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신앙2/경제·경영

① 급등하는 집값… 악화되는 주거난

대한유성 2020. 12. 14. 16:52

[토지공개념 진단]

① 급등하는 집값… 악화되는 주거난

  • 보도 : 2020.12.14 07:10
  • 수정 : 2020.12.14 07:10

"토지 불로소득, 불평등 심화 주원인"

부동산 소득, 근로소득 추월…사회문제 유발

서울 대형 아파트 1채당 평균매맷값 21억원 넘겨

11월 서울 전셋값 상승률 2.39%…2002년 이후 최고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짧은 기간 안에 지역과 주거형태에 따라 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연평균소득이 거의 동일한 직장인 A씨와 B씨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가격으로 집을 샀지만 4년 뒤 차액이 4억원 이상 벌어졌다.

"불평등이 해소돼야 할 과제라고 해서 불평등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부당한 원인'에 의한 불평등이다. 정당한 원인에 의한 불평등은 사회 구성원들의 생산적 노력을 유인하고 역동적 사회 형성에 도움이 되지만, 부당한 원인에 의한 불평등은 사회갈등을 초래하고 사회 구성원들을 낙담시키는데, 그것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토지(불로소득)로 인한 불평등이다" (토지+자유연구소 '2019 토지소유현황 분석' 보고서 중)

토지정책을 연구하는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소수가 많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현실을 이같이 진단한다. 부자는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더 많은 불로소득을 축적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삶에 필요한 면적을 훨씬 초과하는 부동산을 소유하게 되는 반면, 가난한 사람은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부동산도 갖지 못하고 오르는 전월세를 감당하기조차 힘든 구조가 됐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해 짧은 기간 안에 지역과 주거형태에 따라 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6년 11월 연평균소득이 거의 동일한 30대 직장인 A씨와 B씨는 약 3억원으로 비슷한 가격대의 집을 구매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아파트와 빌라를 샀다는 이유만으로 4년 뒤 차액이 4억원 이상 벌어졌다. A씨는 서울 성동구의 아파트(40㎡)를 3억2000만원에 구매해 올해 11월 7억1500만원(실거래가 기준)으로 집값이 뛰었다. 반면 B씨는 A씨보다 평수가 큰 서울 구로구의 빌라(51㎡)를 2억9000만원에 샀지만 4년 뒤 15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성동구는 서울 전체 25개구 중 지난 3년간 평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9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성동구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맷값은 2017년 5월(2305만원)과 비교해 올해 11월 4455만원으로 2000만원 이상 올랐다.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인해 A씨는 4년 만에 근로 소득의 수십 배에 이르는 차익을 얻은 셈이다. 그 결과 A씨와 B씨는 처음 집을 살 때 3000만원에 불과했던 차액이 올 11월 4억원이 넘었다.

◆ 연봉으로 서울 아파트 마련에 15년 이상 걸려

위 사례처럼 부동산 소득이 근로 소득을 추월한 상황은 급여와 집값 상승률과 관련한 통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잡코리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대기업 평균 연봉이 3893만원에서 4118만원으로 5.8% 상승한 반면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56%(2016년 말 3.3㎡당 1918만원→2020년 5월 2993만원) 급등했다. 아파트 가격 인상률이 대기업 급여 인상률의 10배라는 얘기다.

연 소득으로 집을 마련하는 데 몇 년이 걸리는지를 나타내는 PIR(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rice to Income Ratio) 수치에서도 부동산과 근로 소득의 격차가 확연히 나타난다. 주택을 사기 위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PIR 값은 커진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2·30대의 내 집 마련 기간이 15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0월 한국감정원, 통계청이 발표한 '2016~2020년간 가구주 연령대별 서울 아파트 PIR' 자료에 따르면 39세 이하가 가구주인 2인 이상 도시가구의 서울 평균 가격의 아파트 PIR이 2017년 6월 11년에서 지난해 12월 15년으로 4년이 증가했다.

39세 이하 가구의 PIR은 △2017년6월 11.0 △2017년12월 12.1 △2018년6월 13.4 △2018년12월 13.3 △2019년6월 14.5 △2019년12월 15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같은 기간 40대 가구의 PIR은 3.4년(2017년6월 10.2→2019년12월 13.6), 50대 가구는 3.2년(2017년6월 9.5→2019년12월 12.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구매력이 약한 젊은 층일수록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2·30대의 직장인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을 모아야 평균 가격 정도의 집을 구할 수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집 없는 서민들은 월급과 대출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끌'을 해도 번듯한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화나 용역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곳에 투자돼야 할 돈이 투자 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부동산에 몰리면서 주거난을 겪는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혼인 및 출산 기피, 양육과 돌봄 부담 증가로 이어져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유발한다.

한국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주거유형이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 거주자의 경우 자가 거주자에 비해 결혼할 확률이 약 23.4% 낮았다. 월세 거주자는 상황이 더 심각해 결혼 확률이 자가 거주자보다 약 65.1%나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유형은 출산에도 영향을 미쳐 전세 거주 시 첫째 자녀 출산 가능성이 자가 거주와 비교해 약 28.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고, 월세로 사는 신혼부부의 첫 자녀 출산 비율은 절반 이하(약 55.7%)로 낮아졌다.

