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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상위 1%' 청년보좌역에 긴급 과외 받은 윤석열, 무슨일

대한유성 2022. 1. 16. 07:53

'롤 상위 1%' 청년보좌역에 긴급 과외 받은 윤석열, 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2022.01.16 05:00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12일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대회인 2022 LCK 스프링 개막전을 관전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2일 저녁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 LCK 개막식을 관전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참석 전 선대본부 청년보좌역을 맡고 있는 박민영 청년보좌역에게 긴급 게임 과외를 받았다.

박 보좌역의 롤 최고 계급은 상위 1%대인 다이아몬드다.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가져온 게이밍노트북에 설치된 롤에 접속한 윤 후보는 AI와 직접 대전을 벌였다. 그 뒤엔 ‘메이플스토리’에 들어가 큐브(확률형 아이템)를 뽑아보고, 메타버스 게임인 ‘도깨비’ 영상도 살펴봤다. 박 보좌역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30분 동안 후보가 계속 궁금한 것을 묻다 보니 질문만 30개가 넘어갔다”고 말했다.

평생 게임 한번 해 본 적 없는 윤 후보가 게임 과외를 받은 건 이른바 ‘겜심(게임 민심)’을 잡기 위해서다. 정치권에선 2030 남성 유권자는 물론 여성 유권자의 표심까지 노릴 수 있는 공약은 게임 만한 게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2022 스프링' 개막전을 관전하고 있다. [뉴스1]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9월 발간한 ‘2021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의 게임 이용률은 남녀 모두 평균 70%가 넘는다. 2030 남성의 경우 평균 이용률은 84.9%, 2030 여성도 71.9%에 달한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게임 산업의 중심이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여성 사용자들이 급속히 늘어났다.게임은 더 이상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12일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게임 소액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e스포츠 지역 연고제 도입 ▶장애인 게임 접근성 개선 등의 공약을 발표한 것에도 이런 상황이 고려됐다. 또한 여기엔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의 또 다른 청년보좌역의 역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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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월드오브탱크’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국민의힘 조직본부 청년보좌역을 맡고 있는 한우성 청년보좌역은 “윤 후보에게 게임 정책은 남성을 위한 것이 아닌 남녀 유권자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라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 보좌역은 “직접 현장을 찾는 게임 팬 중엔 오히려 여성 팬들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게임 산업의 불합리한 규제 정비 및 사용자 권익 보호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 보좌역은 LCK 개막식을 관전한 윤 후보에게 “선수들을 직접 찾아가지는 말라”는 조언도 했다고 한다. 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본부장은 “한 보좌역의 조언에 따라 LCK 개막식에서 후보의 동선을 최소화했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울고 있는 손흥민 선수를 찾았다 역풍을 맞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윤 후보의 이런 모습은 게임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아온 과거 국민의힘과 후보 자신의 행보를 만회하려는 측면도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일 게임전문매체 ‘인벤’에 공개된 서면 인터뷰에서 “게임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기업의 수익 추구는 당연하다”고 밝혔다가 게임 이용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현재와는 정반대의 입장이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같은 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겠다”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윤 후보는 12일 게임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2주 만의 입장이 바뀐 이유를 묻자 “(서면 인터뷰 답변은)제가 직접 검토하거나 논의했던 입장문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1일 게임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NFT, 플레이 투 언 게임 등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혔던 모습. [사진 유튜브 G식백과 캡처]

지난달에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법안을 발의한 뒤 논란이 되자 철회한 것과 19대 국회에서 ‘게임 중독법’을 발의했던 신의진 전 의원을 선대위에 영입했던 것도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겜심’의 외면을 받게 된 대표적 사례들이다.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윤 후보가 LCK개막식을 다녀온 뒤 문화 충격을 받을 만큼 많이 놀라 했다”며 “게임 공약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공개할 것”이라 말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게임 공약을 내놓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반갑다”면서도 “당장 표가 되진 않더라도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도 냉정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