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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잘파는 사원 `영업 노하우`를 `표준 매뉴얼`로 개발하라

대한유성 2009. 8. 21. 17:52

손님 개개인 특성 생각 않고 암호문 같은 제품설명 좔좔대기만 하는 '앵무새직원'엔 고객들 짜증나기 일쑤
기업 영업력 향상 프로그램 일방적 집체 교육이 대부분
이론 치중… 현장적용 어려워

최근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를 하게 된 김구매씨. 새집에 어울릴 만한 근사한 TV를 장만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회사의 TV가 좋을까? 매장을 찾아 직원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은 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토요일 오전, 김씨는 '무작정전자'의 직영 판매점을 찾았다. 깔끔한 옷차림에 야무진 인상의 판매직원 나상세 대리가 그를 맞았다. "TV를 구입하려 하는데, 어떤 제품이 좋을까요?" 최근 본사에서 영업 교육을 받은 나 대리는 김씨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때 배운 내용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최신 LED TV는 240Hz 주파수를 사용해 기존 제품보다 훨씬 화질이 좋습니다. 전기료도 약 40% 정도 절감할 수 있고, 두께도 절반 수준이죠. 이 LCD TV는 LED와 비교해 화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가격은 100만원 이상 저렴합니다. 전원 버튼에 터치 센서를 적용한 신제품이죠. 그리고 이 PDP TV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나 대리의 설명은 무려 30분이 넘도록 이어졌지만, 김씨에겐 마치 암호문과 같았다. 슬슬 열이 오르던 김씨는 "그래서 어떤 게 좋다는 거요?"라며 짜증을 내고 말았다. 그리고 재차 설명을 이어가려는 나 대리에게 "다음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매장을 나왔다.

다음날 '잘팔아전자' 매장을 찾은 김씨는 마침 입구에 있던 푸근한 인상의 전상냥 차장의 안내를 받았다. 전 차장은 설명 이전에 질문부터 시작했다. "김 선생님, 이사 가는 집은 몇 평인지요? 어떤 프로그램을 즐겨 보세요? 자녀들이 고등학생이라 TV 볼 시간은 많지 않겠군요." 그리고 콕 찍어 2가지 모델을 추천했다. "30평대 아파트에는 이 정도 화면 크기면 충분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좀더 좋은 화질을 원하면 왼쪽, 세련된 디자인을 원하면 오른쪽 모델을 권하고 싶습니다." 김씨는 매장을 방문한 지 20분 만에 별 어려움 없이 새집에 어울릴 산뜻한 디자인의 TV를 구입하기로 결정할 수 있었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기업들은 전상냥 차장처럼 능력 있는 우수 영업 인력을 양성하고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자원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보아 현장에서 성과를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영업력을 높이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성과 떨어지는 영업조직의 세 가지 문제점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좀처럼 매출이 오르지 않는 영업조직이 있다. 사례의 무작정전자 매장처럼 말이다. 이런 영업조직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다음 세 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첫째, 영업사원들이 계속되는 영업 활동으로부터 오는 타성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손님 개개인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교육 과정에서 받은 내용들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또 많은 영업사원은 하루 수십 명의 고객을 상대하면서 지친 나머지, 고객이 매장을 들어서면 진짜 구매를 할 고객인지 아닌지부터 눈치를 살펴서 소위 '영양가가 없다'는 판단이 들면 대충 대응해주고 보낸다. 이렇게 고객을 가려서 받는 것이 효과적인 영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영업방식은 '어떠한 영업사원을 만나든지 당연히 구매할 극소수의 고객'에게만 통할 뿐이다. 어느 브랜드의 어떤 제품을 쓸까 고민하는 많은 잠재적 고객의 마음을 끌어오는, 진짜 영업에는 전혀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두 번째 문제는 우수 영업사원과 그렇지 못한 영업사원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업의 영업 인력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성과가 상위 10%에 드는 우수 영업 인력과 하위 30% 인력의 성과 차이가 7~8배, 많게는 13배에 달했다. 영업 성과가 나쁜 조직일수록 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이는 기업이 전체 영업 인력 역량의 표준화에 실패하고, 일부 우수 영업 인력의 '개인기'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하면 회사가 영업 인력 공통의 핵심역량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데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행여나 우수 영업 인력이 이탈이라도 하게 되면 회사가 받는 타격은 매우 클 것임이 불 보듯 뻔하다.

부진한 영업조직의 세 번째 문제점은 영업 방식에 대한 잘못된 믿음과 습관이 굳어져 있다는 점이다. 위 사례의 나상세 대리처럼 전문지식이나 전문용어를 나열하며 고객에게 될 수 있는 한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이 고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영업사원이 꽤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객은 정보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판단의 근거를 잃어버리고 방황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런 방식의 영업은 고객에게 제품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처럼 보이는 데에는 성공할지 모르나, 결정적으로 구매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실패하게 된다. 더구나 이러한 잘못된 영업 방식이 습관화되어버리면 나중에는 바꾸기가 매우 힘들다.

