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투자 수익성 빨간불…中 관광객 감소에 공급과잉 우려까지
기사입력 2017-12-29 06:0
연 4~6%의 수익을 앞세워 시중 자금을 끌어 모았던 호텔 투자가 역풍을 맞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데 이어 금리 상승과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테헤란로 한복판에 있는 ‘L7호텔스강남타워’가 지난달 말 2422억원에 거래됐다. 매입자는 마스턴투자운용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이 건물은 지하 6층~지상 27층, 대지 2303.7㎡, 연면적 33584.29㎡짜리 대형 빌딩이다. 롯데호텔과 KT에스테이트가 장기간 임차해 사용하기로 돼 있다.
호텔롯데는 지하 1~2층과 지상 1층, 지상 9~27층을 20년간 장기임차할 예정이다. 임차보증금은 215억원, 연간 최소보장 임대료는 40억원 수준이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선보인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 ‘L7’을 사용한 ‘L7강남’을 이곳에 오픈했다.
건물 지상 4~8층은 KT에스테이트가 5년간 임차할 예정이다. 보증금은 16억9000만원, 연간 최소보장 임대료는 16억9000만원 수준이다.
건물 전체의 연간 최소보장임대료는 56억9000만원. 우량 임차인을 확보해 안정적 배당수익이 예상되지만 거래 가격을 감안하면 최저기대수익률은 2% 중반으로 낮은 편이라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평가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최저기대수익률을 낮춘 호텔도 있다.
지난 2016년 1월 문을 연 ‘L7명동’은 작년 말 최저보장 임대료가 하향 조정됐다. 당초 호텔롯데가 보증금 55억원에 연간 최저보장 임대료 55억원을 지불하고 20년간 임차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자 지난해 말 보증금 175억원, 연 최저보장 임대료 31억원으로 계약 조건을 변경했다. 최저보장 임대료만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연 4%대 수익률을 내세웠지만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올해 3월 신한금융투자는 첫 부동산 공모펀드인 ‘신한BNP 나인트리 부동산투자신탁’을 선보였지만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었다. 총 465억원을 공모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판매가 저조하자 신한금융투자가 자체적으로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 상품은 서울 명동에 있는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II’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매입금액이 142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4.5%의 수익이 보장되지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보통 호텔에 투자하는 상품 대부분은 최소보장임대료를 통해 최소한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호텔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나 상장형 리츠(REITs·부동산 간접투자)는 호텔 투숙률이 높아지면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호텔 투자의 기대 수익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렸고, 내년에도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대출금리가 낮아 싼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지금까지 서울 시내 핵심 상권에 있는 호텔 경우 최소 투자 기대 수익률은 연 3~4% 수준이었다.
게다가 지금처럼 중국 관광객이 계속 한국을 찾지 않는다면 호텔 투자 가치는 떨어진다. 투자자들이 일정한 수익을 낸 후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만약 호텔 건물 매각 때 제가격을 받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올해 말과 내년에 걸쳐 을 여는 호텔들이 많은 것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대림그룹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 호텔을 이달 31일 오픈한다. 글로벌 호텔 체인 스타우드는 내년 3월 강남구 도산대로 인근에서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강남’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부동산 투자회사의 한 임원은 “수익률은 좀 낮아도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시중 뭉칫돈이 호텔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처럼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온혜선 기자 only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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