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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스피치]
리더의 표현이 곧 회사의 신념이다
안미헌의 리더의 스피치
말 속에 철학을 녹여라
커피 체인점을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이틀에 한 번꼴로 매장에 들른다. 들어오자마자 하는 첫마디가 “여름인데 왜 빙수가 안 나가지? 이유가 뭐야?”라는 말이다. 그러면 직원들은 괜히 눈치가 보인다. 사장은 반나절 정도 매장에 있다가 나가면서 이런 말을 한다.
“노트북 들고 와서 마냥 앉아 있는 고객이 좀 있네. 적당히 있다가 가도록 해 봐.”
그는 더딘 회전율이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다. 박 사장의 이런 지적은 그가 자리에 없을 때에도 직원들의 일처리에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해서든 매출 목표를 맞추려고 직원들은 영업에 신경을 곤두세울 것이고 좀 더 나아가 고객의 편익보다 빠른 회전율과 판매에 신경을 쓰느라 정신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상황을 한 번 바꿔보자. 매장에 들어온 박 사장이 “입구가 미끄럽네. 들어오는 고객이 넘어질지 모르니 얼른 닦아 주게나”라고 한다면 어떨까. 몇 시간 고객에게 직접 서빙을 하면서 직원들보다 더욱 친절하게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들어 건넨다. 직원들은 그런 사장을 보면서 일의 중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 정할 것이다. 이들은 아마도 고객의 경험을 최대한 즐겁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사장의 말 속에서 읽었을 것이다. 물론 이러면 매출은 당연히 올라간다.
리더는 자신의 말을 통해 내면의 철학을 은연중에 보이게 된다. 그리고 부하들은 그의 말을 통해 어떤 것을 중요시해야 하고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하는지 인식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상대방에게 누군가를 설명할 때 반드시 그 사람의 학벌을 먼저 말할 때가 있다. 그는 학력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여성을 설명할 때 꼭 그녀가 예쁜지 예쁘지 않은지를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 그게 일하는 데 중요하지도 않고 상대방이 예쁘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반드시 밝힌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여성을 평가할 때 외모를 많이 보는 사람이다.
자신도 알게 모르게 우리는 말 속에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학력이나 외모 등의 특정한 기준을 강조하는 사람은 상대가 거부감을 갖거나 편견을 느끼기 쉽다. 자신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철학이 아니라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말을 사용한다면 그 스피치는 더욱 중요한 설득력을 갖추게 된다.
오늘부터는 자신이 부하들과 공유하고 싶은 철학을 자신의 말 속에 심어 보자.
혼자서 일을 잘하기보다 팀플레이를 강조하고 싶은 리더라면 자신의 말 속에 ‘협력’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라.
“그 친구는 다른 사람과 협조가 잘되는 사람이야”, “문제 해결의 핵심은 협력에 있습니다”라고 강조하라. 점심 메뉴를 정하는 시간에도 우스갯소리로 “우리가 모두 협력을 잘해야 통일된 점심 메뉴가 나온다고”라며 함께 웃어라. 반복된 단어는 어느 순간 부하들과 공유하는 신념이 되고 회사의 일하는 ‘방식(WAY)’이 되는 것이다.
척박한 기업 문화에 고객 만족이란 새로운 가치를 도입하려던 한 최고경영자(CEO)는 그의 철학을 ‘관심과 배려’라는 말로 압축했다. 그는 사석에서도 공석에서도 이 단어를 즐겨 사용했고 어떤 스피치를 할 때에도 반드시 이 단어를 집어넣었다. 반복적인 사용은 습관이 되고 기준이 된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회사의 일하는 방식 자체가 ‘관심과 배려’라는 것을 공유하게 됐고 그것은 일을 처리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리더의 철학이 깃든 말은 모두가 같은 꿈을 꾸게 만든다.
[리더의 스피치]
현명하게 화내는 법… 감성지능 사용해 감정을 조절하라
최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한 드라마에서 어느 중견 배우의 노회한 연기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중의 백미는 쉰 살이나 먹은 아들이 아버지와 의논도 하지 않고 중요한 휴대전화 동영상을 검사에게 제공하면서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상황이 예고되는 가운데 아버지가 보여준 대화의 태도가 압권이다.
재벌 회장인 80대의 아버지가 미칠 것 같은 분노를 참으면서 아들을 살살 달래듯 추궁하는 장면인데 이성을 잃지 않고 아버지로서의 따뜻함을 지키려는 그의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하고 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누구나 미친 듯이 화가 나는 상황을 한번쯤 겪게 된다. 특히나 부하가 엄청난 사고를 저지르고도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한 것인지조차 모를 때는 펄펄 뛰게 되는 상황이 오고야 만다. 옛 고서인 ‘동몽훈(童蒙訓)’에 이르기를 “벼슬에 임하는 자는 우선 과격하게 화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리더의 자격은 자신의 감정을 얼마나 멋지게 절제하느냐에 따라 그의 숨은 내공이 뿜어나게 마련이다. 그 어느 분야든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것은 어떻게든 상황이 해결된다는 것이고 그에 반해 감정은 그대로 남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화’를 폭발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기게 되고 그것은 사과하거나 시간이 지난다고 아주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부부 싸움을 현명하게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 흥분 상태에 도달했을 때 자극적인 말을 쏟아놓게 되고 사실 화해하고 난 다음에도 상대의 가슴에 그대로 생채기로 남는다는 사실을 망각하기도 한다.
