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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일월오봉도여

대한유성 2006. 1. 27. 21:40
 

몇 일전 뉴스에서 2007년부터 새 1만원권의 앞면 배경 그림이 현재의 흉배무늬와 물시계에서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와 용비어천가 제2장으로 바뀐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참으로 반가운 기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월오봉도> 이야기는 저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제가 <일월오봉도>의 의미와 이야기를 알게 된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일월오봉도>는 제목에서 그대로 말해주듯 다섯 개의 산봉우리와 해와 달이 가장먼저 눈에 들어오는 그림입니다. 정면에서 봤을 때 달이 왼편에 해가 오른편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한 양쪽 끝으로 두 그루의 쌍을 이룬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하늘 높이 솟은 것이 다섯 산봉우리의 높이와 비슷하게 올라가 있다. 또 좌, 우로 나누었을 때 완벽한 대칭으로 모두 하나씩의 폭포를 그려내고 있으며 그 폭포가 떨어지는 곳에는 강으로 생각되는 물결이 일렁이고 있고 그곳에서 하얀 물보라가 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월오봉도> 누가 봐도 엄청난 상징화입니다. 그 어떤 서양 그림의 기호와 상징보다 더 크고 어마어마한 동양적 기호와 상징으로 그려진 <일월오봉도>. 

 

조선시대 왕의 뒤에는 늘 일월오봉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삼라만상을 통치하는 국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일월오악도(五嶽圖),  어느 곳에서도 왕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왕이 죽은 후에 혼백을 모시는 곳에서 조차 서 있었다고 하니 일월오봉병에 대해 조선 궁중이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전 만 원권에서 세종대왕의 모습만 있는 모양은 엄밀히 말해 세종대왕이 아닙니다. 임금 뒤에는 반듯이 <일월오봉도>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궁중의 기록화에서 왕의 모습을 직접 그리지 못했는데, 이 일월오봉도를 그려 넣음으로써 왕이 있음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왕을 직접 그리지 않은 이유는 누군가 바늘같은 것으로 용안을 긁어 놓는 일이라도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그러한 문제를 애초부터 사전에 제거하고자 임금의 모습을 직접 그려 넣지는 않았습니다. 

 

지금도 경복궁 근정전이나 창덕궁 인정전에는 임금이 앉는 용상의 뒤편에  그림이 놓여 있는걸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일월오봉도를 병풍에 그려놓은 것이 <일월오봉병>입니다.

 

 
 

<일월오봉병>의 세계는 관념적, 추상적인 것으로 우주의 조화를 상징합니다.

  화면은 완전 대칭에 광물성 물감으로 그려져서 화려 장엄하며 색채가 눈부십니다.

 

은은함을 좋아하는 옛 취향으로 볼 때 저렇게 빛깔의 선명하게 그린 그림은 좀 드문 편인데, 색채를 내기 위해서 지금처럼 비단 앞에서 그린다면 아마 두터워져 진한 화장을 한 것처럼 어색해졌을 것입니다. 옛날에는 아주 얇게 비단 뒤에서 아주 얇은 붓으로 세밀하게 반복해서 그린 후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그리고, 그러기를 수십 차례 걸쳐 자연스럽게 색감이 앞으로 나타나도록 그렸습니다.

궁중화원이 얼마나 심열을 기울여 그렸을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까?

 


 

                           作者未詳, 朝鮮 18世紀 後半, 비단·彩色, 162.5×337.5

 

작품 오른편에 붉은 해, 왼편에 하얀 달이 동시에 떠 있습니다.

그것은 낮과 밤이 공존하는 현상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하늘의 원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해와 달은 음양의 뜻이기도 하고 왕과 왕비의 뜻이기도 합니다.

 

음양은 우주를 이루고 지속시키는 두 힘입니다. 그림에서도 하늘(天)은 하나(一)로 크고(大) 이어져 있고, 땅은 뭍과 물 둘(二)로 나뉘어 끊어져 있습니다.

경복궁도 어칸으로 들어오는 문 중 양의 의미인 동쪽 문을 일화문(日華門), 음인 서쪽문을 월화문(月華門)이라고 했습니다.

