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신앙2/인생관·철학

‘뺄셈’을 잘하는 노년을 살자

대한유성 2022. 1. 6. 10:27

‘뺄셈’을 잘하는 노년을 살자

지난 9월24일 UN총회 무대에서는 케이팝의 선두주자인 방탄소년단(BTS)

리더 랩몬스터(본명;김남준)은 7분 동안의 영어연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합니까? 당신만의 목소리를 찾으세요.

당신 자신을 사랑하세요. 조금씩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나갑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문득 미국의 화학자로 일본의 낙후된 농업을 현대화시킨 윌리암 S. 클라크교수가

일본의 홋가이도 대학을 떠나며 한 말, “소년들이어,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라는

말을 연상했습니다. 아마도 중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한 말 중 이 말을 제일 많았을 것입니다. 랩몬스터가 한 말이나 클라크교수가 한 말이나 공통점은 젊은이들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재질을 맘껏 발산하는 패기의 젊은이가 되라는 것입니다. 마음은 비우고 욕심은 버리되 자신의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동력은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입니다. 젊어서는 꿈을 크게,

즉 ‘덧셈’의 야망을 가지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자신감이 없어지고 기가 죽으며 꿈과 포부가 모두 헛된 생각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여 필자는 나이를 들수록 ‘뺄셈’의 삶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듭니다.

 

가만히 눈 감으면 영사기가 돌아간다

한 생애 영화 한 편 주인공은 나였으니

흔들면 꽃으로 피는 젊은 날의 내 아바타.

 

수런대던 발자취를 눈금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내리막길 슬금슬금 겁이 나고

오르막 그때가 좋았지 막걸리 들이키던.

 

거울을 마주하고 비로소 나를 본다

더러 맺은 열매 속에 희뿌연 씨앗들이

미완의 종장 한 줄로 잔 속에 일렁인다.

-필자의 졸시 ‘막걸리와 아바타’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욕심이 더 많아집니다. 남보다 출세하고 싶고, 남보다 더 많은 재화를 갖고 싶고,

남보다 더 예쁜 아내를 맞이하고 싶고, 남보다 자식들을 더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고,

남보다 더 오래 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사람의 욕심은 무한대입니다.

바로 거기에서 사람간의 질투와 시기가 생기고, 증오와 살생이 발생합니다.

 

산에 오르면 반드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고, 권좌에 오르면 언젠가는 반드시 내려와야 합니다.

산의 정상과 권력의 정점에서 욕심을 부리면 반드시 탈이 나게 마련입니다.

산의 정점이나 권력의 최고점에 오래 머무르려면 무리수를 둬야 하지만 계속 밀고 올라오는 산악인들과

후배들에 밀려 자의가 아니더라도 타의에 의해 정점에서 추락하게 됩니다.

그래서 예부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달도차면 기운다’고 했습니다.

이 두 가지 금언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지나친 욕심을 버리라는 경고의 뜻이 담겨있습니다.

 

조각가들은 필요 없는 부분을 쪼아내어 작품을 완성하고 시인들은 필요 없는 부분을 삭제하여

아름다운 시 한편을 엮어냅니다. 어느 대학교수님은 저에게 ‘빼고 또 빼고 지우고 또 지워서

엑기스만 남은 글을 쓰라’고 충고하셨습니다. 그러나 사람인 이상 모든 욕심을 다 버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쾌락은 보태되 고통은 제거하라고 합니다. 어느 스포츠 강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 불필요한 살을 빼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이게 바로 ‘비움의 미학’이요 ‘뺄셈의 삶’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사를 갈 때마다 이삿짐이 늘어나는 경우를 매번 겪습니다. 아까워서 못 버리는 짐들을 끙끙대며 끌고 다닙니다. 사실은 이사를 한다는 것은 필요 없는 가구와 생활용품을 버리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그러나 그 좋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10년, 20년 된 살림들을 이삿짐 한 구석에 찔러 넣었다가 이사 온 집의 벽장에 차곡차곡 또 쌓아 놓습니다.

 

어려서 ‘욕심 많은 개’라는 이솝우화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입에 고기를 물은 개가 다리를 건너가다가 물속에 비친 다른 개가 고기를 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컹컹 짖다가 입에 물고 있던 고기마저 물속에 떨어뜨렸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돈과 명성과 권력까지 다 갖으려 ‘더, 더, 더’를 외치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간적입니다.

‘뺄셈’을 외면하면 패가망신합니다.

 

‘나를 버리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낮추라는 설득입니다.