화가 날 때 무조건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다만 감성지능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우선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먼저 인식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감정을 관리한다. 상대방의 인식에 들어갈 수 있는 적당한 감정으로 조절하고 나면 그 감정을 유지한 채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다. 자신이 죽을죄를 지은 상황이더라도 상대가 과격하게 화를 내면 반감이 생기고 방어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김모 사장은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회사가 이사하는데 비서에게 “짐을 쌀 때 새 건물 입주 계약서를 따로 챙겨 가지고 있으라”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새 건물에 들어가려고 입주센터에 계약서를 내려고 보니 비서가 그것을 짐 속에 함께 넣어버렸던 것이다. 화가 난 김 사장은 입주센터 직원들이 보는 데서 비서에게 호통을 치며 나무랐다. 그런데 여기서 화를 많이 낸다고 계약서가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 비서는 얼마 되지 않아 회사를 그만뒀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는 얼굴에 분노를 서리게 하거나 소리를 지르지 말고 스스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먼저 물어야 한다. 상황을 들어보고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이 무엇인지 함께 논의하라. 비서가 따로 챙겼는데 다른 직원이 나중에 또 짐 속에 넣은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이 계약서를 짐 속에서 바로 찾을 수 있는지, 재발행은 가능한지, 누군가에게 협조를 구해야 하는지를 함께 의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부하 직원이 성의 없이 일처리를 했다고 느꼈다면 일단 상황을 먼저 해결한 다음 따로 불러 꾸중해야 할 것이다. 물론 꾸짖을 때도 부족한 일처리에 따른 결과나 상황의 심각성을 공유해야지 부하 직원 개인의 인격이나 능력을 논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현명하게 화를 내려면 적당한 시간과 적정한 방법을 알아야 가치 있는 감정 표현이 될 수 있다.
[리더의 스피치]
대화의 ‘도구’를 잘 선택하는 센스, e메일이 나을까, 전화가 나을까
김 대리는 아직도 박 팀장이 보낸 e메일을 보관함에 가지고 있다. 시간이 한참 지났고 중간에 화해한 것도 같은데 가끔 e메일을 볼 때마다 마음이 씁쓸해진다.
몇 개월 전 박 팀장은 외부 워크숍을 진행하던 김 대리의 못마땅한 행동에 다음날을 기다리지 못하고 그날 밤 e메일에 불만 사항들을 잔뜩 정리해 보냈다. 게다가 개인적인 실망감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문제는 글자 자체는 오래도록 저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할 때 말의 내용은 고민하지만 말의 도구는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앞에 있으면 대화로, 없으면 문자로 덥석 해버리고 말지만 도구를 무엇으로 하는지에 따라 상대가 느끼는 감정은 많이 달라진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하는 고백은 어쩌면 만나서 하는 것보다 e메일이나 편지로 자신의 감성을 충분히 표현하는 것이 더 로맨틱할 수도 있다.
두고두고 꺼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이라면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잘 풀리기가 쉽다. 사람을 만날 때 ‘전화로 할까, e메일로 할까, 혹은 만나서 이야기 할까’ 하는 고민도 필요한 법이다. 아마도 중요한 부탁을 e메일로 한다면 거절당하기 쉽겠지만 직접 얼굴을 보고 한다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부탁하는 쪽에서는 e메일보다 전화가 그리고 전화보다 만나서 요청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부탁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적이고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하는데다가 일대일로 만나기 어려운 상대라면 e메일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상대와 대화하려고 할 때 도구를 선택하는 당신의 센스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다.
약속 시간을 변경할 때 e메일은 다소 결례가 된다. 전화로 상의해 상대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다. 부하 직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라면 가급적 얼굴을 보고 말하라. e메일이나 휴대전화의 문자가 갖는 위험성은 ‘음성이 결여된 문자’를 해석할 때 생기는 주관적 오류에 있다.
예를 들어 “그날 모임엔 참석하지 못합니다”라는 말은 미안해 하며 거절하는 모습도 연상되지만 뭔가 기분이 불쾌해 단호하게 거절하는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업무 실적에 대한 미진함이나 불만을 e메일로 정리해 보내게 되면 부하가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눈치 없는 상사는 부하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도 그의 실수를 언급해 감정이 상하게 하기도 한다.
