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면 총살당한다는데…탈북 29명은 왜 기어이 北 갔나
[중앙일보] 입력 2020.07.29 05:00
정부 당국이 북한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통로로 지목한 재입북자로 최근 잠적한 20대 남성 탈북자를 특정하고 월북 경로 등을 조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1
“목숨 걸고 탈북하는 것 아니었나. 알려진 재월북 사건만 해도 30여 건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북한으로 가면 총살 당할 수도 있다는데 굳이 왜…”
강화도에서 최근 월북한 김모(24)씨 외에도 지난 8년간 재입북한 탈북자가 최소 2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201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재입북하다 발각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은 탈북자도 12명이다. 김씨의 월북을 계기로 국내에선 월북 배경에 대한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다.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했던 탈북민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뭘까.
①북에 있는 가족 걱정…탈북자 가족 협박당해
북한 선전매체에 탈북 방송인 임지현씨가 전혜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임씨가 TV 조선의 방송 프로그램인 ‘남남북녀’에 등장했던 모습. [우리민족끼리, TV 조선 방송화면 캡처]
통일부에 따르면 2012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월북한 탈북민은 2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의 월북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이 재입북을 결심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꼽는다. 김태희 자유와인권을위한탈북민연대 대표는 “탈북자 고경희씨도 자식을 보기 위해 두만강까지 갔다가 납치된 것으로 알고 있고, 2017년 재입북해 북한 선전 방송에 등장한 임지현(전혜성)씨도 가족을 보려다 그렇게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스스로 재입북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방송 활동 등을 계기로 탈북한 사실이 북측에 알려지게 되면 북측에서 탈북자에게 접근해 남아있는 가족을 두고 협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을 정치범 수용소로 보낸다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는 협박이 이어지면 결국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②남한 사회 부적응…법체계를 속박으로 느껴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 20대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김모(24)씨는 지난달 지인 여성을 자택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연합뉴스.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한 점도 재입북을 선택하는 원인 중 하나다. 김 교수는 “탈북자들이 남한으로 넘어오는 건 그곳에 가면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재정적으로도 풍족히 잘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막상 한국에 왔을 때 느낀 것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서와 달리 오히려 규제와 법체계가 자신을 속박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김씨의 경우 재입북 전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북한에서는 이런 이유로 사람을 잡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마을에 소문이 나도 ‘여자가 왜 조심하지 않았느냐’는 반응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이쪽으로 오면 다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남한은 남한대로 질서가 있고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다. 사회 체제가 완전히 다르니까 적응이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③북한, 탈북민 재입북 회유 정책 펴는 듯
군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월북한 탈북민으로 추정되는 김모(24) 씨가 강화도 일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밝혔다. 뉴스1
일각에선 재입북한 이들이 북한 정권에 의해 보복을 당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체로 탈북자들은 북한 내부에서 행방불명자 처리가 된다. 한국에서 얼굴이 알려진 일부를 제외하면 돌아간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탈북자들을 회유하려는 태도가 보인다"고 했다. 안 소장은 “이번에 김씨가 재입북하자 조선중앙통신이 귀향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건 돌아오면 ‘업어주지는 못해도 안아주긴 하겠다. 올 사람은 오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탈북민의 재입북 방지를 위해서는 이들이 뿌리내릴 수 있게 정착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통일부가 북한 눈치를 보다 보니 탈북민 정착 지원에 소홀하다. 중앙 정부에 속한 통일부가 아닌 전국 단위로 분포된 행정안전부 등에서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석향 교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철책이 뚫릴 리가 없다고 장담했지만, 군이 탈북자들의 절실함을 간과한 것”이라면서 “정 장관이 생각하는 수준의 관리가 아니라 북한 사람들이 가지는 절실함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월북 방지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돌아가면 총살당한다는데…탈북 29명은 왜 기어이 北 갔나
'종교.신앙2 > 정치·시사·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중국해 줄게, 백신 다오" 中에 굴복한 필리핀 (0) | 2020.07.29 |
---|---|
[단독] 秋아들 군동료 4인 증언 "미복귀 직후 회의까지 했다" (0) | 2020.07.29 |
부동산 입법 '야당 패싱'... 슈퍼 여당은 위력적이었다 (0) | 2020.07.29 |
주호영 "박지원, 北에 30억달러 제공 비밀협약서 서명" (0) | 2020.07.27 |
이인영의 '김구 국부' 망언을 논박한다 (0) | 2020.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