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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후 펼쳐질 '新 국제질서'의 모습은?

대한유성 2023. 2. 23. 14:35

우크라이나 전쟁 후 펼쳐질 '新 국제질서'의 모습은?

편집자 주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벌써 만 1년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1주일이면 끝난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전쟁은 해를 넘겼고 현재로선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이번 전쟁은 국제정치와 안보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으면서 대만 등지에서도 유사한 패권 다툼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난과 식량 위기로 세계 경제마저도 휘청거렸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전쟁의 원인과 의미, 향후 국제질서 재편 전망 등을 짚어 보는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러-우크라 전쟁 1년 기획②]

지난 2일 러시아의 로켓 공격에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아파트 건물.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美무능, 中묵인, 푸틴이 지른 우크라전 1년…전세계 고통 가중
②우크라이나 전쟁 후 펼쳐질 '新 국제질서'의 모습은?
(계속)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만 1년이 되도록 지속되고 있는 전쟁 와중에 이런 예측이 무의미할 수 있지만, 전쟁이 부지불식간에 찾아왔듯 종전도 언제 들이닥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전쟁이 누구의 승리로 끝나느냐에 따라 국제질서는 180도로 변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지정학적 '위치'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순간이 됐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뿌리는 '하나'였다.

 
유튜브 채널 'Costas Melas' 캡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역사적, 지정학적으로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두 나라의 기원은 키예프 루스 공국(879~1240)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슬라브 민족이어서 인종적으로도 닮은 구석이 많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과거 키예프 루스 공국의 땅에서 살고 있고, 러시아 사람들은 국가명 러시아를 '루스'에서 따왔을 만큼 애착이 크다.
 
1922년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소련)이 수립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식량 창고 역할을 했고, 1991년 소위 '8월 쿠데타'로 소련이 해체되면서 우크라이나는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지정학적으로 우크라이나는 서유럽과 러시아의 중간에 위치한다. 우크라이나 국경 왼쪽으로는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국가들이 줄지어 서있고, 우크라이나 국경 오른쪽은 러시아와 맞대어 있다.
 
우크라이나 왼쪽은 카르파티아 산맥이라는 천연 장벽이 서 있지만 오른쪽은 드넓은 평야지대로 펼쳐져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게 된다면, 서유럽 입장에서는 천연 장벽을 뒤로한 채 러시아 앞마당에 자신들을 방어할 군사시설이 세울 수 있는 셈이어서 금상첨화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그림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악몽임은 자명하다.
 
이런 사정이 겹치고 겹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양측이 양보할 수 없는 '제로섬 게임'이 돼 버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뒤바꿔 놓은 '국제 안보 지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소련의 붕괴로 시작된 '탈(脫)냉전'이 역사적 소임을 끝내고 '신(新)냉전'으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전쟁 발발 직후 그동안 중립을 지켰던 스웨덴과 핀란드도 즉각 나토에 가입을 신청하는 등 안보 전략을 바꿨다. 군사적 비동맹주의 정책에 따라 70년 넘게 지킨 중립 노선을 포기한 것이다.
 
반면 중국, 북한, 이란 등은 사실상 러시아의 편에 서서 달라진 국제질서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연대'가 눈에 띈다. 이미 몇해 전부터 연합군사훈련을 해왔던 양국은 급기야 지난해 2월에는 '무제한 협력'(no-limits partnership) 관계를 대내외에 천명하기도 했다.
 
중국은 현재 '대만 수복'을 공공연하게 떠들고 있어, 우크라이나에 이어 대만에서도 또 다른 '패권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국제질서는 어떻게 변할까?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전후 유럽에는 본질적인 정치 지형의 변화가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전쟁 결과에 따라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의 대외 전략도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전쟁 결과는 크게 3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먼저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꼽을 수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러시아의 승리이다. 마지막은 양측의 평화협정을 통한 종전이다.
 
과거 역사가 증명하듯 전후 국제 질서는 자연스레 전승국 중심으로 짜여지게 된다. 1,2차 세계대전에서도 패전국에게는 리더십 체인지(정권 교체), 배상금 지불, 군축 등의 책임을 물었고, 반면 전승국에게는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주요한 위치와 역할이 주어졌다.
 

①우크라이나의 승리후 국제질서는?

 
연합뉴스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전폭적인 무기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탈환한다면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간주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기세가 오른다면 크림반도까지 다시 수복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승전한 우크라이나는 더 확고한 안전보장조치로서 나토(NATO)에 즉각 가입할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는 대폭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러시아로선 '순망치한(脣亡齒寒)' 형국인 셈이다.
 
전쟁에서 패한 푸틴도 더 이상 권좌에 머무를 수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정권 교체(리더십 체인지)가 된다 하더라도 러시아에 즉각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다는 것은 보장할 수 없다.
 
또한 서방은 러시아에 천문학적인 배상금 청구와 함께 러시아의 군사력을 무력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핵 보유국인 러시아가 순순히 패배를 용인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②러시아의 승리후 국제질서는?

 
스마트이미지 제공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영토가 러시아에 귀속되는 시나리오다. 영토가 쪼그라든 우크라이나에서는 서방의 영향력이 대거 위축되고 여전히 러시아의 세력이 미치게 돼, 언제든 '제2의 우크라이나 전쟁'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다.
 
이런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번 전쟁도 결국은 러시아의 전통적인 '지연전(War of Attrition)'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다. '지연전'은 과거 러시아가 나폴레옹 등 외부 침략을 받았을 때 광활한 영토와 자원, 혹독한 겨울과 우기 등을 무기로 구사했던 방식인데, 러시아는 상대가 지쳤을 때 결정적인 한방으로 전세를 역전시키고 전쟁을 끝냈다.
 
이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 러시아 경제 제재에도 러시아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 근거한다.
 
러시아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 동안 유럽 각국은 폭등한 전기세 탓에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푸틴은 매번 전쟁의 수혜자였다. 크림반도 합병 당시 국제적 경제 제재에도 역대 최고의 대선 득표율을 기록했고, 이미 종신 집권이 가능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내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위협이 더 커진 상황이지만,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을 빼놓을 수는 없다. 물론,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정권이 들어설 경우 나토 가입은 요원할 수 있다.
 

③양측의 평화협정 후 세계 질서는?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양측의 평화협정으로 전쟁을 끝낼 경우, 승자와 패자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겠지만 평화협정의 내용에 따라 각국의 유불리를 따져볼 수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평화협정으로 끝나게 되면 러시아는 전쟁 이전과 비교해 크게 변화할 가능성은 없다.
 
 
우선 평화협정으로 전쟁이 중단될 경우, 러시아가 무력으로 점령한 영토를 어느 정도 양보해야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적어도 영토 측면에서는 잃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평화협정 체결로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 일부를 할양하는 대신 나토 가입을 협상 카드로 내놓을 수 있다.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우크라이나를 서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영구 중립국으로 만드는 '완충지'로 남겨 놓을 수 있다.
 
서방 입장에서는 '평화협정'안에 러시아의 무력 도발 재발 방지를 위한 평화체제의 구축을 집어넣으려고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