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성탄절 대목에 손님 없고 캐럴만…장난감거리 상인들 “40년 중 최악”
최종수정 2020.12.14 10:26 기사입력 2020.12.14 10:26
25일 크리스마스 앞두고 장난감 판매상인 한숨
“한창 선물 사러올 때인데”…코로나19 확산세 덮쳐
서울 동대문·천호 문구완구거리 손님 ‘집콕’에 한산
크리스마스를 2주도 채 남기지 않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대문 문구완구거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하다.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공병선 기자] “진짜 확 엎고 싶다니까요. 평균 20억원하던 연매출이 올해 7억원으로 줄어서 운영비 빼면 적자에요. 생활비 아끼려고 식비까지 줄였어요.”
12일 낮 서울 강동구 천호 문구완구거리의 한 완구매장. 1980년대부터 조성된 이곳에 20년 전 자리를 잡았다는 완구 도매업자 김선영(가명)씨는 장난감과 보드게임을 진열하며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년 중 가장 중요한 크리스마스 대목인데 손님이 이렇게 없다. 운영비라도 건지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초까지 20개 업체가 있었는데 이중 4곳이 문을 닫고 16개 남았다. 올해가 끝나면 몇 곳 더 문을 닫는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오프라인 문구완구 판매상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주도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 대목을 놓칠 위기에 처했다. 상인들은 올해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긴데다 최근 감염자가 폭증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까지 오르자 업계가 고사상황에 몰렸다고 호소했다. 학교와 학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문구·완구 상품의 판매량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북적이던 거리 손님없이 황량"=이날 찾은 천호 문구완구거리는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주말 오후 1시가 지나도록 한산했다. 약 250m 길이의 거리에 장난감을 사러 온 아이와 어른을 합쳐 약 20여명 뿐. 천호역 1번 출구 앞 커다란 조형물이 없었다면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바로 옆에선 역세권 청년주택 공사가 한창 이뤄지고 있어 아이보다 공사장 인부가 더 많아 보였다.
12일 서울 강동구 천호 문구완구거리 인근 공사장의 한 인부가 완구매장 앞을 지나 작업장으로 향하고 있다.
1960년대부터 5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종로구 동대문 문구완구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유동인구는 비교적 많았지만, 상인들은 예년과 비교해 턱도 없는 수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각종 장신구로 거리 곳곳을 꾸미고 캐럴을 틀어 한껏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는데도 가게 앞을 스치듯 지나 인근 의류도매시장으로 향하는 행인이 대부분이었다.
송동호 동대문 문구완구 번영회 회장은 매장 밖을 가리키며 “본래 이맘땐 크리스마스 특수로 사람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가 가득 차야 하는데 지금은 황량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직원들을 해고할 수는 없고 다 같이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며 “손님이 찾질 않으니 IMF 외환위기 때보다 힘들다. 40년째 장사 중인데 역대 최악 중에 최악”이라고 강조했다.
손님들도 감염 우려에 부쩍 경계했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에게 “마스크 제대로 쓰라”고 재차 당부했고, 아이가 맨손으로 장난감들을 들었다 놓자 “그만 만져”라며 다그치기도 했다. “돈을 손으로 주고받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며 가게 앞을 서성이는 커플도 있었다.
동대문에서 만난 박형욱(70)씨는 통화로 손자가 원하는 선물을 확인하고 굴착기 모형 장난감을 집어 들었다. 그는 “지난번엔 아들네랑 다 같이 왔는데 오늘은 (코로나 때문에) 혼자 왔다”며 마스크를 고쳐 썼다. 초등학생 조카 둘을 데리고 온 김유현(34)씨는 “오늘 확진자 수를 보고 올까말까 엄청 고민했는데 애들이랑 약속한 거라 나왔다”며 “아이들이 직접 보고 고르게 하는 건 좋지만 걱정되긴 한다”고 털어놨다.
◆차라리 최대 수준으로 격상…뿌리 뽑아야=학교의 온라인 원격수업도 상인들에겐 큰 타격으로 이어졌다. 천호에서 문구 도매업을 하는 장병윤(55)씨는 “이곳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학교 앞 문구점, 소매점들이 다 망했다고 보면 된다”며 “아이들도 앞으로 공책보다 태블릿PC가 더 친할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동대문의 문구도매상인 정인석(56)씨도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실내화든 물감이든 팔지 않겠냐”며 “운동회 뿐 아니라 향우회나 동창회, 직장인들 야유회까지 행사 용품이 줄줄이 팔리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정책이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불만도 나왔다. 동대문 협성체육사 대표 권태원(58)씨는 정부의 소상공인 대출지원을 정책 이야기에 손사래를 치며 “은행에 갔는데 요구하는 서류만 많고 절차도 까다로웠다"며 “화끈하게 해줄 것 아니면 그냥 안했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인들은 정부가 ‘방역’에 우선 힘썼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천호의 한 파티용품업체 관계자는 “차라리 최대 수준으로 방역 조치를 격상했으면 좋겠다”며 “이대로면 1년 이상 끄는 것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송 회장도 “일단 방역이 중요하다. 일주일 문을 닫아 손님을 못 받는 한이 있더라도 코로나를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확진자가 계속 쏟아지면 정부가 대출, 소비 쿠폰 등을 지원해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12일 서울 강동구 천호 문구완구 거리의 한 상가가 1층 문구매장 폐업 후 '임대문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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