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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독성도=혼자 수행하여 깨달은 성인

대한유성 2018. 12. 12. 11:26

독성도=혼자 수행하여 깨달은 성인

 

안락.유희좌형정수리 붉은 서기로신성강조

 

 

사진설명: 서울 진관사 독성각 독성도. (문화재자료 제12

 

독성(獨聖)이란 독수성(獨修聖), 또는 독각성(獨覺聖)을 줄인 말로, ‘혼자 수행해 깨달은 성인라는 뜻의 일반명사이다. 그러나 실제 있어 삼성각이나 독성각, 천태성전, 신통전, 단하각(丹霞閣) 등에 봉안된 독성상은 대개 나반존자(那畔尊者) 한 분을 지칭하는 만큼 독성을 고유명사로 볼 수도 있다. 독성은 조각상보다 그림 형태로 봉안되는 경우가 많으며, 형상은 대개 선풍도골의 노인이 폭포수 흐르는 깊은 산 고목 아래 앉아 있는 모습이다.

불교에는 신앙의 대상이 되어 있는 나한들이 많지만 독성만큼 성격이 모호한 인물도 드물다. 전해지는 내용에 의하면, 독성은 혼자 수도해 도를 깨친 후 말세중생(末世衆生)의 복전(福田)으로 나타난 분으로 파악되기도 하고, 16아라한 가운데 한 분인 빈두로존자(賓頭盧尊者)로 여겨지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독성을 단군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또 명칭에 대하여는 나반존자의나반나한이 와전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진설명: 동국대 독성도


그렇다면 사찰에서 직접 독성불공을 드리는 불자들의 관념 속의 독성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있는가?

독성청(獨聖請) 거목(擧目:독성에 기도 올릴 때 맨 처음에 절하며 독성을 청하는 절차), “천태산 위에서 홀로 선정 닦으시는 나반존자님께 귀의합니다. 삼명을 증득하여 자리(自利)와 이타(利他)가 원만하신 나반존자님께 귀의합니다. 응공 복전으로 용화세계를 기다리시는 나반존자님께 귀의합니다(南無天台山上 獨修禪定 那畔尊者 南無 三明已證 二利圓成 那畔尊者 南無 應供福田 待龍華 那畔尊者)”라는 대목이 있다.

이 내용을 참고해 보면, 독성은 곧 나반존자이고, 홀로 선정에 들어 깨달음을 얻은 분이고, 천태산에 머물러 있는 분이다. 또한 삼명(三明 : 다 배운 이의 세 가지 밝음, 곧 숙명과 생사를 알고 번뇌가 다한 지혜)을 증득한 아라한이며, 응공, 복전으로 용화세계를 기다리는 인물이다. 혹자들이 독성을 마하가섭으로 파악한 것은 나반존자가용화세계를 기다리는 인물이라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며, 단군 운운 한 것은 나반존자가 천태산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산신신앙, 단군신앙과 연결시킨 결과로 추측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반존자라는 명칭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아직도 모호하다는 사실이다.

독성의 천태산에서의 생활 모습을 독성청 유치(由致:.보살, 신중 등을 모실 때 그 까닭을 먼저 알리는 의식 또는 글)에서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독성은() 위에서 조용히 머물러 편안하게 선정을 닦고, 소나무 사이를 마음대로 오가며, 앉거나 누워서 소요하고, 반쪽 어깨에 저녁노을 받아 즐긴다고 했다. 이 내용에서 조용히 머물러 선정을 닦고 있다고 한 것은 독성이 만상의 근원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진 분임을 나타낸 것이고, 소나무 사이를 마음대로 오고 간다고 한 것은 행동이 거리낌이 없고 신통력이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앉거나 누워서 소요하고, 어깨에 비치는 저녁노을을 즐긴다고 한 것은 정적(靜的) 풍류의 극치를 즐기는 신선 같은 존재라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들 내용을 종합해 보면 독성은 불교의 선()사상, 도교의 신선사상, 노장(老莊)의 도가사상, 그리고 유교적 풍류사상에까지 연결되어 있는 신인동체의 오묘하고 신비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독성 그림은 그 자체가 신앙의 대상이 되는 종교화이기 때문에 화공의 개성이나 개인적 취향 같은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화공들은 단지 불자들의 독성에 대한 보편적 관념을 정형화된 도상에 따라 그리면 되었다. 그들이 독성도를 그릴 때 도상적 근거가 되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독성청 유치의 내용이다. 현존 독성도에서 볼 수 있는 희고 긴 눈썹을 가진 독성의 얼굴 모습은백설같이 흰 눈썹은 눈을 덮어 공을 관하여(雪眉覆眼而觀空)”라고 한 독성청 유치의 내용을 근거로 한 것이 분명하다.