 

해와 달은 자강불식(自强不息)입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정확한 시간에 스스로 주어진 행로를 걷는다.” 이것이 바로 해와 달의 뜻입니다. 임금이라고 결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정확한 시간에 정사를 시작해야 하며 모든 업무가 질서와 체계 속에서 정확하게 일을 하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해와 달이 그렇듯이 피곤하다고 쉴 수도 없고 힘들다고 안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군왕의 길이란 뜻입니다.

 

오봉산, 다섯 봉우리가 있습니다. 오행(五行)입니다. 동, 서, 남, 북, 중앙 과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나타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5대 명산을 표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즉 금강산, 묘향산, 지리산, 백두산, 한라산을 나타냅니다.  궁중 건축에서도 4개 대문과 하나의 중앙(종각)으로 5행을 나타냅니다.

 

물은 햇빛, 달빛과 함께 생명의 원천입니다. 그 힘이 하늘과 땅 사이의 만물을 자라게 합니다. 따라서 두 줄기의 폭포는 음과 양의 조화 속에서 생명을 잉태하는 중요한 의미이며, 즉 왕과 왕비가 같이 힘을 모아 생명의 힘을 널리 퍼트리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두 쌍의 소나무는 솟대, 우주목(宇宙木)으로서 땅과 하늘을 연결해 준다는 의미입니다. 색깔이 붉은 것은 적송으로서 전통 조선 소나무의 특징으로 소나무중에서도 가장 성스럽고 귀하게 생각했던 소나무입니다.

이제야 왕 왕릉에 가면 능 주변에 적송이 그렇게 많은 이유를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소나무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땅은 후덕재물(厚德載物)입니다. “두텁게 쌓여 자애롭게 만물을 실어 기른다.”

땅부분을 한번 보십시오. 마치 두툼하게 생긴 구릉이 계속 이어져 있는 모양이 70%가 산악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를 표현하고 있고 간간히 물이 보이는 곳이 바로 강과 하천을 상징합니다. 바로 하늘의 조화로 내려진 강산에 생명과 재물이 넘쳐 풍요롭게 태평한 세상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일월오봉도>의 하이라이트는 그림 자체로는 미완성이란 점입니다. 

 <일월오봉도>는 크게 삼재三才의 원리로 위로부터 3등분으로 구별하여 그려져 있습니다.

만물 가운데 가장 신령하고 도덕적인 존재가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 가운데 덕이 가장 커서 드높아진 존재가 왕입니다. 왕은 날마다 <일월오봉병> 앞에 앉아 경건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의 정사(政事)에 임해야 합니다. 그러면 하늘(天) 땅(地) 사람(人)의 삼재(三才:우주를 이루는 세 바탕)가 갖추어집니다.

 

따라서 군왕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꿰뚫는 이치를 내 한 몸에 갖추어야 합니다. 바로 그 때 삼재를 관통하는 대우주의 원리가 사람이라는 소우주 속에 완성됩니다. 즉 일월오봉도(三) 앞에 왕(ㅣ) 이 정좌하면 (三 +ㅣ= 王)  비로소 진정한 군왕이 되는 우주의 조화를 완결 짓는 장엄한 참여 예술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일월오봉도>에는 성스런 군왕이 해처럼 굳세고 앞으로 나아가는 덕과 달처럼 자애롭고 포용하는 덕으로 즉 음양의 조화를 기본 철학으로 하늘의 이치를 받들고 ‘인의예지신‘을 잘 받들어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하게 만백성의 어버이 역할을 잘하여 두 줄기 폭포처럼 생명의 기운이 고루 퍼져 온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는 우주와 인간세상의 다양한 철학적 의미를 함축 시켜 놓은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고 오직 조선 군왕의 뒤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림 인 것입니다.

 

경복궁(景福宮)의 말도 <시경>의 군자경복(君子景福)이란 말에서 나왔는데 ’덕을 갖춘 군자는 큰 복을 받는다‘ 라는 말로 뒤집어서 해석하면 “임금은 덕이 많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조선은 덕이 큰 나라였습니다.


앞으로 새 만 원권이 나와 이제야 비로소(?) 임금이 된 세종대왕 뒤에 당당히 서있는 <일월오봉도>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더욱 큰 나라, 덕이 넘치는 나라로 만드는데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007. 07. 25

  



 
출처 : 블로그 > 우회전금지 | 글쓴이 : 금강안金剛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