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부동산] 월세 투자, 자칫하다 ‘쪽박’
기사입력 2016-08-13 07:36
저금리, 100세 인생, 부동산가격 상승….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면서 주택이나 상가를 임대해 월세를 받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특히 주택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지며 평범한 직장인도 월세수익으로 노후준비를 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주택임차거래의 월세비중은 46%를 기록했다. 다세대와 다가구는 월세비중이 50.5%를 기록해 절반을 뛰어넘었다. 그만큼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주택의 투자수요도 증가했다. 하지만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기대만큼 월세수익이 나지 않을 수 있고 공실이 발생하면 대출이자를 고스란히 자기 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경우에 따라선 세금부담도 크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부동산 월세수익률, 예금이자의 3~4배
34세 회사원 김유리씨(가명)는 회사 근처에 신축원룸 한채를 갖고 있다. 비록 대출을 1억원 받아 매입했지만 월세수입이 60만원이어서 대출이자 20만원을 내도 40만원이 남는다. 1년에 480만원을 저축할 수 있으니 이만한 투자가 없다. 하지만 오는 12월 대출 1차 만기가 돌아와 고민이 깊다. 지난 3년간 이자만 내서 부담이 없었으나 앞으로 10년동안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해야 해서다. 내년부터 매달 원리금을 100만원씩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불안하고 막막하다.
월세투자로 가장 인기를 모으는 것은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 소형 공동주택이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매입할 수 있고 최근에는 1~2인 가구가 늘면서 소형 공동주택의 공급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부동산리서치기업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오피스텔의 3.3㎡당 매매가격은 평균 1000만원을 기록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 10년 새 상승률이 35%에 이른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수준인 1.25%까지 내려가자 월세를 받으려는 투자수요가 가격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월세투자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매매가격이 높으면 임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의 연간 임대수익률은 2014년 11월 5.62%에서 지난달 5.33%로 낮아졌다. 2010년 이후 서울 오피스텔은 연간 1만호 이상 분양되며 과잉공급 논란이 일었다. 특히 강남이나 광화문 등은 오피스텔 과잉공급으로 공실이 발생해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거나 월세를 낮추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파트의 경우 지역별 차이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이 전국 아파트 중 순수월세인 499만4635가구를 조사한 결과 임대수익률은 4.04%였다. 지역별로는 집값이 비싼 수도권(연 3.85%)보다 지방(4.5%)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 수도권은 경기(4.07%), 인천(3.98%), 서울(3.41%) 순이다. 서울은 종로구(4.02%), 중랑구(3.91%), 서대문구(3.81%) 등 강북의 수익률이 높은 반면 서초구(2.94%), 송파구(2.85%), 강남구(2.76%) 등 강남3구의 수익률이 낮았다. 지방의 경우 광주가 4.94%로 가장 낮고 전남(5.69%), 강원(5.68%), 전북(5.45%), 충북(5.13%), 충남(5.1%) 등은 5%를 넘었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월세수익률이 하락세여도 기준금리가 연 1.25%인 점을 고려하면 수익률이 3~4배 이상 높다”며 “그러나 대출규모가 클 경우 원리금 부담이 심하고 특히 공실이 발생했을 땐 예상치 못한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법 개정 따라 세금부담 늘 수 있어
최근 정부는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인 집주인에게 종합소득세 비과세혜택을 주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소득세의 형평에 어긋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비과세혜택을 주는 것은 월세소득자가 고소득층이 아닐 수 있고 월세가 노후대비용인 경우가 많아서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연간 2000만원이면 한달 평균 166만원으로 사실상 고소득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월세에만 의존해 생활하는 사람에게 소득세를 부과할 땐 세금부담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임대하면 1가구 다주택자 신분이 된다. 현행법상 1가구 1주택자는 집을 팔았을 때 매매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지만 다주택자는 혜택이 없다. 이 관계자는 “월세투자를 하려면 양도차익보다는 임대수익에 비중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저성장 시기에는 집값 상승을 통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월세투자는 연 4∼5%의 수익률만 나도 고수익”이라고 말했다.
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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