■영업력 향상 프로그램이 실패하는 이유

영업력 부진에 시달리는 많은 기업이 영업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안타깝게도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우선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이 문제다. 일례로 어떤 기업은 매장을 찾는 고객의 유형을 고객의 성향, 라이프스타일, 나이 등 여러 기준에 따라 대여섯 가지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영업사원의 응대 방식을 차별화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론적으로는 매우 그럴 듯해 보이지만, 정작 영업사원들은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고객이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는 것도 어렵지만, 설사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외워놓은 시나리오대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많은 돈을 들여 개발한 프로그램이 헛수고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이 기업의 경우는 그나마 무언가 개선하려는 시도라도 한 케이스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기존 제품 설명서나 영업 매뉴얼을 내부 강사가 편집해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의 실행 방식도 문제가 많다. 직원들을 연수원에 한데 모아 놓고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집체 교육의 형태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 내용은 실무보다는 이론에 치중해 있으며, 일회성으로 한번 교육하고 끝내곤 한다. 매장을 비워두고 강의실에 와서 앉아 있자니 쉼 없이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울리는데 강의 내용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또한 강의실에 앉아 배운 것을 현장에 돌아가 적용할 동기 부여나 의무가 없으므로 대부분 실행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끝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효과적인 영업력 강화법

그렇다면 효과적인 영업력 강화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최근 주목받고 있는 SFE(Sales Force Effectiveness·영업 효율성 강화) 프로그램은 오랫동안 영업력 강화를 고민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기업들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SFE의 기본 개념은 영업 인력 간 격차를 유발하는 핵심 요인을 파악한 뒤, 표준화될 수 있는 고성과자의 노하우, 즉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저성과자로 이전함으로써 전반적인 영업 조직의 영업 역량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것이다. 사례의 잘팔아전자의 전상냥 차장 같은 영업 노하우를 전사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영업 인력 간 성과 차이가 큰 조직에서 비우수 영업 인력이 우수 인력의 노하우를 배워 개인 매출을 10%씩 증가시킬 수 있다면 회사 전체의 매출 증대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SFE 프로그램의 개발 및 안착 과정은 골퍼가 타이거 우즈의 골프 스윙을 연습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타이거 우즈처럼 정석(定石)이 될만한 모범적 방식을 찾고, 타이거 우즈의 멋진 스윙 형태를 분석하여, 이를 표준화하고 정형화한 다음, 아마추어 골퍼들이 연습장에서 직접 해보고 반복하여 자신의 골프 기술로 체화시키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짚어둘 것은 SFE 프로그램은 반드시 '표준화될 수 있는 역량'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이 우수 영업사원의 노하우를 집어내어 널리 전파하려고 하지만, 우수사원 스스로 자신이 왜 잘하는지를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그 노하우 중에는 그 우수 영업사원 개인의 성격과 화술, 인맥과 영업점이 위치한 지역의 고객 특성 등 특수 요인에 기반한 것이어서 다른 사람이 쉽게 모방하기 힘든 것들도 많다. 따라서 SFE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는 모방 및 이전이 가능한 소수의 표준 역량을 발굴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 역량은 영업사원이 고객을 대하는 상담 과정에서부터 매장 관리, 부하 직원에 대한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핵심역량의 발굴과 표준화는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수십 차례의 그룹 인터뷰 (focus group interview)와 개별 심층 인터뷰 (in-depth interview), 관찰 연구 (observation study)를 통해 고성과 그룹과 저성과 그룹 간의 핵심적인 차별 요인을 파악해야 한다. 둘째,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역량을 향상하는 방식으로 차별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다. 셋째,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교육 매뉴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이때 토론식 이론 교육과 실습을 결합시키는 것이 좋다.

SFE 프로그램의 또 다른 차별성은 이론에 머물지 않고 피교육자가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체화시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강의실을 떠나 영업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워크플레이스 러닝(workplace learning)'을 중시하는 것이 추세이다. 우수 영업인력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스스로 직접 적용해보면서 자발적으로 고민하도록 유도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마치 운전을 능숙하게 할 때처럼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상태까지 이르게 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 시청각 교재와 매뉴얼은 물론, 다양한 성과 관리 툴킷(tool kit)이 활용된다. 예를 들어 영업사원과 고객의 역할을 바꾸어 가며 해보는 롤 플레잉(role playing), 영업 상담 내용을 녹음해 나중에 같이 들어보면서 토론하는 영업 상담 레코딩(recording), 자가 진단 체크 리스트 등이 있다.

또한 기존 교육이 강사에 의한 일회적이고 일방적인 교육에 그치는 반면, SFE 프로그램은 컨설턴트 등 콘텐츠 개발자로부터 교육받은 내부 강사 및 우수 영업인력이 나중에 스스로 프로그램의 코치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영업 조직 내에 프로그램이 널리 전파되고, 반복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활동은 기업이 영업인력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국내 모 기업의 경우, 6개월 동안 SFE 프로그램에 참여한 350여명의 영업사원 중 60% 이상이 판매 성공률 향상에 전반적이거나 현격한 향상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영업 역량을 개발하겠다는 개인적 태도에 대해서도 70%가 전반적이거나 현격한 향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SFE를 실행했던 영업지점들의 경우 프로그램 실행 직후 매출이 20~40%까지 증가해 참여하지 않은 다른 영업지점의 매출 증가율 2~10%를 웃돌았다고 응답했다.

송기홍 모니터그룹 아시아 대표

2009.07.18  이성훈 기자 inout@chosun.com

출처 : 삼월회(이종업종)
글쓴이 : 짱가효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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