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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잡는 ‘윤석열 출판’에 “고맙네” 한마디만… 윤석열의 진심은?

대한유성 2021. 4. 15. 18:00

바람 잡는 ‘윤석열 출판’에 “고맙네” 한마디만… 윤석열의 진심은?

등록 :2021-04-15 17:07수정 :2021-04-15 17:47

 

‘구수한 윤석열’ ‘윤석열의 진심’ 등 잇따라 출간
본인 얘기 담긴 책을 말리지도, 관여하지도 않아

 

지난 14일 출간된 <윤석열의 진심>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 출판계에 ‘윤석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들과의 일화를 묶은 미담집인 <구수한 윤석열>(김연우·리딩라이프북스)과 고교 동창이 엮은 대담집 <윤석열의 진심>(이경욱·체리M&B)이 지난 13일과 14일 잇따라 출간됐습니다. 지난 2월5일엔 대학교수 3명이 ‘가상’ 인사청문회를 한다는 형식으로 쓴 <윤석열 국민청문회>(지식공작소 정제분석팀·지식공작소)가 나왔습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15일 집계 결과 정치 분야 도서 중 <…진심>은 3위, <구수한…>은 5위로, 책이 나온 지 하루이틀 만에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과거 수사 경험뿐 아니라 어린 시절 일화 등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반적인 개인사와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일단 책 내용을 한번 훑어보겠습니다. 압도적으로 윤 전 총장에 대한 미담이 많습니다.

“석열이가 (캠퍼스에서 학생을 제지하던) 경찰에게 호통을 치는 거예요. ‘당신이 뭔데 이 학생에게 함부로 하느냐. 대학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고요. 19살의 대학 1학년에 불과했지만 덩치와 기개가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녀석이니 사복경찰관을 압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죠.” <구수한 윤석열>

“1990년이었을 거예요. 결혼해서 맞벌이 하는 친구의 와이프가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했었어요. 어린 두 딸을 두고 출근해야 하는 친구의 어려움을 알게 된 거죠, 석열이가. 그래서 일요일 저녁 친구 집으로 갔어요. 아내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이틀 동안 아이들 밥 챙겨주고 놀아주고, 친구 출근할 수 있도록 도와줬죠. 고시를 바로 앞두고 있었는데도.” <구수한 윤석열>

윤 전 총장을 일명 ‘국민 검사’로 만든 엠비(MB) 국정원 댓글 사건도 등장합니다.

“석열이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두고 헌법 위반 사건이라고 했어요. ‘미국에서도 정보기관은 눈과 귀는 있어도 입과 손은 없는 조직이다. 국민의 여론을 여과 없이 수집해서 전달해야 하는데, 조작한다는 것은 국기 문란이며, 국헌 문란 사건이다. 검사인 내가 사명감을 가지고 수사할 수밖에 없다’라고요. 헌법위반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겁니다.” <구수한 윤석열>

문재인정부와 대립각을 빚게 된 ‘조국 수사’에 대해 윤 전 총장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 구하기 수사라고 했어요. 검찰총장이 해야 될 중요한 일 중에 하나가 이 정권이 무탈하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은 애초에 정리해야 한다는 거죠.” <구수한 윤석열>

저자들은 윤 전 총장이 가진 정치사회에 대한 식견이 얕지 않다는 평가를 합니다. 윤 전 총장이 검사 출신이라 경제·노동 분야 등엔 문외한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반박하는 내용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 미국의 유명한 자유시장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라는 책을 여러 차례 읽었다고 말했다 (중략) 윤석열은 경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자유시장경제를 존중한다.” 시장이 자유롭게 작동하도록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석열은 “기업이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석열의 진심>

윤 전 총장의 신념인 헌법정신도 강조합니다.

“법치주의는 나라의 기본질서를 세우기 위한 근간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 헌법가치를 무시하고 법치주의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국가란 국민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고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윤석열 국민청문회>

윤석열은 이 책에 ‘동의’할까?

