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삼켜도 장막 뒤에 숨는다…탈레반 은둔의 지도자 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1.08.16 05:00 수정 2021.08.16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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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최고 지도자로 알려진 물라('스승'이라는 뜻) 말라위 하이바툴라 아쿤자다. [연합뉴스]
탈레반 은둔의 지도자는 마침내 20년 만의 절치부심(切齒腐心)에 한 발 다가선 걸까. 15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실권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로이터와 더타임스 등 외신들은 탈레반의 지도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15일 아프간 장악한 탈레반
막후 지휘자는 이슬람 법학자
당분간 과도정부 앞세울 듯
현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는 말라위 하이바툴라 아쿤자다라는 인물이 꼽힌다. 60대로 알려진 아쿤자다는 역대 탈레반 지도자들처럼 좀처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파키스탄의 모처에 은신하면서 아프간 탈환의 막후 지휘를 해왔다. 이슬람 법학자 출신으로 정치ㆍ종교ㆍ군사 등을 관장하고 있다.
아쿤자다는 지난 2016년 아크타르 만수르가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에서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폭사하면서 최고 지도자 자리를 물려받았다. 만수르 이전에는 탈레반의 1대 실권자이자 ‘얼굴 없는 지도자’로 알려진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물라 오마르, 2013년 사망 추정)가 탈레반을 이끌었다.
아프간의 무장세력인 탈레반은 1970~80년대 반(反)소련 저항 운동으로 세를 불렸다.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1996년 아프간의 실권을 장악했다. 이후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명목으로 그해 10월 아프간을 침공할 때까지 정권을 잡았다. 당시 조지 부시 미 정부는 탈레반 정권이 알카에다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빈 라덴을 내놓으라는 사전 경고에도 탈레반이 움직이지 않자 미국은 침공을 강행했다. 이후 탈레반 지도부는 파키스탄 등에 은신한 채 아프간 내전을 지휘하며 20년 간 재기를 노려왔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와의 도하 평화협정으로 복귀 발판을 마련한 탈레반은 올해 4월 조 바이든 정부의 미군 완전 철수 선언으로 기회를 잡았다. 아프간 주요 도시를 빠르게 장악한 데 이어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까지, 32개 주도의 대부분을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미국 아프간 특별대표인 잘메이 칼리자드 대표(왼쪽)과 탈레반 공동 설립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지난해 2월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탈레반 평화 협정'을 맺으며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탈레반이 카불 진입을 앞두자 기존 아프간 정부는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약속하며 탈레반에 항복 선언을 했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도 물러날 뜻을 밝혔다. 이어 가니 대통령이 아프간을 떠나 제3국으로 향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탈레반 지도부는 아프간 과도정부의 수장으로 알리 아흐메드 자랄리 전 내무부 장관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81세의 자랄리는 2003년 미국 수립 과도정부 하에서 2년 간 내무장관을 지낸 인물로, 탈레반 핵심 지도부는 당분간 ‘장막 뒤의 통치’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신들은 아쿤자다 외에 현 탈레반 지도세력의 핵심 인물로 물라 오마르의 아들인 무하마드 야쿱을 꼽는다. 그는 현재 아프간 내 군사작전을 총괄하고 있다고 한다. 시라주딘 하카니는 탈레반의 주요 동맹세력인 하카니 조직의 수장을 맡고 있다.
탈레반의 정치위원회 위원장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역시 핵심인물로 활동 중이다. 지난 달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을 중국 톈진에서 만나는 등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바라다르는 지난해 2월 미국과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를 배제한 채 도하에서 평화협상을 벌일 때 협상팀의 일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밖에 도하 협상팀의 수장인 물라 압둘 하킴 이샤크 자이도 주요 인물로 분류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일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아프간 삼켜도 장막 뒤에 숨는다…탈레반 은둔의 지도자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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