 

 사진설명: 대승사 독성도

 
독성도의 배경이 심산유곡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 또한 독성청 유치문의 내용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유치문은 천태산의 풍경을 묘사하되, “층층으로 된 대()가 있고, 산이 깊어 물이 졸졸 흐르고 있으며, 만개해 있는 꽃의 색깔과 지저귀는 새소리가 분분하다고 했다. 이 풍경을 동국대학교 박물관 소장 독성도와 실제 비교해 보면, 거의 맞아 떨어진다. 예컨대 가지가 늘어진 늙은 소나무, 가지 위에 앉아 지저귀고 있는 새들, 계곡을 타고 흘러 내리는 폭포수, 현란하게 피어 있는 매화를 닮은 꽃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만드는 환상적인 경치가 유치문의 내용과 매우 흡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독성의 자태를 살펴보면, 두광(頭光)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으며, 때로 두광 대신에 정수리에 붉은 서기(瑞氣)를 그려 신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독성은 불.보살처럼 서 있는 경우가 없으며, 안락좌(安樂坐), 또는 유희좌(遊戱坐)를 틀고 앉아 있다. 반면에 동남동녀, 문신 등 협시 인물들은 앉아 있는 경우가 없고, 반드시 서서 공물을 받쳐 들고 있거나 합장하는 자세를 하고 있다.

독성이 가진 지물(持物)에는 석장(錫杖) 또는 목장(木杖), 염주, 흰 새의 깃털로 된 백우선(白羽扇), 불로초(영지), 호리병 등이 있고, 협시 인물이 바치는 공양물에는 불수감(佛手柑), 선도(仙桃), 수박, 참외, 포도, 다관(茶罐), 향로, 서책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석장과 염주는 불교적인 것이고, 백우선, 불로초, 호리병 등은 도교적 색채가 강한 것이다. 그리고 천도(天桃), 다관 등 공양물은 신선사상과 관련 있는 것이고, 수박, 참외, 포도 등 씨앗이 많은 과일들은 남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아들 낳기를 바라는 무속신앙과 연결되어 있다.

독성도의 모든 회화적 요소와 소재들은 기본적으로 독성의 신성과 초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독성의 신으로서의 위치를 높이는 데 봉사하고 있다. 독성의 근엄한 얼굴 표정과 자세, 두광과 정수리의 서기(瑞氣) 등은 독성의 권위와 신령함을 직접 표현한 것이고, 지물과 협시들이 들고 있는 공양물들은 복전(福田)으로서의 독성의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작품 규모에 따라 이들 가운데 몇몇 요소들이 화면에서 생략되었거나 추가되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사세(寺勢)나 시주자의 재력, 또는 종교적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현존 독성 그림 중에서 독성청 유치의 내용을 성공적으로 재현한 작품으로 동국대박물관 소장 독성도와 문경 대승사 독성도를 꼽을 수 있다. 동국대의 것의 내용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한 바 있어 여기서는 생략하거니와, 대승사 독성의 앉은 자세와 얼굴 표정, 석장을 들고 있는 모습은 동국대의 것과 거의 같다. 그러나 주변 풍경은 좀 더 화려하고 다양한 느낌을 주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등꽃이 매달려 있고, 바위 틈에 영지가 자라고 있으며, 소나무 아래 희고 붉은 꽃송이 위에 새들이 앉아 놀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독성이 꽃방석 위에 앉아 있다는 점인데, 이와 같은 표현 속에서 독성을 기리는 불자들의 순박하고 애틋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구례 화엄사의 독성도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조선 말기에 제작된 이 그림의 화면 분위기는 독성청 유치에서 묘사한 천태산 풍경을 방불케 한다. 배경 산수를 그린 화공의 실력이 돋보이고, 꽃과 새의 진채(眞彩)에 민화적 순정과 아름다움이 배여 있다. 독성 좌우 협시로 문신과 동자가 서 있는데, 문신은 천도를 들고 있고, 동자는 불로초를 담은 망태를 메고 있다.

협시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관사 독성도도 마찬가지다. 가로로 긴 화면에 민화풍의 산수를 배경으로 삼존불 형식을 따라 동자와 문신을 협시로 거느린 독성을 그렸다. 화면 중앙에 독성이 정면을 향해 앉아 있고, 독성 왼쪽 머리에 쌍상투를 틀고 박대(博帶) 휘날리는 천의를 입은 동자가 독성을 향해 합장하여 서 있으며, 오른 쪽에는 조복 차림의 문신이 독성을 향해 합장하고 서 있다. 이밖에 볼만한 작품으로는 독성기도 도량으로 유명한 영천 은해사 거조암과 청도 운문사 사리암의 독성도, 그리고 김천 직지사, 문경 대승사, 혜국사 독성도 등이 있다.

조각상으로는 서울 경국사 천태성전에 봉안되어 있는 독성상이 유명하다. 봉안 건물 이름을 천태성전이라고 한 것은 나반존자가 남인도 천태산에서 수행한 사실과 관련된 것으로 믿어진다. 경국사 천태성전은 숙종 19(1693) 연화선사가 창건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창건 당시 풍남거사가 쓴천태성전 상량문은 독성각 건립에 대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이며, 안에 모셔져 있는 나반존자상도 전각 창건 당시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영암 축성암 목조나반존자상, 진관사 독성각 목조나반존자상도 관심을 가져 볼만 한 대상이다.

허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

[
불교신문 2200]

 

14310

 

출처 : 이 고뇌의 강을 건너
글쓴이 : 진흙속의연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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