그동안 회사생활을 하며 저축한 돈, 재테크를 통해 번 돈, 본인 소유 아파트를 담보잡히고 대출받은 돈 등을 총투입했다. 리모델링을 하면 월급보다 많은 임대수익을 얻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A씨는 “꼬마빌딩은 월세소득 외에도 매각 때 시세차익까지 올릴 수 있어 아파트보다 투자 가치가 높다”면서 “부모님이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어 투자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고회사를 운영 중인 B씨(32)의 첫 부동산 투자 역시 빌딩이다. 자수성가형 사업가인 그도 몇 달 전 100억원대 빌딩을 매입했다. 아파트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정부 정책에 휘둘리기 싫어서다. 입지를 잘 가린다면 빌딩이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게 B씨의 생각이다. 그는 “모든 부동산 투자의 장점을 한데 모은 게 빌딩 투자라고 생각한다”며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고 말했다.
◆꼬마빌딩 시장에 뛰어드는 30·40대
빌딩시장에 A씨와 B씨 같은 젊은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30대와 40대 투자자의 비중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빌딩 중개업체인 원빌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에서 1000억원 미만 중소형 빌딩 거래는 183건 이뤄졌다. 이 가운데 법인을 제외한 개인투자자의 매매는 162건이다.
투자자들의 연령대는 예년과 비교해 대폭 낮아졌다. 40대가 약진했다. 올 1분기 40대의 빌딩 투자자의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23%에서 33%로 10%포인트 확 뛰었다. 30대의 비중은 지난해 7%에 불과했지만 올해 12%를 기록하면서 두자릿수로 늘었다. 50대 이상 투자자의 비중은 55%로 여전히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전년(70%)보다 크게 낮아졌다.
통상 빌딩은 은퇴 후 현금흐름 확보 혹은 증여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런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체 투자자 가운데 50대 이상의 비율 하락이 지속된다면 빌딩 시장 투자 경향이 바뀌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이자 과거엔 비주류였던 연령대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며 “개인 사업이나 투자로 성공한 이들이 자본을 증대하는 수단으로 꼬마빌딩을 선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지속된 저금리 기조도 빌딩 투자를 유인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주환 원빌딩 전무는 “체감하는 이자 부담이 높지 않은 수준인 데다 주택시장과 비교해 규제가 덜한 탓에 과거와 비교해 젊은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면서 “발빠른 이들은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적용 등으로 대출문턱이 높아지기 전에 투자를 서둘렀다”고 말했다.
다만 비교적 자본 축적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는 30대의 경우 상속·증여 수요가 많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PB를 찾는 30대 고객들의 경우 여전히 부모와 상담받는 ‘부의 대물림’일 때가 많다‘면서 “이들을 모두 신흥 투자자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봤다.
◆강남선호 가속화
법인을 포함한 중소형 빌딩 투자자들의 강남 선호는 가속화되는 중이다.1분기 강남과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에 전체 매매계약 56%(103건)가 집중됐다. 지난해 1분기(36%)와 비교해 대폭 늘었다. 세부 지역별로는 강남이 지난해 21%에서 33%로 늘어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송파(7%→13%)와 서초(8%→10%)가 뒤를 이었다.
아파트에서 시작된 강남 선호 현상이 빌딩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상권 경쟁력이 뛰어난 데다 지가(地價) 상승폭이 높아서다. 빌딩 시세 또한 다른 지역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보니 거래금액으로 따졌을 때 강남권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1분기 강남3구의 빌딩 거래금액은 8473억5000만원으로 서울 전체 거래금액(1조3450억원)의 63%다.
강남 이외 지역에선 최근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되거나 상권이 발달한 곳의 인기가 돋보였다. 마포와 용산에서 각각 22건(12%)과 9건(5%)이 거래됐다. 마포는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경의선숲길을 비롯한 연남동 상권이 연예인 등 큰손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용산은 한남오거리와 이태원로 주변, 경리단길 등의 꼬마빌딩이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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