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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폐쇄 반대하자 의장 바꿨다, 2년전 한수원선 무슨 일이

대한유성 2020. 11. 18. 07:21

원전폐쇄 반대하자 의장 바꿨다, 2년전 한수원선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2020.1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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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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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6일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과 관련, 경북 경주시 양북면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에서 이틀째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2018년 6월 15일 한국수력원자력이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한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따져보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한수원 이사회에 업무상 배임죄를 묻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법조계와 원전업계에서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한수원 이사회의 업무상 배임죄, 검찰은 밝혀낼까

1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는 감사원이 업무상 배임죄 적용이 어렵다고 본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 폐쇄 의결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수사하고 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한수원 이사회 문제를 포함해 수사 중"이라며 "정책 수립 과정이 아닌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서류를 조작한 의혹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에서 경제성 축소 의혹과 함께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 행위에 대한 감사도 함께 진행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업무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회사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그로 인해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 이득을 취했을 경우 성립된다.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들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만 이사 본인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재산상 손해를 가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검찰 수사는 결국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 폐쇄 의결로 이익을 본 주체를 찾아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팀이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될지 여부는 당연히 들여다보겠지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이익을 본 주체가 누구인지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한수원의 손실을 결국 정부가 메워 예산 손실을 입혔다는 측면에서 다른 형태의 배임죄 적용 여부는 따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성 축소에 개입한 한수원, 업무방해죄 적용 가능성

법조계에선 업무상 배임죄 적용 대신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혐의를 따져볼 가능성을 제기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과 실무자들이 경제성 조작이 이뤄진 과정을 알면서도 이사회에 허위의 정보를 제공했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맡은 회계법인이 경제성을 낮춰잡는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과 한수원 직원들이 개입한 정황을 상세히 공개했다. 이는 한수원 긴급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감사원은 "한수원이 2018년 5월 10일 정 사장 주재 긴급 임원회의에서 판매단가 등 입력변수를 수정해야 한다는 부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경제성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고, 회계법인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해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했다"며 "정 사장은 이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 관리·감독하지 않았다"고 했다.

10월 20일 공개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감사보고서.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원전의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 질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한수원이 조기 폐쇄에 반대하는 조성진 이사(경성대 교수)를 논의 과정에서 배제하고 의장에서 교체하는 등 이사회 회의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적 문제도 수사 중이라고 한다. 조 이사는 당시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녹취록에 따르면 조 이사는 이사회에서 "오늘 이렇게 갑자기 긴급하게 (이사회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폐로 외에는 방법이 없냐"고 물으며 강하게 항의했다.

원전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민사 책임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수원은 이사회 직전 법률 검토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사회의 결정이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이사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상법상 손해배상 책임, 업무상 배임죄)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자력정책연대 관계자는 "법률검토 당시 고의나 위법성이 없을 때 민·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했다"며 "현재는 고의로 경제성을 조작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전제가 바뀐만큼 한수원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월성 원전 1호기 운행 및 감사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원전폐쇄 반대하자 의장 바꿨다, 2년전 한수원선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