이런 책들을 엮은 저자는 누구일까요? <…국민청문회>를 쓴 ‘지시공작소 정세분석팀’은 윤 전 총장을 석 달 동안 연구하고 조사한 대학교수 3명으로 꾸려졌다고 합니다. 출판사 쪽은 저자들의 이름은 밝힐 수 없고 다만 경제·정치·이과계열의 전공자들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윤 전 총장과는 직접적인 개인적 친분은 없다고 합니다. 윤 전 총장의 어린 시절 일화가 주로 담긴 <구수한…>은 서울대 법대 동기들을 취재한 방송작가가, <…진심>은 충암고 고교 동창인 이경욱 전 연합뉴스 기자가 40년 만에 윤 전 총장을 만나 3시간 동안 대화한 것을 토대로 썼습니다. 저자들은 책을 내기 전 윤 전 총장에게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합니다. 이경욱 전 기자는 <…진심>에서 “내가 책을 내겠다고 하면 그는 ‘고맙네’라고 답해왔다. 내가 윤석열TV(티브이)를 만들겠다고 하면 ‘고맙네’라고 짤막하게 답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비록 <…진심>이란 책을 특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에도 자신을 홍보하는 활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주장입니다. 이 전 기자는 나아가 “나와의 대화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가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표정이었다”고도 했습니다. ‘평소 끈끈하다’는 서울대 법대 동기들은 윤 전 총장도 <구수한…>의 출간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고 전합니다. 김연우 작가의 취재에 응한 한 대학 동기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석열이가 책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반대도 아니었고, 찬성도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청문회>를 낸 출판소 지식공장소 또한 “출간하기 보름 전 쯤 당시 현직이던 윤 전 총장 쪽에 출판 의사를 물어보니 ‘민간에서 하는 일이니 출판사에서 판단할 문제’라는 답을 들었다”며 “책 내용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이는 출판사에서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윤 전 총장은 본인을 주제로 한 출판물에 대해 관여도, 반대도 하지 않았던 셈입니다. 친구들의 기억이 자신과 다를 수도 있고, 또 틀린 내용도 있을 텐데 왜 윤 전 총장은 기본적인 확인 작업도 하지 않으려고 한 걸까요? 정치권 안팎에선 ‘암묵적 동의’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암묵적 동의야말로 지금 ‘잠행’ 중인 윤 전 총장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정치적 행보라는 풀이도 나옵니다. 주연배우가 무대에 오르길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바람잡이’ 역할을 해줄 사람이 나타난다면 적극 부채질할 이유도, 굳이 말릴 이유도 없겠지요.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출간에 적극 반대하지 않았다는 게 정치인으로서 행보를 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며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려는 계산 아니겠는가”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도 “외부 전문가들을 만나 각 분야의 수업을 듣는 등 대권 행보를 준비하고 있는데 몸값을 올리는 출판 열풍에 굳이 왜 반대하겠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전에도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정치 신인이 등장하면 관련 출판물이 우루루 쏟아졌습니다. 가령 2011년 샛별처럼 나타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그러했고, 2016년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끝낸 반기문 전 총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출판계에서는 이번에 출간된 윤 전 총장 관련 서적에 대해선 특히 평가가 박합니다. 70만부 팔린 안 대표의 <안철수의 생각>의 경우 본인이 직접 자신의 관점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번 책들은 윤 전 총장의 인기가 치솟으니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날림’으로 만든 의도가 빤히 보인다는 겁니다. 북칼럼니스트 홍순철 BC 에이전시 대표는 “이번에 출간된 책들은 극단화된 진영 정치를 강화하는 맥락에 놓여 있다”며 “출판물의 관점에서 윤 전 총장이 본인 생각을 담은 책을 쓰기 전까지는 윤석열이란 사람을 평가하기 힘들다”고 분석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내가 어떻게 할지 정리가 돼야 (정치권 인사를) 만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준비 중이라는 얘깁니다. 우리는 과연 언제 윤 전 총장의 ‘생각’과 ‘진심’을 알 수 있는 책을 만날 수 있을까요?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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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91197.html?_ns=t1#csidx03ca108ab1943aaac9a1279318aab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