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보다 무서운 실직…'직장인 파산' 늘었다
서울회생법원 개인파산 통계
자영업자도 처음으로 앞질러
코로나 고용한파에 실직 급증
사회적·법적 불이익 더큰데도
개인회생보다 개인파산 택해
- 홍혜진 기자
- 입력 : 2021.04.01 17:39:04 수정 : 2021.04.01 17: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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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회사에서 4년 동안 근무한 A씨는 코로나19로 회사 매출이 급감하면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매달 또박또박 들어오던 월급이 말랐다. 그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카드 빚으로 연명했다. 채무는 쌓여 갔고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 유예를 신청했지만 변제금 2900만원을 납부하지 못해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최근 3년간 A씨 같은 상황에 놓인 직장인 파산 신청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발 고용 한파가 덮친 지난해에는 사업 실패보다 실직이 원인이 돼 파산을 신청한 경우가 많았다. 개인회생은 꾸준한 수입이 있어야 법원에서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자영업자에 비해 소득이 고정적인 직장인들은 낙인 효과와 법적 불이익을 무시할 수 없는 파산보다 회생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파산 절차를 밟는 직장인이 급증한 것은 소득 감소를 넘어 소득절벽에 내몰린 직장인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파산 신청 이유로 `실직 또는 근로소득 감소`를 꼽은 비중이 전체의 48.9%로 나타나 `사업 실패 또는 사업소득 감소`(45.7%)를 이유로 든 비중을 앞질렀다. 전자를 파산 원인으로 기재한 부류는 직장인, 후자는 자영업자임을 고려하면 개인파산을 신청한 직장인 비중이 자영업자를 넘어선 셈이다. 서울회생법원이 개인파산 신청자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2018년만 해도 개인파산 신청자 중 상당수가 자영업자였지만, 3년 새 자영업자 비중이 감소하고 그 자리를 직장인이 채우는 모습이다. 2018년 `사업 실패 또는 사업소득 감소`를 파산 신청 이유로 적은 이들의 비중은 48.3%로, `실직 또는 근로소득 감소`를 이유로 꼽은 신청자 비중(35.3%)보다 13%포인트 많았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사업 실패 또는 사업소득 감소` 비중이 2018년 대비 소폭 줄어들고 `실직 또는 근로소득 감소` 비중이 45.1%로 전년 대비 10%포인트가량 급증하면서 양자 간 격차가 좁혀졌다.
지난해에도 `실직 또는 근로소득 감소` 비중이 증가하고 `사업 실패 또는 사업소득 감소`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직장인 파산 신청자가 자영업자 신청자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차이를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개인회생은 `일정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빚이 과도해 갚지 못하는 경우 월 소득 중 상당분을 3년간 투입해 빚 일부를 갚고 나머지를 탕감 받는 제도다. 개인파산은 채무자가 가진 재산을 환가해 채권자에게 분배하고, 채무를 면제한다. 두 제도 모두 재산보다 빚이 많은 경우 채무를 면제 받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개인파산은 탕감 폭이 큰 만큼 선고 이후 감내해야 할 사회적·법적 불이익이 개인회생보다 크다.
이 때문에 개인회생 신청 조건인 `일정 소득`이 있는 직장인은 개인파산보다 개인회생을 통해 재기를 도모하는 게 일반적이다. 직장인 파산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실직자가 급증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은 "파산 선고 시 신분상 제한을 피하기 위해 회생을 신청하고 싶어도 반복적인 소득이 없다면 면책 받기 위해 파산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며 "실직이나 근로소득 감소를 이유로 파산을 신청한 비중이 늘었다는 것은 결국 `일정 소득`을 담보할 수 없을 정도로 직장인들의 경제 상황이 악화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개인회생 대신 개인파산으로 기우는 점도 특이적이다. 지난해 개인파산 신청자 중 60대 이상은 39.1%로, 30대(6.9%), 40대(18.9%), 50대(33.6%)와 비교해 가장 많았다. 한편 개인회생은 30대(31.8%)와 40대(30.8%) 신청자가 대부분이었으며 50대(19.7%)와 60세 이상(7%)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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