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問答 / 이 식 (李 植)
소나무와 대나무의 대화
松問竹(송문죽)
소나무가 대나무에게 말을 걸었다
風雪滿山谷 (풍설만산곡)
눈보라 몰아쳐 산골 가득해도
吾能守强項 (오능수강항)
나는 강직하게 머리 들고서
可折不可曲 (가절불가곡)
부러지면 부러졌지 굽히지는 않는다오.
竹答松 (죽답송)
대나무가 소나무에게 대답했다
高高易催折 (고고이최절)
고고할수록 부러지기 쉬운지라
但守靑春色 (단순청춘색)
나는 청춘의 푸르름 고이 지킬 따름
低頭任風雪 (저두임풍설)
머리 숙여 눈보라에 몸을 맡긴다오.
겨울철 눈이 펑펑 쏟아져 산과 들이 모두 하얗게 된 날,새벽에 눈을 뜨면, 뒷산에서 툭..툭.. 하는 소리가 들리곤 한다.
소나무 가지 가운데 약한 놈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지는 소리다.
소나무는 워낙 강한 성질을 지녔기 때문에 휘어지지 않고 잘 부러진다.
반면에 대나무는, 눈이 내려 부러지는 일은 거의 없다.
눈의 무게로 인해 끝이 땅에 닿도록 휘어져서 골목쪽으로 내려앉으면 그 아래가 터널이 된다.
어렸을 때에 이 터널속을 즐겁게 뛰어다니던 기억이 난다.
소나무와 대나무의 말을 빌려, 처세관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 내지는 고민을 잘 드러낸 한시다.
소나무가 될까..대나무가 될까..
꺽이느니 부러지겠다는 것은 儒家(유가)적 공맹의 가르침이요.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겠다는 것은 道家(도가)적 노장의 가르침이니
소나무의 강골도 대나무의 부드러움도 세상을 살아가는 중요한 가치라고 여겨진다.
부러지지 않으나 버릴 줄 아는 마음이 있고 강직할 수만 있다면..하는 바램을 가져도 본다
어찌 송죽뿐이겠는가...자연이 가지는 많은 덕목들이 모두 우리의 삶의 지혜인 걸...
이식(李植)
1463(세조 9)∼1502(연산군 8). 조선 전기의 학자. 본관은 진보(眞寶). 자는 기지(器之).
진사로 이조판서에 증직된 계양(繼陽)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영양김씨(英陽金氏)로 부사직 유용(有庸)의 딸이다.
어릴 때부터 뛰어난 재질로 동생 우(堣)와 함께 학문에 정성을 쏟았다.
문소김씨(聞詔金氏)에게 장가들었는데, 장인인 예조정랑 한철(漢哲)은 일찍 죽고 그 집에 모아놓은 책이 아주 많았다.
장모 남씨(南氏)는 사위가 학문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그 책을 모두 물려주었으므로 그는 고경(古經)과 백가(百家)의
연구에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나는 밥 먹을 때에도 글과 함께, 잠 잘 때에도 글과 함께, 앉아서도 글, 길을 걸을 때에도 글이었다.
글이라면 한시반각도 마음에서 떠나본 적이 없었는데, 너희들은 이같이 유유히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이래서야 어찌 능히
다음날 성취되기를 바라겠느냐.” 라고 자제를 훈육하였다.
1501년(연산군 7) 진사시에 합격하고, 이듬해에 39세로 죽었다.
1544년(인조 즉위년) 5남 해(瀣)가 귀하게 되어 이조참판 겸 동지의금부사에 추증되었고, 1568년(선조 1) 7남 황의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좌찬성 겸 판의금부사에 가증되었다.
청계서원(淸溪書院)·계현사(啓賢祠)에 제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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