◆ 급등한 서울 아파트 가격

◆…서울의 대형 아파트 1채당 평균 매맷값이 올해 11월 21억777만원으로 집계돼,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6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집없는 서민들의 주택구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전국의 아파트 가격 특히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KB 국민은행의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서울의 대형 아파트(전용면적 135㎡·41평 초과)의 1채당 평균 매매가격은 21억777만원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6년 1월 이후 처음으로 21억원을 넘어섰다. 1년 전(18억6202만원)보다 13.2%(2억4575만원) 상승했고, 2년 전과 비교해서도 14.1%(2억5010만원) 올라 가파른 상승 폭을 보이고 있다.

강남과 강북 간 매맷값의 격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 지역의 대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5억7675만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월 대비 14.2%(1억9661만원) 올랐지만, 4년 전 평균 매맷값이 15억원을 넘어선 강남 지역은 22억7588만원으로 나타나 평균 매맷값이 7억원 정도 차이가 났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대형 아파트들이 평균 매매가격을 끌어올렸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156.86㎡) 27층 한 채는 지난달 12일 44억9000만원의 신고가로 거래돼 작년 5월의 거래가인 34억8000만원(11층)보다 10억원 넘게 올랐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137.24㎡)도 지난달 5일 29억3000만원(35층)에 거래돼 작년(24억~29억원)에 비해 최대 5억원 가량 상승했다.

강북 지역에서도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의 대형 아파트들의 평균 매맷값 상승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의 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성동구 갤러리아포레(168.37㎡) 24층의 경우 지난달 3일 42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241.05㎡)도 지난달 9월 76억원의 신고가로 매매됐다. 한남더힐은 9월 243.542㎡ 크기의 1채가 77억5000만원에 거래돼 올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기록되기도 했다.

서울의 아파트 ㎡당 평균 매맷값도 고공행진 중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1월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의 아파트 ㎡당 평균 매매가격은 1381만9000만원으로 집계돼 연초 12010만4000원에서 14.2% 올랐다. 특히 강북 지역 14개구 아파트의 ㎡당 평균 매맷값은 11월 1001만3000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만원을 넘어섰다. 이는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5월 평균 매맷값 567만8000만원보다 76.4% 오른 수치다. 실제로 서울 전체 25개구 가운데 올해 들어 아파트값이 가장 크게 상승한 지역은 노원구(19.2%)였고 강북구(15.02%), 성북구(13.88%) 등 강북 지역의 상승세가 가팔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민층이 많이 찾는 중소형 아파트 가격은 두 배 이상 뛰었다. 최근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평형별 평균 매매시세 현황'에 따르면 전용면적 40~62.8㎡(12~19평)의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2017년 5월 기준 3억7128만원에서 지난 7월 6억1741만원으로 2억원 이상(65.9%) 상승했다.

반면 주택 가격 상승으로 무주택자들의 주택구입 비율은 낮아졌다. 지난 9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법원 등기 데이터를 활용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의 부동산 거래 중 무주택자의 매수 비율은 2013년 41%에서 올해 상반기 31%까지 하락했다.

서울 지역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 2015년에는 부동산을 처음으로 구입한 사람이 10만1000명이었지만, 작년에는 5만7000명에 그쳤다. 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주택소유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주택 소유 가구(189만5000가구)보다 무주택 가구 수(200만2000가구)가 많았다. 2019년 서울의 주택 소유율(48.6%)은 전년(49.1%)보다 0.5% 감소했다.

◆ 전세가마저 고공행진…서민 주거는 "어쩌라고?"

수도권 무주택자의 주거 수단인 전월세 주택의 가격 상승으로 무주택 서민의 주거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소(한경연)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규제 정책이 시행된 이후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0 수준을 기록하면서 전세난이 심해지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구간 중 100을 넘어서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31일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이후 서울 아파트의 전세 거래는 지속해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 거래량은 7월 1만3316건을 기록한 이후 8월 1만96건, 9월 7642건, 10월 7356건, 11월 4243건으로 넉 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이처럼 서울의 전세 거래량이 줄어든 이유는 전셋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11월 월간 주택가격동향(11월 16일 조사 기준)에 따르면 서울의 11월 주택 전셋값 상승률은 2.39%로, 전월(1.35%)보다 1%p 올랐다. 이는 2002년 3월(2.96%) 이후 18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지난 7월 임대차법 개정 이후 서울 주택 전셋값 상승률은 1.07%(8월), 1.59%(9월), 1.35%(10월) 등 1%대를 유지하다가 11월 들어 2%를 훌쩍 넘겼다. 특히 송파구는 전셋값이 4.25% 올라 최고치를 기록했고, 강남구(3.66%), 양천구(3.54%), 노원구(3.43%), 관악구(2.96%) 등 서울 전 지역의 전셋값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도권도 전셋값이 2.13% 올라 연중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토지공개념 특별취재팀 : 홍준표·염재중·염정우·태기원·강대경 기자]

※ 본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