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내리는 눈소식에 가만 있을 수가 없어,
주섬주섬 챙겨 청량리 역으로 나가 태백행 밤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타 보는 밤기차.
아직 어둔 밤
태백역 내려 목욕탕에서 잠시 예불좀 하고 이른 아침 불켜진 식당에서 공양도 하고 태백산 새벽 첫 버스에
올라탔지요.
첫 차이기도 하고 영동지방 폭설 소식 때문이기도 하겠고, 지금 창밖으로 펑펑 나리는 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버스 안은 조용 ~
설악산에 신흥사로 봉정암에서 오세암 백담사로 휘휘 둘러 참배하고 오려고 했었는데
폭설 소식에 입산 금지라고 하여 아쉬운 발길 돌리다 보니 이 버스 한 켠으로까지 밀려 왔습니다.
유일사 매표소에
내리니 펑펑 내리는 눈에 산으로 난 발자국이 별로 없어 낯설다는 것 빼고는... 얼마나 아름다운
설경인지...
눈덮인 산 속 저벅
저벅 하얀 눈을 맞으며 걸어 오릅니다.
오르는 동안 내 발길에 마음을
모으기 보다 연신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마음 속에 온갖 감탄사가 뿜어 나오데요.
눈 덮인 산길이, 또 숲 속 나무
위에 올라 앉은 눈꽃들이 그냥 내 마음에 분별을 딱 멈추게 하면서 아득하게 하곤 하였습니다.
눈덮인 유일사의
풍경이란 더 이상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 충만함 혹은 고요함. 아직도 제 가슴 속에 청청한 외로움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눈이 오고 또 바람에 눈발이 날려
그런지 그 작은 도량 주변으로 사람 발자국 하나 그려져 있지 않은 그야말로 고요하고 적적한 도량입니다. 유일사를 거닐다
보니 이제 눈은 멈추고 따스한 햇살이 내려 쬡니다.
유일사를 조금 지나고 나면 이제부터
주목 군락지가 펼쳐집니다. 눈쌓인 주목 나무를 보셨는지요. 한 몇 백년은 족히 넘었을 두 팔로 가득 안을 수 없을 만큼 거한
주목숲에 겨울 눈꽃이 잔치를 여는 듯 합니다.
천제단에 오르니 산 바람이 얼마나
매섭게 차가운지... 엊저녁 청량리역에서 얼핏 들은 '올 해 들어 가장 큰 추위'라던 말이 정말이지 뼛속까지 실감이 납니
다.
그 아래로 한 5분
내려오면 단군성전이 있고, 또 그 바로 아래 망경사 도량이 그야말로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눈덮인 산사 대웅전 처마 끝에
메달린 풍경소리가 눈을 머금고 딸랑거리며 섯습니다.
눈속에 잠긴 산사야 많이 보아오긴 했지만
망경사는 거한 산과 눈꽃덮인 주목으로 뒤덮인 대웅전과 뒷산의 풍경 그리고 그 앞으로 펼쳐진 하얀 설경, 저멀리 문수봉의
우뚝선 모습들이 적적하게 조화롭습니다.
점심 공양을 절에서 간단히
하고 문수봉으로 향하는데 사람들 발자국 찾아 가느라 꾀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흠뻑 빠져 있다가 내려오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마음이 훌쩍 어딘가로 향할 때는
이렇게 마음 향하는 곳을 따라
무작정 발길을 옮겨 보는 것도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