석가모니는 자비와 깨달음과 무욕을 위해 왕자의 지위를 버렸고, 예수는 평등과 박애와 사랑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무소유로 대표되는 성철스님이나, 바보로 상징되는 김수환 추기경님이

추구하고자 하는 공동선(善)은 ‘무욕의 삶’이며 ‘뺄셈의 삶’입니다. 욕심을 버리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오욕칠정을 버리고 태어날 때의 순수한 마음을 갖고 삶을 살아가면 자신과 국가와 세계가 평안하다는

계시입니다. 탐욕을 미워하는 자는 장수한다고 잠언에도 기록돼 있습니다.

 

미국의 세계적인 억만장자인 하워드 휴즈는 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마지막 말은 “Nothing, Nothing

(아무 것도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야!)”이었다고 합니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미일 겁니다. 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께서 85세의 나이로

운명하기 직전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습니다.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부산 무명사 주지이며 금정산 무명사 화룡선원 회주인 무명스님도 그이 저서 ‘업의 그릇을 비워라’에서

“움켜쥐고, 담기만 하고, 비우기에 인색하면 인생이 괴로워진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담으면 번뇌,

비우면 성불이다”라는 생활법문으로 욕망에 빠진 현대인들을 질타하셨습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 아래에서 자신을 버리는 중용의 도를 지키며 살아가면

행복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더하는 삶’ 보다는 ‘뺄셈을 추구’하는 정신이,

나와 가정과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며 자신의 삶을 살찌우는 초석이 됩니다.

 

나는 어느 신문에선가 이런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욕망의 크기만큼 마음의 공허도 커집니다.
욕망은 아무리 채워도 그 갈증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욕망을 줄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소위 자족(自足)의 삶을 택하라는 것입니다.” 정말로 공감이 가는 구절입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자족의 삶이 곧 ‘뺄셈의 삶’이라고 필자는 확신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오르막길’이 있고 ‘내리막길’이 공존합니다. 삶에는 늘 굴곡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 공식을 무시하면 반드시 파멸이 뒤따릅니다. 나보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대학생 시절 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상아탑에서 막걸리를 들이키던 대학생활은 영원히 잊혀 지지 않는,

사색과 낭만과 패기가 충만하던 시절입니다. 겁도 없었고 불가능이라는 말은 내 사전에 없었던

겁없 인생의 황금기였습니다. 이제는 손주가 대학생이 되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계속 내리막길만 걷게 되니 슬금슬금 걱정이 앞섭니다.

남아 있는 여백에다가 어떤 종장의 그림을 그리느냐 하는 최후의 선택만 남았습니다.

독일의 시성 괴테는 노인이 된다는 것은 '네가지 상실'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건강, 일, 친구, 꿈을 잃는 시대가 곧 노인이라는 선언입니다. 우리는 젊어서 이 네가지 기둥을 세우기 위하여 피와 땀과 눈물을 쏟았습니다. 따라서 이 네 기둥이 서서이 허물어지는 시기가 바로 노인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이 네가지 현실을 어떻게 최대한 늦추느냐에 따라 마지막 삶의 질이 결정됩니다.

 

 

우리는 젊어서 이 네가지 요소를 우대하는 데 소홀했습니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시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네가지 중 일을 하고 꿈을 키우는 기회는 상실했지만 건강을 챙기고 친구를 만나는 일은

아직 현재진행형일 수 있습니다. 자, 지금 시작하십시요. 반려자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 산보를 하고

전화번호를 찾아 친구들과 안부를 나누십시요. 그리고 마음을 비우십시요. 물질적 욕망, 남에 대한 시기와

원한도 다 털어버리십시요. 그러면 적어도 천당으로 가는 열차시간을 최대한 늦출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삶이 A학점일지 F학점일지가 여기서 결정됨을 명심하십시요.(2018.9.25.)시조시인 지산

이제는 손주가 대학생이 되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계속 내리막길만 걷게 되니 슬금슬금 걱정이 앞섭니다. 남아 있는 여백에다가

어떤 종장의 그림을 그리느냐 하는 최후의 선택만 남았습니다.

그 마지막 종장 한 줄이 성공한 삶이었는지 아니면 실패한 삶이었는지는

나를 아는 모든 분들이 평가해 주실 것입니다.

산보길에 밟히는 낙엽은 늘 낭만이요 사랑인 줄 알았더니 그게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노년의 내 분신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나려합니다.

커피 한 잔을 끓여 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 속으로

"안녕! 가을이어" 하고 가벼운 인사말이라도 건너야겠습니다. .

 

(2018.11.16.)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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