직접 전달할 때에도 내가 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또 다르다. 박 부장은 김 대리의 업무 처리 방식이 마음이 들지 않자 이 과장을 시켜 김 대리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과장과 김 대리는 입사 동기다. 김 대리는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편리성과 신속성 때문에 대화할 때 그러한 도구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지만 상대의 기분이나 사안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적절한 도구 선정에 센스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잘못 사용하면 문제가 커지지만 잘 사용하면 한층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중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이 그중 하나다. 몇 주 전에 통보된 e메일 초청은 당일 문자로 한 번 더 확인해 주면 오는 사람이 신난다. 만나서 이야기한 업무 논의 사항은 헤어지고 나서 e메일로 정리해 주면 더 고맙다. 겹겹이 관심 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랑하던 남녀가 헤어질 때도 문자로 통보하고 직원의 해고도 문자로 알린다는 이 시대에 소통의 방법만큼은 가끔 아날로그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30년 고생한 아내에게 마음을 전할 때 문자가 나을까. 아니면 손으로 직접 쓴 편지가 나을까.
[리더의 스피치]
리더가 홀로 고독한 이유… 원칙과 내공으로 흔들리지 마라
팀의 막내인 홍길동 씨는 언젠부터인가 찾아 온 팀원들의 변화를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됐다. 그가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팀원들의 집중력이 대단하다 싶었다. 직급이 대리나 과장인데도 사장 마인드로 일하는 상사를 보면서 놀랐고 더 좋은 결과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에 아무런 저항을 느끼지 않는 직장 분위기를 보면서 ‘역시 우리 회사는 일류 기업이야’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최 팀장이 전근 가고 박 팀장이 오면서부터 팀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김 과장이 팀장 방에 들어가 뭔가 이야기를 하고 나오더니 잘 진행되던 프로젝트의 방향이 바뀌었다. 얼마 되지 않아 안 차장이 팀장 방에 다녀오고 나더니 예산 책정이 바뀌었다.
그로부터 사람들은 일하면서 업무 자체보다 팀의 분위기를 먼저 살피고 ‘누가 누구와 이야기하더라’라는 가십거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일을 하다가 김 차창과 이 차장이 갈등이 생겼는데 먼저 일러바친 김 차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일의 순서가 바뀌었다. 누군가 팀장 방에만 들어가면 들리는 소리가 “아니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라는 말이었다.
리더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말에 휘둘리면 부하들은 점점 정치적으로 변한다. 경청하되 어느 한 사람의 말에 편견과 선입관을 갖지 않도록 스스로 묵직한 중심을 잡고 객관성을 지녀야 한다. 팀에서 결정된 사항은 누군가 이의를 제기했을 때 객관성을 가지고 검토해 보고 갈등의 경우라면 양측의 말을 다 들어 본 후 평가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 내가 한번 정확히 알아볼 테니 다시 이야기해 보세”라는 말로 신중함을 표현하라. 그리고 한 사람만의 보고를 듣고 순간적으로 의사결정을 번복하는 실수를 줄여라.
리더의 입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예를 들 수 있나요”, “다른 사람의 입장도 그러한가요”,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라고 요약이 가능한가요”라는 말로 결코 녹록하지 않은 내공이 느껴지는 말들이 나와야 한다. 엄정하게 평가한다는 느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심이 약한 리더는 결국 강한 부하에게 휘둘리게 된다. 실제로 한 대기업의 설문 조사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남자 상사들이 여성 부하와 일할 때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고 하니 “툭하면 감정적으로 나오고 별것도 아닌 일에 눈물을 흘려 어쩔 줄 모르겠다”라는 의견들이 많다. 그런데 반대로 여성 부하들의 말을 들으니 입장이 다르다. “막상 울지도 않고 칭얼대지도 않고 대범하게 나오면 나한테만 일을 몰아줍니다. 눈물을 보이거나 성격이 괴팍한 여직원한테는 힘든 일을 시키지 않더라고요”라는 불만이 많다.
리더도 많은 부하들을 대하다 보면 사실 어려운 부하가 있고 만만한 부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다루기 쉬운 부하에게 일을 몰아준다면 부하들은 점점 방어 행위가 강해질 것이 자명하다.
리더가 단호한 기준을 가지고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원칙을 적용한다면 부하들은 더 이상 몸을 사리지 않고 일에만 몰두할 것이다. 툭하면 쪼르르 달려와 “바꿔 달라”고 말하는 부하에게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묵묵히 리더를 따르며 맡은 일을 잘하는 부하에게 다른 사람의 일까지 맡기는 안일함도 없어야 한다.
리더가 뿌리 깊은 나무여야 흔들림 없이 부하들이 기댈 수 있다. 그래서 리더는 홀로 고독해야 한다. 꽃 따라 나비 따라 떠나면 안 된다. 내가 팀장 방에 따로 들어가지 않아도, 내 입장을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일은 원칙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준다면 부하들은 오늘도 ‘파이팅’할 것이다.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
/ 한경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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